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91화 (91/450)

4년 1화

속셈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할까. 그 이후로 그녀와의 사이가 더욱 가까워졌다. 너무 가깝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예를 들어, 내가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오면 벌써 준비를 마친 그녀가 부엌에 서 있다. 상당히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마주치면 먼저 키스를 한다. 그녀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고개를 내리면 아기 새가 쪼아먹는 것처럼 되어버린다. 아침 인사의 키스가 끝나면 식사를 만들기 시작하고, 식탁까지 옮기고 나면 식전의 키스가 있다. 다 먹고 나면 당연한 것처럼 잘 먹었습니다의 키스가 있고, 나갈 때는 다녀오세요의 키스가 있다. 말하자면, 무언가 행동을 할 때마다 반드시 키스를 하는 것이다. 내가 바란 것이 아니다. 그녀 쪽에서 하는 것이다.

이것은 퇴근하고 나서도 변함없다. 오히려 돌아오고 나서가 더 격하다. 다녀왔어의 키스를 하고, 부엌에서의 키스도 한다. 아침은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겠지만, 저녁 식사를 할 때는 조금 움직이기만 해도 키스를 하려고 한다. 간장이나 채저를 집을 때마다 하려고 하니까, 조금 귀찮기까지 하다. 식사 전후에 TV를 보는 사이에도 한다. 욕실에서도 하고, 자기 전에도 한다. 요즘은 이불 안에 들어오는 일도, 가끔이지만 있다.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이유도 모르겠고, 그것이 해소된 이유도 잘 알지 못한다. 손톱의 아픔이 누그러진 것은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이후니까, 그것이 이유라고는 생각하지만. 그 대화의 무엇이 마음에 닿은 것인지 조금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또 있다. 그녀는 이만큼 봉사를 하면서도 무엇 하나 요구하지 않는다. 키스뿐만 아니라, 손이나 입으로 해주는 일도 늘었다. 욕실에서의 일은 치외법권 같은 부분이 있으니 빼놓더라도, 식탁이나 거실에서도 이따금 해주게 되었다. 횟수에 따라 무언가 권리가 발생하게 되는데, 그 대가를 언급한 적이 없다.

한번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현관에서 해준 적이 있었다. 그전까지는 입으로 해준다고는 해도, 욕실에서 씻은 다음이었다. 나 자신도 만지고 싶지 않고, 씻은 뒤에는 손을 닦는다. 그런 것을 만지게 하는 것이기에 일단 청결에는 신경을 써왔다.

그날은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씻을 여유가 없었다. 재빨리 다가와서는 무척 자연스럽게 지퍼를 내리니까 무언가를 생각할 틈도 없었다. 그녀가 얼굴을 가까이하고 한순간 얼굴을 찌푸린 것을 보고 처음, 아아, 오늘은 아직 씻지 못했는데, 라는 것을 떠올렸다.

오늘은 됐다, 또는, 잠깐 씻고 오겠다, 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에잇, 하고 그녀가 그것을 입에 넣고 말았다. 웅얼웅얼하며 혀를 움직여서 내 물건을 구석까지 핥아준다. 그 정도로 깨끗하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금 지나자, 껍질을 벗기는 것이 아니라 그 틈새에 혀를 집어넣었다. 뜬금없게도, 아, 그런 책도 본 적이 있는데, 라는 생각을 했다.

벗겨진 상태에서 핥아지는 것보다 그렇게 집어넣은 쪽이 더 기분 좋았다. 생각건대, 껍질과 살 사이에 압력이 생기기 때문에 힘이 더 강한 탓이 아닐까. 기분이 좋아지면 당연히 커지게 된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것이겠지. 그녀가 얼굴을 떼고 바지에서 멀어지는 것을 알았다.

현관문 너머에는 복도와 계단이 있어서, 옆집 사람이 걸어가는 발소리마저 들렸다. 그녀가 숨을 쉬기 위해 입을 떼면 바깥 공기에 닿고, 타액이 말라서 갑자기 시원해진다. 물론 흥분은 하고 있지만, 묘하게 일상적인 느낌이 들어서 이상했다. 현관 앞에서 고간을 내놓은 서른 남성이란 성적이라기보다 우스꽝스럽다.

딴생각을 해도 줄어들지 않는 것이 반대로 신기했다. 그녀가 슥 물건을 물었기에, 조금씩 허리를 움직인다. 그녀는 괴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거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서툴지만 움직임을 맞추며 더 큰 자극을 주려고 노력해준다. 접시에 간장을 뿌릴 때도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미지가 있다. 어떤 일에도 창의적인 생각과 방식이 있어서, 그녀는 바로 그런 것을 해주고 있었다. 기특하다, 라고 생각했다.

내버린 다음, 그녀가 마시기를 기다리고는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무슨 일, 에는 현관 앞에서 하는 것도 그렇지만, 하기만 하고 요구하지 않는 것은 어째서인지 물어보는 의미도 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당신에게 해주는 것은 당연하다, 라는 듯한 말을 했다.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해주는. 그런 자못 당연하다는 모습을 보고, 퍼즐 조각처럼 맞아 떨어졌다. 요즘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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