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26화
상담
거의 대화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고, 조금은 면식이 있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 얼굴은 알았지만, 말을 나눠본 적은 없다. 삼십 줄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여성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성실하게 대한다거나, 정면에서 마주 보고 대화를 해야 한다는 낡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바보 같지만, 그랬다.
내가 제대로 말을 나누는 것은 업무 상대나 점원, 가족밖에 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자면, 그녀뿐이다. 그녀와 만난 일이나 데려와서 키우는 이유, 평소 생활 같은 것을 물어봐도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또, 러브 로맨스와 현실이 섞여 있어서 대답하기 곤란하다.
친척이 현관까지 와서 두고 갔다. 그렇게 말하자, 그녀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무슨 일인지 물어보지 않았는지, 육아방폐 라던지. 그런 가십적인 이야기와 함께 주민표나 호적등본은 어떻게 했는지, 부양 수속이나 건강보험이 어떻다는 질문을 받는다.
그녀에 대해서도,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불쌍해 보였다고 말했다가는 분명 화를 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목구비가 또렷해서 장래에 미인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 범죄자 취급을 받을 것이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내 반응이 나빠지면 그녀에게도 화살이 향한다.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상냥하기 대해주는지 질문한다. 그녀가 말하기를, 엄청나게 커다란 사람으로 보였다고 한다. 인격이 아니라, 신장이다. 몸집이 작고 말라 있었으니, 백 팔십이 되지 않는 나라도 거대하게 보였겠지. 또, 엄청나게 배가 고팠을 때 맛있는 밥을 주었다는 말도 했다. 그녀 나름의 비아냥이다.
그녀의 볼을 잡아당겼다. 비아냥을 들을만한 이유는 있었지만, 가만히 듣고만 있기는 싫었다. 가게에 들어온 이후로 무시를 당한 것도 신경 쓰였다. 여자애를 괴롭히지 마라, 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런 건 내 알 바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같은 것이다.
그녀가 아기를 내려두고 내 위로 올라왔다. 빌려온 고양이처럼 둥글어졌다. 취한 몸에는 무거웠지만, 익숙한 무게였다. 언젠가 전철에서 일어난 일이 있었으니 손을 대지는 않는다. 탁상 위에 튀김이나 회가 많이 남아있다. 마시지 않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겠지만, 너무 많은 양을 주문한 것이다.
여성진의 이야기에 적당히 대답하며 회를 집었다. 어차피 먹지 않는다면 아까우니까. 그녀의 입가에 가져가자, 먹는다.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 같아서 재미있다. 목이 말라서 우롱차에 손을 뻗자, 그녀가 오렌지 주스를 건넸다. 착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은 하지 않는지, 직장에서 만남은 없는지. 그녀의 이야기가 끝나자 이번에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거의 말을 나눈 적도 없는 상대에게 왜 그런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가. 그렇게도 생각했지만, 알고 지낸 시간만이라면 길다. 어린애도 아니니까, 대답할 수밖에 없다.
결혼은 하고 싶지만, 상대가 없다. 직장에도 여자가 없어서 어디선가 만날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해야겠다고는 생각하지만, 직장과 집을 왕복할 뿐이라 기회가 없다. 뭐, 대학에서 애인을 만들지 못한 남녀의 공통된 고민일 것이다. 내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이 년, 삼 년이 지나버린다. 아무튼, 내게는 그녀가 있기 때문에 그녀가 제 몫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돌봐주어야만 한다. 그것이 끝나면, 생각해본다.
제 몫을 한다는 말의 정의가 어렵지만, 적어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기 전까지는 아니었다. 그녀가 여덟 살이니까, 십사 년인가. 마흔넷에 결혼은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남자라면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렇게 말한 시점에서, 여성진의 웃음기가 사라진 것을 눈치챘다. 생각한 그대로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지만, 너무 무거웠을지도 모른다.
남자 혼자서는 곤란한 일도 있을 테고, 아버지에게는 상담하기 어려운 일도 생길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몇 명이 연락처를 건넸다. 학생 시절에는 그렇게 고생해서 전화번호 하나조차 얻을 수 없었는데, 그녀가 있다는 것 만으로 몇 명이 자진해서 알려준다. 누나와 연락을 하지 말라는 말을 들은 만큼 상담할 수 있는 상대가 생긴 것은 솔직하게 고마웠다. 그녀와의 관계가 들키지 않는 한, 도와주는 사람은 몇 명 있어도 곤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