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4화
이빨
패션쇼를 한다는 말을 잊은 것은 아니다. 일단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기는 하다. 단지, 다양한 일이 있었던 탓에 흥이 식어버린 것이다. 어느 때라도 귀여웠고,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 굳이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일을 떠올린 것은,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 재미있어졌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왔더니, 마중을 나온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목소리가 바닥을 향하는 탓일까, 왠지 모르게 얌전하다. 평소에는 무표정 나름대로 환영해주는데.
기분이 좋지 않은가 싶어서, 머리에 손을 얹고 곧바로 안에 들어가려고 했다.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는지 셔츠 소매를 잡아당긴다. 다녀왔어의 키스가 아직이라고. 내가 그렇게 정한 것도 아닌데, 의무처럼 말해도 곤란하지만.
고개를 숙이자 그녀가 손을 올리고 내 눈을 가린다. 그 행동에 그리움이 느껴졌다. 몇 년 전에는 곧잘 했었다. 입을 맞추자, 그녀가 왜 얼굴을 숨겼는지 알 수 있었다. 혀를 집어넣으니 있어야 할 곳이 비어있다. 며칠 전에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위쪽 앞니가 빠져있었다.
아마도 아래턱 쪽이 더 일찍 빠지는 모양이다. 작년쯤에도 같은 일을 경험했다. 무섭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그렇다면 일부러 숨기기보다는 내게 상담할 것이다. 그 정도의 신뢰 관계는 쌓아왔다.
혀를 기자, 이가 빠진 자리에서 독특한 감촉이 느껴진다. 옆에서 만지는 것보다 부드럽고, 치근이 있던 구멍도 비어있다. 타액에 섞여서 어딘가 피 냄새가 난다. 잇몸에 닿을 때마다 그녀가 혀를 떨어서, 나도 모르게 자꾸만 만끽해버린다.
그녀가 내 어깨를 가볍게 눌렀다. 끝내자는 신호에 입술을 떼자, 살짝 벌어진 입안이 눈에 들어온다. 무엇을 그렇게 신경 쓰고 있었는지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아랫니에 비해 윗니가 빠진 얼굴은 아무래도 바보 같아 보였다. 프라이드가 높은 그녀에게는 용서할 수 없는 모습이겠지.
표정에 드러낼 생각은 없었지만, 알아챈 모양이다. 빤히 바라보았으니 당연한가. 기세 좋게 내 배를 때린다. 저녁도 먹기 편하라고 인스턴트 면을 내놓았다. 바보 취급을 한다고 생각했는지, 더욱 화내고 있다. 미움받은 겸, 은 아니지만, 모처럼이니까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다. 팔불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냥 카메라를 향하면 화를 내고 있기 때문에 고개를 돌린다. 카메라를 들고 움직이면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도망가고, 끝내는 손으로 가려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강제로 손을 치우고 찍을 수는 없다. 매번 하는 일이지만, 물건으로 낚아야 한다.
며칠 정도가 지나 열기가 식었을 즈음,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꽤 시간이 지났지만, 패션쇼를 하고 싶다. 괜찮다면 주말에 해보지 않겠는가. 망설이고 있었기에, 귀여운 모습을 보고 싶다고도 말해보았다.
약속은 지키는 것이라고 가르쳤기 때문인지, 아부에 약한 것인지, 그녀는 흔쾌히 승낙했다. 다행히 내 의도는 전해지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다양한 옷을 입은 그녀도 보고 싶지만, 가장 큰 목적은 이가 빠진 얼굴을 찍어두는 것이다.
약속이 정해지고 나서는 최대한 이빨에 대해 말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눈치챌 수도 있고, 기분이 상해서 없었던 일이 되면 곤란하다. 평소처럼 대하도록 노력했지만, 왠지 모르게 상냥하다는 말을 들었다. 자연스러움을 가장하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럴 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주말이 기대돼서 들떠있는지도 모른다. 너무 기다려진다, 라고. 솔직한 기분이니까 모가 날 일은 없다. 그녀도 기대되는지, 밤중에도 옷장을 뒤지는 소리가 들렸다. 덕분에 조금 잠이 부족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