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93화 (93/450)

4년 3화

별명

어느 날, 집에 돌아왔더니 어쩐지 그녀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이유를 물어보자 같은 반 남자아이에게 무민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무민이 무엇인지 아는지 물어보니, 숲의 요정이라고. 아무래도, 그녀는 무민이 팅커벨의 친구라고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집에도 무민 굿즈가 몇 가지 있다. 어머니는 스너프킨, 누나는 미이를 좋아해서 머그컵이나 티스푼 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는 당연히 무민도 있다. 그녀도 써본 적이 있을 테지만, 그것이 무민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초등학생에게 알파벳은 아직 이른 것일까.

평범하게 생각해서, 무민이라는 별명은 칭찬이 아닐 것이다. 나도 느끼고 있지만, 그녀는 살이 쪘다. 뚱뚱한 정도는 아니어도 둥글기는 하다. 그래서 무민이라고 불린 것이 아닐까. 남자가 여자를 놀리는 이유는 대체로 정해져 있다. 아마, 그녀를 좋아하는 것이겠지. 신경은 쓰고 있다.

남자라는 것은 바보라서, 귀엽다거나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나도 악담을 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역시 솔직하지는 못했다. 손에 들기 좋은 나무 봉이나 멋진 모양의 돌을 선물하고는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도 꽤 어른이 되었다.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녀가 좋아할 만한 것을 주게 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상대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애초에, 내 감성을 공감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어떤 남자인지 물어보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하기를 망설이는 것이 아니라, 인상에 남아 있지 않은 모양이다. 남자는 남자, 여자는 여자의 커뮤니티가 있어서 그 사이를 왕래하는 아이는 많지 않다. 그녀는 여자의 그룹에 틀어박혀 있기 때문에, 남자는 관심 밖이라는 것 같다.

겨우 초등학생한테,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우월감을 느꼈다. 분명, 그 반 친구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집에 돌아간 그녀가 키스를 하고, 입으로 하고, 온몸으로 내게 봉사를 한다는 것을. 애초에, 초등학생의 지식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 어브노멀한 것을 제하더라도, 그녀에 대해 모르는 것은 거의 없다. 과일이나 케이크 등 달콤한 것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포도를 가장 좋아한다. 귀 뒤편이나 턱 언저리가 약하고, 만지면 금세 따른다. 짜증이 나면 주먹을 쓴다거나, 낭독을 잘 한다는 것도. 나만이 알고 있다.

너무 심술궂다고는 생각했지만, 난 찬장에서 머그컵을 꺼냈다. 멍한 표정으로 받아든 그녀에게, 그게 무민이야, 라고 알려주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 같았지만, 곧 이해한 모양이다. 목부터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어간다.

수치심인가, 분노인가. 어느 한쪽이기도 하고, 양쪽 모두이기도 하겠지만 어느 쪽이냐면 후자가 그녀답다. 기뻐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라고 생각할 것 같다. 이것으로 그녀는 그 남자아이를 싫어해 주겠지. 가르쳐준 것은 나지만, 자신이 뿌린 씨앗이다.

내가 내심 기뻐하고 있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의심스러운 눈으로 노려보기에, 안심해서 그렇다, 라고 말해두었다. 전혀 이해할 수 없어 보였지만, 상관없다. 바보 같은 아이들 사이에 있는 동안, 아직은 내 곁에 있어 줄 테니까.

얼마나 둥글어도 난 사랑스럽다고 생각한다, 라고 말하자 아무 말 없이 펀치가 날아왔다. 칭찬할 생각이었는데 얻어 맞으니 불합리하다.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들어 올린다. 입술을 맞추고, 몇 번 정도 혀를 얽히자 겨우 침착한 모양이다. 키스에는 진정 작용도 있는 것이 아닐까.

옷깃으로 입술을 쓱 닦는 모습을 보면 서글퍼지지만, 그리고서는 비교적 평온하게 요리에 전념할 수 있었다. 단지, 그 이후로 그녀는 무민 머그컵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쓰는 것도 싫어해서 지금은 찬장 안쪽에 봉인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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