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6화
시뇽
두 벌째는 하늘색 원피스, 세 벌째는 옅은 녹색의 플레어스커트로 평소에 즐겨 입는 옷들이 이어진다. 마음에 들고 자주 입는, 자기 취향의 옷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당연한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동안은 사랑스러워 보이고, 실제로도 그녀는 사랑스럽다. 단지, 몇 번씩 본 것을 입고 나오면 신선한 리액션을 보여주기는 어렵다. 조금 건성이 되어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로서도 타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찍는 사진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몇백 장이나 찍을 수 있다고는 해도, 일상의 모습을 몇십 장이나 찍는 것은 어떤가 싶다. 한 장을 찍는데 들이는 시간이 줄어들었으니, 그녀도 알아챘겠지. 열 몇 번째의 키스를 한 시점에서 겨우 분위기가 바뀌었다.
옷깃이 달린 소매가 짧은 셔츠에 핫팬츠를 맞춘, 보이쉬한 스타일이다. 언젠가 내가 열심히 권한 물건이다. 다시 봐도 역시 귀엽다. 별로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자아이 같은 모습을 한 여자아이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아무리 보이쉬하다고는 해도, 역시 남자와 여자는 체형이 다르다. 아직 어린아이기는 하지만, 어깨의 선이나 허벅지는 영락없는 여자아이였다. 하늘거리며 체형을 가리는 스커트와 달리, 핫팬츠는 팔다리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 같다.
한차례 사진을 찍고 나서 생각했지만, 그녀의 자랑인 허리 아래까지 뻗은 머리카락은 아무래도 보이쉬한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는다. 손짓으로 그녀를 부르고, 머리를 정리해서 좌우로 만두를 만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수도 없이 했던 일이라, 손이 기억하고 있다. 뭣하면, 세 갈래로 땋을 수도 있다.
그녀는 자기가 어떤 모습이 되었는지 잘 모른다. 어떻게든 뒤를 보려고 하기에, 욕실에서 거울을 보고 오라고 말해주었다. 아무리 신경 쓰인다고 해도 목을 돌린다고 머리가 보이지는 않겠지. 콩콩하고 달려가는 모습을 보니, 머리를 정리해도 둔한 부분은 변함없는 모양이다.
달려서 돌아온 그녀는, 어떻게 이렇게 한 것인지 무척 궁금한 것 같았다. 나도 누나도 어렸을 때는 머리를 길러서, 한때는 지금의 그녀만큼 긴 적이 있었다. 씻고 나면 머리가 바닥에 닿아서 더러워진다고 했으니, 그녀보다 길었을지도 모른다.
처음은 어머니가 누나의 머리를 묶어주었고, 곧 스스로 묶을 수 있게 되었다. 머지않아 남동생이라는 명령하면 무슨 말이든 듣는 존재가 나타나서, 귀찮은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 싫다고는 말할 수 없어서, 나도 자연스레 머리를 묶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솔직하게 대답해도 상관없지만, 말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는 사람의 머리를 묶어준 적이 있다고 대답하자, 그것이 누구인지 끈질기게 물어본다. 내 친구는 한 번 만났지만, 누구라고 말한다고 알까. 하지만, 신기하게도 적당한 이름을 대서 얼버무리면 곧바로 간파해버린다.
어쩔 수 없이 누나의 머리를 묶어주었다고 말하자, 곧바로 기분이 나빠진다. 그럴 것 같아서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 한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는데도, 그녀는 누나를 싫어한다. 계속 이 집에서 살아왔고, 가족이었기 때문에 화제에 오를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얼굴에 구름이 드리운다.
지금도 분한 듯 바라보더니, 머리를 풀려고 하기에 서둘러 말렸다. 실제로, 그녀의 만두 머리는 신선하고 사랑스럽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풀지 않았으면 좋겠다. 평소와는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 라거나, 평소보다 활발해보인다, 라고 치켜세운다. 최선을 다해서 어떻게든 흐지부지하게 만들었다.
아무튼, 모습이 바뀌어서 촬영 의욕도 늘어났다. 몇십장씩 찍다 보니 조금은 익숙해졌다. 예를 들어, 올려다보는 포즈와 눈을 치뜨는 것은 미묘하게 다르다. 옆모습을 찍는 것과 옆얼굴을 찍는 것도 다르다. 미소를 띤 표정과 웃는 얼굴도 다르다. 자연스러움과 부자연스러움이라고 표현하면 알기 쉽다. 어느 한쪽이 더 좋은 것은 아니다. 꾸밈없는 표정이라서 좋다고 할 수 있고, 날 기쁘게 하려고 해주니까 좋다고도 할 수 있다.
몇십장씩 사진을 찍고, 칭찬하고, 키스를 나누자 그녀는 점점 흥분해서 빨갛게 되어간다. 부끄러워서 쑥스러워하는 붉은 뺨도 사랑스럽지만, 흥분으로 몸을 맡겨오는 행동 또한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