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27화
충고
계속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다. 여성진의 탁상에는 칵테일 정도밖에 없고, 단 술은 취향이 아니다. 굳이 술을 주문해서까지 하고 싶은 말은 없었다. 이곳에는 그녀의 얼굴을 보러 왔을 뿐, 용건은 이미 끝났다.
머리를 팡팡 두드려 돌아보게 하고, 무릎에서 비켜달라고 부탁했다. 너무 갑작스러운가 싶었지만, 딱히 할 말은 없다. 손만 한 번 들고는 자리를 일어서자 그녀가 같이 따라왔다. 데리고 있으면 시끄러울 것 같지만, 오지 말라고는 할 수 없었다. 병아리가 산책하듯 종종걸음으로 따라온다.
원래 앉았던 자리는 이미 사라져서, 사람이 줄어든 중앙에 허리를 내렸다. 신기하게도, 이런 자리에는 계속 이동하는 사람과 완고하게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움직이지 않아도 사람이 모이는 자리도 있고, 몇 명이서 조용히 마시는 자리도 있다. 꼭 본인의 인기와는 관계가 없다는 점이 재미있다.
자리에 앉자, 그녀가 다시 무릎 위를 오르려고 한다. 오 분 정도라면 상관없지만, 술까지 마신다면 견디기 어렵다. 옆자리에 앉도록 재촉했다. 먼저 있던 두 사람이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안경을 낀 남자는 머리가 좋고 수도사 같은 면모가 있다. 어깨 폭이 넓은 남자는 영업부에서 국내외를 밤낮없이 날아다닌다고 들었다.
둘 모두 술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기에 마저 비우고 두 합을 추가로 주문했다. 상 위에 샐러드가 남아있어서 그녀에게 주었다. 요즘은 먹성도 좋아서 먹여주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 생각해보니, 처음에도 그녀는 먹을 것으로 길들였다.
입보다 커다란 것을 먹은 탓이겠지만, 입가나 볼까지 양념이 묻어있다. 신경이 쓰여서 닦아주었더니, 그런 내 모습이 이상했던 모양이다. 남을 돌보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녀도 여성진과 함께 있었을 때는 꼼꼼하게 입 주변을 닦았다는 것이다.
요컨대, 내가 평소에 꼼꼼히 돌봐주기 때문에 그녀 자신도 신경질적일 정도로 더러움을 신경 쓰게 된 것이다. 혼자 있을 때는 직접 닦으면서, 보호자 옆에서는 해주는 대로 가만히 앉아있다. 그 모습이 갑자기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아서 재미있다고 한다.
그런가 싶었다. 그녀가 어리광스러운 면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고, 그럴 때는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쓰지 않는다. 아무래도 지치면 기대는 버릇도 있고, 주의가 산만해져서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다.
어디 한 번, 하고 근육질의 남자가 그녀에게 튀김을 가져갔다. 그러자 입을 오므리고는 도리도리를 한다. 평소보다 더 어린아이 같다. 그녀는 내 앞에서는 긴장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내 젓가락 말고는 입에 대지 않는 것은 솔직하게 기쁘다. 신경 써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신이 나서 계속 먹을 것을 주다 보니, 금방 그녀가 기브업을 했다. 내 옆구리를 두드리며, 이제 됐다 하고. 무릎 위에 머리를 올리고는 누워버렸다. 아무래도, 동행이 피곤하면 술 생각이 사라지는 모양이다. 붙잡아도 귀찮으니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한다.
문득 안경이 내 눈을 바라보고, 붙잡힐만한 일은 하지 마라, 라는 말을 했다. 옆을 보니 영업맨도 눈을 돌려 내 뒤를 보고 있다. 이 둘은 알고 있으면서도, 또한 모르는 척을 할 생각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적당한 인간만 있을 수는 없다. 그게 보통이다.
그래, 하고 대답하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자는 것 같으면서도, 잠들지 않았다. 가만히 탁상 아래의 어둠을 보고 있다. 하지 말라고 해도, 이미 해버렸다. 새삼 다시 생각해봐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선택지는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선택한 길은 오직 나아갈 뿐, 다른 길은 없어졌다.
살짝 그녀를 깨우고 화장실을 가는 척 가게 밖으로 나가게 했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 안경에게 맡겼다. 그럼 조만간, 또 보자. 그렇게만 남기고 나도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들키지 않고 가게를 나올 수 있었다. 소란스러운 장소를 뒤로하고 그녀의 손을 잡자, 지금 내 곁에는 그녀밖에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