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24화
그리움
선술집에 도착하자 안쪽 방에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넓고 여유가 있었다. 몇 년 보지 못한 사이에 좋은 가게를 고르게 된 것 같다. 회비도 얼마간 올랐지만, 그에 걸맞은 가게였다. 싸구려 선술집을 바보 취급하는 것은 아니지만, 삼십 줄이나 되면 싼 가격보다는 마음 편한 곳을 우선하게 되는 것이겠지. 아이 동반에게는 고마운 이야기다.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는 구석 자리에 앉았다. 상석을 잡는 것도 귀찮기에, 입구에서 직선상에 있는 좁은 자리다. 그녀도 불러서 안쪽에 앉히는 것으로 숨기려는 생각이었다. 나중에 방으로 들어온 그녀에게 말을 걸었지만, 듣지 못한 척 가버리고 말았다. 여자는 여자끼리 모여서 앉는 모양이다.
내 말을 듣지 못한 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히 이쪽을 흘끗 보았다. 여자끼리 앉는다고 해도, 나한테 한마디 정도는 해도 좋다. 집에서 그 정도로 들러붙으니, 내 옆자리로 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하지만, 나와 그녀가 같이 앉아있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내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을 모두가 알지는 못할 것이고, 마시고 잊는 사람도 생긴다. 나란히 있으면 일일이 사정을 캐물어서 귀찮아진다. 따로 앉으면 관련짓지는 않겠지.
멀리서 바라보자, 그녀는 아기를 달래는 담당이 된 모양이다. 아이를 데려온 부모는 주량을 줄이기는 하겠지만, 잡담에 꽃을 피우다 보면 산만해지기에 십상이다. 그녀도 시설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연하의 아이들이 싫지는 않아 보인다. 잘 부려 먹힌다고도 할 수 있다.
가만히 바라보면 나중에 혼날 것 같고, 모처럼 떨어진 자리에 앉은 의미가 없다. 인원은 다 모이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났다. 먼저 시작해버리자는 흐름이 되었다. 마시는 녀석들은 캔맥주를 한꺼번에, 나머지는 개별로 주문했다. 우롱차와 카시스 소다, 캄파리 오렌지 등 정평인 메뉴 중에서 오렌지 주스를 주문한 것은 그녀가 아닐까.
적당히 조용하게 술을 마실 수 있겠다 싶었지만, 명목상이라고는 하나 주역이었다. 건배 선창이라도 하라는 말을 듣는다. 술을 마시는 것은 좋아하지만, 이런 의식은 귀찮기 그지없다. 그러나 삼십 년이나 살다 보면 싫은 일이라도 해낼 수 있게 된다. 오랜만에 보는데도 굳이 와주어서 고맙다, 라고 말해본다.
사탕발림이라도 늘어놓고 건배를 하려고 생각했는데, 그녀에 관해 물어보는 녀석도 있다. 어린애한테 장난을 한다는 게 사실인가, 하고. 말이 막히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럴 리가 없다. 이유가 있어서 친척의 아이를 맡고 있지만, 부모도 아내도 없어서 곤란해하고 있다. 아이가 있는 사람은 도움을 주면 고맙다, 라고 대답해두었다. 어째선지, 이쪽을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그녀인 느낌이 든다.
오랜만에 마시는 맥주는 맛있다. 집에서도 마시기는 하고, 맥주에 그렇게 애착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마시는 첫 잔은 정말로 맛있게 느껴진다. 맥주는 목 넘김이다, 라는 말을 납득할 수 있다. 맛도 향기도 아닌 목구멍을 넓히는 듯한 상쾌함이 맥주의 맛이다. 그것은 집이 아닌 술자리에서만 맛볼 수 있다.
오늘 모임은 중학교나 고등학교 녀석들이 많이 모여있다. 친구의 초등학교 동급생이나, 고등학교 선배의 지인 같은, 전원을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하지만, 막연히 고향 친구들이라는 느낌이 있어서 일 년에 몇 번 정도 모이는 것이다. 오래된 친구가 모이기 때문에, 사람 사귀는 것이 서툰 나라도 불러준다.
확실하지 않은데도 이어지는 이유는, 친구를 잘 돌보기 때문일 것이다. 무리하게 술을 권하거나 콜을 하는 것은 멈추게 했고, 여자가 데려가질 것 같을 때는 급하게 노래방으로 끌고 가고는 했다. 나도 밤새 노래방을 함께 하거나, 너무 마셨다 싶은 녀석한테서 술을 뺏어 마시거나. 그런 일을 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운 얼굴을 봤더니, 그리운 일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몇 년 만나지 못한 동안에도 친구 관계는 계속 이어져 온 모양이다. 이 나이가 되면 어지간히 상식 밖인 인간은 나오지 않는다. 교우관계도 좁아지고, 화려하게 떠들기 싫어하는 안정 지향적인 사람이 많아진다. 그런 이유가 있더라도, 자신이 없는 동안에도 문제없이 돌아간다는 것은 외로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