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95화 (95/450)

4년 5화

무대는 항상 식사하는 거실을 사용하기로 했다. 테이블을 정리하면 나름대로 넓어 보인다. 현관에서 거실 사이에 문이 없고, 거실과 부엌이 붙어있다. 그녀와 내 방도 그대로 이어져 있다. 방에서 나온 그녀가 모델인지, 평소대로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거실에 의자 하나만을 남기고 그녀를 기다린다. 디지털카메라와 컵을 가지고 가만히 앉아있다. 몇 시간이 걸릴지 몰라서, 일단은 마실 것과 과자 정도는 준비했다. 그녀는 즐기기 시작하면 끝없이 계속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미리 준비하는 편이 무난하다.

어떤 것을 입어라,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좋아하고, 특히 용모에 자신을 가지고 있다. 아부에 약하고, 과시하기 좋아하며, 어리광스러운 부분도 있다. 아마 칭찬하기 시작하면 서랍 안의 옷을 모두 꺼내리라. 난색을 보였던 옷도 구매한 시점에서 이미 입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메밀차를 마시면서 기다리자, 그녀가 방에서 나온다. 처음 한 장은 평소대로의 양복을 고른 모양이다. 파스텔 색조의 파랑과 노랑 체크무늬 셔츠에, 옅은 분홍 스커트를 맞추었다. 뺨이 홍조를 띠고 있어서 옷보다는 그녀가 훨씬 귀여워 보인다. 결국, 남자가 보는 것은 옷이 아닌 여자라는 것이다.

모처럼 입혀놓고 그대로 입에 담으면 화를 낼 것이 분명하다. 서른 몇 년을 살다 보면 과연 처세술 정도는 몸에 익는다. 귀엽다, 또는, 잘 어울린다, 라고 말해본다. 솔직히 말해서, 위아래가 모두 부드러운 색조이기에 아무래도 약해 보였다. 그녀 자신의 이목구비가 또렷하기에 의상으로서는 부족하다. 색이 진한 브로치를 붙이거나, 의장이 붙은 벨트라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생각한다고 해서 그것을 말로 꺼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장식품에 관해서 날 신용하지 않는다. 함께 사러 갈 때도 점원이 하는 말만 듣는다. 평일엔 와이셔츠, 휴일엔 밋밋한 폴로 셔츠만 입으니까 내게 그런 감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기분이 상할만한 일을 굳이 말하지 않는다.

미소를 짓고 서 있어서, 한두 바퀴 돌아보거나 포즈를 취해달라고 했다. 처음 한 장이기도 하니까, 아무튼 셔터를 마구 누른다. 용량은 여유가 있으니 화질을 올려도 네 자릿수는 찍을 수 있다. 시대의 진보는 굉장하다.

옆이나 뒷모습도 좋지만, 조금 망설이며 포즈를 잡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모델이라기보다는 발돋움하는 어린이다. 들어보니 친구와 로우 틴 잡지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틴조차 되지 않은 그녀에게는 연상의 언니가 읽는 잡지겠지만. 나머지는 드라마나 만화에 나오는 것이 고작이라, 어디선가 본 듯한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흉내 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가끔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인격에 영향을 미치는가 아닌가, 하는 논란이 일어날 때가 있다. 만화에서 사람을 죽였다고 해서, 그것을 읽은 아이가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 내가 말하기는 뭐하지만, 그녀를 그런 어리석은 아이로 기른 적은 없다.

단지, 창작물을 대량으로 섭취하면 영향이 없지는 않다. 그녀도 히로인의 옷을 갖고 싶어하거나, 특징적인 대사를 흉내 내고는 한다. 지금도 포즈를 취하면서 만화 속 여자아이의 행동을 따라 해버리는 것이다. 십 년 후에 이것을 보고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할까.

한바탕 찍고 난 뒤, 나도 그녀도 만족한 시점에서 한 벌째가 끝났다. 처음 한 벌이기도 해서, 그것만으로 삼십 분 정도를 사용하고 말았다. 차를 마시고 한숨 돌리자, 내게 키스를 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일부러 내게 키스를 한 의미를 모르겠다. 일이 있을 때마다 키스한다니, 프랑스 영화 같다.

그녀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영상을 확인한다. 나머지는 전신 포즈니까, 처음 몇 장인가. 찾아보자, 확실하게 그녀의 미소가 찍혀있다. 찍기 시작했을 때는 조심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곧 입을 열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일단은 처음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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