3년 19화
따르다
무엇이 계기였는지, 아니면 기분 탓인지, 요즘 그녀는 날 잘 따르고 있다. 개나 고양이 같은 표현이지만 따른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집에 돌아오면 현관까지 달려와 마중을 나오고는 올려다보며 귀가를 환영하는 키스까지 해준다. 그렇게 되면 슈트에 주름을 만들면서도 현관에서 그녀를 안아 올리고 혀를 얽히게 된다.
요리를 만들 때도, 공부를 봐줄 때도 한 걸음걸이가 가깝다. 어깨와 어깨가 맞닿는 거리라고 할까. 아무런 대가도 없이 문득 키스를 하는 것이다. 그런 귀여운 모습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고, 확실히 기쁘기는 하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불안했다.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을 때도 내 다리 사이에 앉으러 오는 것까지는 변함이 없다. 머리나 등을 꾹꾹 하고 내 몸에 비비는 것이다. 그런 행동이 마치 냄새를 묻히는 마킹 같아서 개나 고양이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나대로 그녀의 배를 어루만지고 있으니 피차일반일지도 모르지만.
마침 일이 바쁜 시기라서 거의 매일같이 잔업을 했다. 주말에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할 만한 기력도 없어서 축 처진 채로 집에서 굴러다닌다. 쓰러져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차를 마시면서 하루 종일 책을 읽는 것이다. 저녁 재료를 사러 조차 가지 않고 집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을 때가 많다.
패션쇼를 하자는 이야기를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고, 해야겠다고는 생각한다. 그러기 위한 기분이 개점휴업 상태인 것이다. 아무리 시동을 걸어봐도 마음속에서 겉도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지금의 바쁜 시기가 지나가면 시작하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두 달이나 지나고 말았다.
원래 내가 그녀에게 무언가를 권하거나 이벤트를 생각하는 것은 쓸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언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녀와 스킨십을 할 기회를 만들 수가 없다. 키스 같은 것들은 일상이 되어버려서 그 이상의 기회는 잘 오지 않았다.
그랬는데 요즘은 그녀 쪽에서 몸을 비비는 것이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그녀로부터 팔을 끌어안는 등 애교를 부린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애정이 부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굳이 패션쇼 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사진만은 몇 장 정도 찍어두었다. 부엌에 서는 그녀, 아직 서투르게 부엌칼을 다루며 아슬아슬하게 프라이팬을 쥐고 있다. 책을 읽는 그녀, 턱을 괴는 한쪽 손으로 길어진 머리를 누르고 있다. 낭독을 하는 그녀, 문고본을 펴고 작은 입을 벌리고 있다.
내 물건을 물고 있는 모습이나 욕실에서의 요염한 모습을 남겨두고 싶은 기분도 있다. 그것을 십 년 뒤에 함께 볼 수 있다면 그녀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무언가가 계기로 유출되면 한순간에 모든 것이 들통나고 만다. 물적 증거를 남겨둘 수는 없다.
부끄럽지만 욕실에서 접했던 이후로 마음의 저항이 옅어지기 시작해 그녀의 고간을 만지는 일도 늘어났다. 물론, 거실이나 부엌 같은 장소가 아니라 욕실에 한정되는 일이지만. 몸을 씻을 때 균열 주변까지 비비게 되었을 뿐이다. 남성의 것과 같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러움이 쌓인다는 지식만은 있었다. 이전에는 신경 쓰이기는 해도 만지기를 꺼렸었다. 지금은 조금 주저하면서도 씻겨줄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모르겠지만 만족도 같은 것을 알 수 있다. 머리를 감는 방식이 조금 대충이거나, 목덜미를 비비는 힘이 세거나 할 때는 젖는 정도가 다르다. 나 스스로도 대충 했다고 느낄 때는 끈적임이 덜하고는 해서 미안한 기분이 든다.
같이 욕조에 들어가는 것도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내가 몸을 다 씻는 것을 기다려주고, 몸을 움직여 빈자리를 만들어준다. 마주 앉거나 같은 방향으로 앉는 등 그날마다 다르다. 손으로 해주는 일도 많았지만, 욕조 안에서 봉사해주는 일도 늘어났다. 수영장에서 물에 익숙해진 성과라고도 할 수 있을까. 잠수하고 물속에서 입으로 한다는 곡예까지 보인 적이 있었다. 자극 그 자체보다도 대신에 떠오른 엉덩이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