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82화 (82/450)

3년 22화

술자리

올 한 해도 끝이 다가오는 무렵이었다. 친구에게서 술자리를 열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벌써 몇 년이나 만나지 않았는데도 연락을 주는 것도 고맙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 생일 축하도 겸하는 모양이다. 송년회를 하기는 조금 이르니까 무언가 구실이 필요한 것이겠지. 오랜 사이니까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그렇게는 말해도 기쁘기는 하다. 그녀를 사들인 이후로 한 번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고, 권유를 할 때마다 거절해왔다. 결혼한 것도 아니고 지방으로 전근을 간 것도 아니다. 아무 이유 없이 소원해진 친구를 구실로라도 불러주는 것은 고마운 이야기였다.

원래부터 술을 좋아해서 권유를 거절한 적이 없었다. 사람을 사귀는 것이 서툴면서도 부르면 꼭 간다. 무뚝뚝하게 마시고 있을 뿐이지만, 시시한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말이겠지. 우정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인연이지만, 술을 마시고 싶은 기분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두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직 그녀에게 혼자 요리를 시킬 수는 없었다. 가스레인지와 그녀는 너무 가까워서 두렵다. 아이용 부엌칼이라고는 해도 손가락이 베일 수 있다는 것은 변함없다. 저녁을 만들고 갈 수도 있지만, 혼자서 외롭게 식사를 시키기도 미안하다.

괜찮을까. 술자리에 그녀를 데려가도 괜찮은 것일까, 하고 고민했다. 말해도 되는 것과 안되는 것 정도는 구별할 수 있겠지. 반 친구와 교사 앞에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나와 동년배인 녀석들 사이에서도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내 쪽은 괜찮을까. 결혼했다는 말도 듣지 못한 친구가 아이를 데리고 오면 어떻게 생각할까. 친척의 아이를 맡았다고 하는 수밖에 없지만, 잘 넘어가 줄 것인가. 수상하게는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일 년에 몇 번도 만나지 않는 사이인데 두세 시간 정도 의심받는다고 해서 어떻다는 말인가. 아무것도 곤란하지 않다.

누나 때도 그랬지만, 의심을 안더라도 신고까지는 않는 것이 아닐까. 친구 관계에 금이 가게 되고, 그런다고 득을 보는 것도 아니다. 그녀가 싫어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모르겠지만, 애교를 부리는 그녀를 보고 학대를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도 곤란하지 않다면 보지 못한 척을 하겠지.

알고 있다. 요컨대, 난 마시고 싶을 뿐이다. 가끔 캔맥주를 열기는 하지만 술은 거의 마시지 않았다. 그녀를 좋아하고, 그 때문에 술을 마시지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한다. 생각했지만, 마실 수 있는 구실을 찾고 있을 뿐이다.

거절하면 거절한 대로 술자리는 열린다. 내 생일이 축구팀의 우승이나 결혼 축하 같은 이유가 될 뿐이다. 거절하는 메세지를 보내면 아쉽다고는 생각해도 나 같은 건 금방 잊어버릴 것이다. 그 정도의 이야기다.

결국, 친구에게는 아이를 한 명 데리고 참가한다는 이야기를 적어서 보냈다. 비가 내리듯 몇 통이나 답장이 쏟아졌지만 친척의, 라는 변명만을 보내고 나머지는 무시했다. 세세한 설정까지 생각하기도 귀찮고, 모순이 생긴다. 상대하기 귀찮으니 적당히 다루고 있다는 자세가 결과적으로는 가장 좋다.

쓸데없이 일찍 얘기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해서, 그녀에게는 한 주가 지나서 이야기를 전했다. 중학교 동창회 같은 것이라서 아이를 데리고 오는 참가자도 있다. 적어도 삼 년 전에는 아기가 두세 명 있었다. 여덟 살이 한 명 늘어나도 관심을 받는 정도로 나쁜 일은 없다.

말투가 나빴는지, 그녀에게 아기랑 똑같이 취급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볼 때는 두 살이나 여덟 살이나 별 차이가 없다. 기껏해야 덧셈을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닐까. 그녀는 확실히 똑똑하기는 하지만, 아이는 아이다.

척 봐도 내키지 않아 보여서 미안하기는 하지만, 사과할 필요는 없겠지. 그럴 거면 처음부터 가지 않으면 된다. 무엇을 입고가면 되는지 물어보기에, 맘에 드는 것을 입으면 된다고 말해두었다. 내 친구가 있을 뿐, 그저 마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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