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90화 (90/450)

3년 30화

계속

어느 날 식탁에서 마주 보고 그녀에게 말했다. 손톱을 물어뜯는 것을 그만하도록. 본인도 자각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진다는 말인가, 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고 그저 손을 써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라고도 생각한다.

내 얼굴이 험했는지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른쪽을 보고, 왼쪽을 보면서 헤매고 있다. 손가락을 만지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런 말을 들어도 곤란하겠지. 하지만, 나도 곤란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무심코 한숨이 새었다.

핫 하고 고개를 든 그녀의 표정은 생각했던 것보다 절박해 보였다. 보기에는 무표정해 보이지만, 눈을 크게 뜨고 있다. 평소보다 눈의 하얌이 두드러졌다. 그렇게 하라고 한다면 그만하겠다, 라고 중얼거렸다. 기시감이 느껴진다. 결국, 내 말은 그녀에게는 명령으로 들려버린다.

아니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게 아니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눈을 감았다. 소리쳐도 어쩔 수 없다. 그녀가 나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나쁜 의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최근 몇 년이나 큰소리를 낸 적은 없었고, 겁먹게 하고 싶지 않다. 잠시 시간을 두고 말했다.

최대한 느긋하게 말을 꺼냈다. 씹어 삼키듯,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난 별로 명령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꼭 그래야만 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정말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손톱을 뜯어도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손톱을 뜯고 싶지 않을 테고, 이유도 모를 것이다. 무언가 괴로운 일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내 말투가 나빴다는 것을 눈치챘다. 손톱을 뜯는지 어떤지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고민이 있다면 말해주었으면 한다. 그뿐이다.

말을 끝마치고 자기 혐오를 느낀다. 무언가 괴로운 일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나와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없었다면 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내가 없었다면 인생에 오점을 만들 일은 없었다. 내가 없었다면 지금 이곳에 이렇게 있을 일은 없다. 어느 입으로 그런 말을 하는가.

잠시 지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자신은 이곳에 있어도 되는가, 하고. 잘 이해되지 않는 말이었다. 좀 더 다른 무언가를 상상하고 있었다. 손가락에 대해 말하지 말라던가, 다가오지 말라는 말을 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욕을 한다고 해도 솔직하게 입에 담지는 않을까. 하지만, 종속의 말로서도 애매하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대답은 심플했다. 언제까지든 있어도 된다. 그녀가 바란다면 언제까지고 있어도 좋고, 나가고 싶어진다면 당장이라도 나가도 좋다. 그렇다면 필요한 만큼의 돈과 장소, 도움을 줄 사람을 찾아줄 수 있다. 속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최소한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 계속 있겠다. 그것이 그녀의 대답이었다. 계속, 은 몇 년일까. 지금이 여덟 살이면 십 년으로 여고생인가. 한참 전에 애인을 만들어서, 자립도 할 수 있다. 그런 각오는 나도 이미 마쳤을 생각이다. 그녀가 없어지면 그때 정리를 하면 된다. 그녀가 계속, 있어 주는 동안은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

잘 모르겠지만 납득은 한 모양이었다. 이제 손톱을 뜯지 않아도 괜찮은가, 하고 묻자 작게 수긍했다. 이야기가 일단락됐으니 자리를 뜨려고 하자 그녀가 테이블 아래로 들어간다. 기어서 내 다리 아래까지 오더니, 지퍼를 물었다. 벌써 몇 번이고 한 탓에 입으로 여는 행동이 실로 능숙했다. 스무즈한 것이 아니라, 조금 걸려도 억지로 여는 것이다. 사양이 없어졌다.

갑자기 봉사를 해주는 이유도 모르겠고, 무슨 대가를 원하는지도 전혀 알 수가 없다. 적어도 말이라도 해보려고 다리를 움직이려 하자 양다리를 꼭 붙잡힌다. 어중간한 자세였던 탓에 물건이 어중간하게 나오지 않았다. 트렁크스와 슬랙스가 부풀어 오른 만큼, 끝에서 중간까지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봉사는 첨단에 집중돼서 구멍이나 뒷줄기를 능숙하게 자극했다. 빨아들이거나, 입술로 원을 그려 압박하거나, 위턱에 문지른다. 절묘한 힘 가감으로 머리 전체를 피스톤 하지 않아도 충분히 기분이 좋다. 최근 소식이 없었던 탓도 있어서 금세 나오고 말았다. 끝난 다음에도 그녀는 정성스럽게 핥아내서 입만으로 바지에 넣어주었다. 거의 장인의 솜씨였다.

기어 나온 그녀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깡총하고 뛰어올라서 어깨에 턱을 올리고 안겼다. 그런 모습이 어째선지 아이가 아닌 여성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를 말로 밀어붙일 때 자주 짓는, 그 표정을 내게 향한 것은 처음이 아닐까. 기억과는 다르게 그 표정은 두렵지 않았다. 묘하게 상냥해 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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