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2화
대가
그렇다면 그런대로 상관없지만, 받기만 하고 아무것도 보답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녀가 행위를 하면 그만큼 그녀에게 돌려준다. 나와 그녀는 그런 방식으로 대등하게 지내왔다. 말뿐인 약속이지만, 그것을 어길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능한 만큼 기억을 되살려서 그녀가 해준 일을 기록했다. 매일 한 키스의 횟수, 손으로 한 일, 입으로 한 일, 욕실에서는 몇 번인가 작은 용무를 본 적도 있다.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던 이후 욕실에서 하고 싶어질 때면 굳이 선언하고 내 쪽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남자처럼 대체적인 방향은 알지만 생각보다 튀는 일도 있다고 한다. 몇 번인가 배나 허벅지에 뿌려진 적도 있다.
솔직하게 말해서, 처음 몇 번은 흥분됐다. 화장실이나 속옷을 입은 채로 시켰을 때도 그랬지만, 익숙하지 않은 데다 집이 아닌 장소였다는 점이 컸다. 하지만 그것도 몇 번 정도 반복되면 더는 별 감흥이 없어지게 된다. 오늘은 색이 진하구나, 또는 양이 적구나, 처럼 냉정하게 보게 된다. 여자도 끝난 다음에는 몸을 떠는구나, 라거나.
어떻게 보면 강매라고 할 수도 있고, 그런 것까지 포함하는 것은 석연치 않다. 하지만 행위로서는 충분하기 때문에 규칙을 벗어난 일은 아니다. 일반적인 시점으로 봐도 역시 상당히 과격한 플레이겠지. 그런 사소한 일로 제외하는 것은 도량이 좁은 행위다.
그렇게 점수를 계산하고, 내 쪽에서 그녀에게 원하는 것이 있는지 재촉하기로 했다. 그러면 그녀도 그때그때 원하는 것을 말해주겠지. 단지, 계산해둔 것을 고려해서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당하거나 걸맞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딸기나 멜론이 먹고 싶다거나, 케이크나 와플이 먹고 싶다는 것은 비교적 알기 쉽다. 가격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봉사에 걸맞은 것을 살 수 있으니까. 내가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지만, 그 점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볼펜이 나오지 않게 되어서 심을 사고 싶다거나, 밀가루를 거의 다 썼으니 새로운 것을, 같은 말을 들어도 곤란하다. 그런 것은 필요 경비에 포함되는 것이지, 굳이 부탁해서 사는 것이 아니다. 그것 외에는 없는지 물어봐도 샴푸를 다 썼다거나 부엌의 스펀지를 꺼내달라는 말 밖에는 하지 않는다.
생활감이 느껴지는 여자아이도 싫지는 않지만, 내가 묻고 싶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몇 번 정도 비슷한 대화를 하고 본인에게 듣는 것을 포기했다. 원하는지 아닌지가 아니라, 본인이 갖고 싶어 할만한 것을 사주는 것이다.
그녀는 달콤한 것을 좋아하니까 제철 과일이 끊기지 않도록 한다. 또, 대부분 그렇겠지만 귀여운 것을 좋아하므로 인형인 타누베의 친구를 만들어 준다. 과자를 만드는 데 참고가 될만한 책을 사 오고, 재봉 도구나 미싱같은 것도 벽장에서 꺼냈다.
적중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인형은 열 개가 가까워진 시점에서 스톱 신호를 받았다. 아이 한 명 방으로는 충분한 크기지만, 둘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 허세를 부려서 커다란 인형만을 고른 것이 좋지 않았다. 이제 타누베는 이불 속이 정위치라고 한다.
과일은 기뻐해 주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곤란한 부분이 있다.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녀는 꽤 둥글다. 초등학교 삼 학년이면 성장기니까 조금 살이 쪄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이미지가 있었기에, 비쩍 마른 것보다는 둥근 편이 건강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식후에 반드시 과일을 먹게 된다면 웃을 수가 없다. 팔뚝이나 무릎까지 포동포동해서 피부가 튕겨질 정도다. 다행히 삼 주 정도 만에 알아채서 멈추었더니 어떻게든 원래 사이즈로 돌아오기는 했다. 멋대로 사고, 멋대로 그만두니 그녀는 불만스러운 것 같았지만.
말하기는 그렇지만, 난 그녀를 금이야 옥이야 떠받드는 경향이 있다. 그 자신감이 그녀를 지지하고 있어서 반에서도 당당하게 지내는 것 같지만. 하지만, 보통은 조금 귀엽고 공부를 잘 하더라도 자신이 살찐 것을 신경 쓰지 않을까. 그런 의미로는 난 그녀를 너무 받아주기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