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89화 (89/450)

3년 29화

깨물다

그 이후 그녀는 조금 이상해졌다. 평소보다 더 달라붙게 되었고, 평소보다 거리를 두게 되기도 했다. 평소보다 방에 틀어박히게 되었고, 평소보다 일찍 마중을 나오게 되었다. 대체로 불안정해진 것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TV 앞에 허리를 내리자 그녀도 곁에 앉는다. 곁이었다. 단 며칠 전만 해도 무릎 위에 앉아서 고양이처럼 그릉그릉 목을 울리고 있었다. 이쪽이 더 나이에 맞는 행동일지도 모르고, 그게 보통이라고는 생각한다. 단지, 외로웠다. 모처럼 친해진 고양이에게 무시를 당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이쪽으로 오지 않는가, 하고 묻고 말았다. 아무 의도가 없는, 순수한 의문이었다고 말해두고 싶다. 어떤 의도인지 생각할 틈도 없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녀는 가만히 내 얼굴을 보더니, 슬쩍 내 무릎 위로 올라왔다. 오라고 말하려던 것이 아닌데도.

대학에서 교양 과목을 수강할 때 권력론이라는 강의가 있었다. 권력이라는 것은 누군가가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나 회사의 사장 자리가 권력을 지니고 있어서 그에 임명됨으로써 권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양자간에 유형무형을 가리지 않고, 따를 수밖에 없는 관계성이 발생했을 때 그곳에 생기는 것을 권력이라 부른다. 요컨대, 내가 단지 의문을 표할 생각이었어도 그녀에게는 명령으로 들리고 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변명해봤자, 아무 의미 없다.

오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다, 라고 변명처럼 말했다. 싫었는가, 하고 되물어도, 대답하기 곤란하다. 싫다고 생각할 리가 없다. 와줬으면 했다. 오기를 바라서 말한 것이다. 그녀의 온기는 내게 행복을 전해준다. 그녀의 무게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까지 했다.

돌이켜보면, 아버지도 말이 막히면 침묵을 선택하는 사람이었다. 나도 조용히 그녀의 뺨이나 목덜미를 쓰다듬었더니, 팔 안에서 날뛰기 시작했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놀라서 손을 떼어놓았지만, 그녀는 가만히 다리 사이에 앉아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내 팔을 들어 올리고 꽉 껴안는 것이다. 그것을 계속 반복한다.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다. 이 나잇대의 여자아이는 불안정하다고 하지만, 이렇지는 않은 것이 아닐까.

내 팔 위로 뜨거운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서야 겨우,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싫어해도, 날뛰어도 억지로 끌어안고 있자 조금씩 힘이 풀렸다. TV 같은 것이 머릿속에 들어올 리가 없어서, 마음을 다잡는 동안 어느새 그녀는 잠들어 있었다.

그런 날이 주에 몇 번 정도 있었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술자리를 가진 날 이후였기에 원인은 분명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 말을 들은 것이다. 낯선 타인에게 깔보였을 때조차도 그녀는 당당했다. 이 아이를 상처입히는 것은 어려우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지금 이렇게 충격을 받고 있다.

걱정은 됐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고작 딸기나 비파 열매 같은 과일을 사 오거나, 상냥하게 접해주는 정도였다. 가장 기분을 맞춰주기 좋았던 욕실조차도 그녀는 거부하게 되었다. 뒤를 따라서 옷을 벗으려고 하면 들어오지 마라, 하고 문을 두들겨지는 정도였다.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하는 동안, 그녀의 손톱은 엉망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아무래도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생긴 모양이다. 둘이서 나란히 요리를 만들고 있자, 손끝이 톱니처럼 날카로워져 있었다.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요령부득했다. 자기 자신조차 눈치를 채지 못했다고 한다.

조용히 관찰해보자, 갑작스러운 순간에 엄지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물었다. 그 모습은 아기 같아서 귀여웠지만, 손톱을 물어뜯는다면 웃을 수가 없다. 당황스레 손을 멈추자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정말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오른손의 엄지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이자, 왼손이 보인다. 반창고를 늘려도, 제자리걸음처럼 손톱을 뜯은 자국이 늘어나기만 했다. 이제 와서, 난 그녀를 술자리로 데려간 일을 후회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그녀에게 대체 무슨 말을 했다는 말인가. 그저 즐겁게 술을 마시고 싶었을 뿐이다. 어떤 말을 들어도 일일이 상처받을 리가 없다, 어린애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깨달았다. 그녀는 아직, 어린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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