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97화 (97/450)

4년 7화

자락

평범한 옷이 끝나자 코스튬이 튀어나온다. 그녀의 취향이 아니라 내가 무리하게 부탁해서 산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를 위한 코스프레 굿즈, 앨리스를 모사한 하늘색 레이스 원피스. 평범한 옷처럼 보이지만 아는 사람에겐 코스프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옷감도 싸구려고.

간호사 같은 백의의 제복도 있고, 여고생 같은 플리츠 스커트에 하얀 와이셔츠도 있다. 의외로 이런 어른스러운 옷은 손에 넣기 쉽다. 발돋움하고 싶어 하는 여자아이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인터넷 쇼핑까지 생각하면 없는 것이 없다.

그중에서도 고스로리 전문점에서 산 옷은 과연 중후하고 정성스럽게 디자인되어 있다.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면 겉모습뿐만 아니라 착용감까지 신경을 쓴 모양이다. 흔히 말하는 흰, 검정 고스로리에 아마로리까지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샀다. 상당한 금액이었지만 만족스럽다.

신기하게도 흰색이나 검은색은 나이가 있어도 볼만하지만, 아마로리는 어울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녀 정도로 어린 소녀라면 분홍색 색조도 잘 어울리므로 실로 사랑스럽다. 정교한 레이스는 마치 아기를 감싸는 천으로도 보인다. 사랑스럽다(可愛い)는 것은, 말 그대로 사랑스러운(可愛) 것이다.

어때어때하고 반드시 감상을 물어보니까, 매번 다른 말로 칭찬해야 한다. 나만 답하는 것이 불공평하게 느껴져서 신경 쓰이는 것을 물어봤다. 대답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빙긋 웃으며 스커트 자락을 들어 올렸다. 무릎 위에 오므라진 천이 보인다. 아무래도, 내가 열심히 권한 드로워즈를 입어준 모양이다.

입은 감촉은 어떤지 물어보니 파자마 같아서 편하다고 한다. 파자마 같다, 라는 표현이 신경 쓰여서 다시 물어보자, 그녀는 파자마를 입을 때 속옷을 입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드로워즈도 팬티만큼 조이지 않아서 편한 것이겠지. 그렇게 지내고 있었다니, 전혀 몰랐다.

눈앞에서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면 안을 보고 싶어진다. 더 올릴 수 있는지 물어보자, 대신 무엇을 해줄 거냐고 되묻는다. 그녀도 꽤 능숙해졌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드리우고 교섭을 꺼낸다.

키스를 해주겠다고 말하자마자 쓱 얼굴이 다가오고 입술이 겹쳐졌다. 그건 보수가 될 수 없다,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겠지. 욕실에서 몸을 씻겨주겠다고 해도 불만스러워 보인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굳이 꺼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친숙해진 것은 좋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조금 문제다.

생각이 나지 않아 망설이고 있었더니, 이게 좋다면서 내 오른손을 들었다. 오늘 하루 동안 내 오른손을 가지겠다는 것이다. 타인의 오른손으로 무얼 하려는 걸까. 설마 잘라내겠다는 것은 아닐 테고. 마음대로 하라고 말하자, 양손으로 꼭 붙잡힌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녀는 내 손가락을 바라보고는 혀를 내밀었다. 세탁을 하기 위해서 자주 하다 보니 습관이 된 것이겠지. 그럴 거면 보수로 받아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평소엔 손가락 하나지만, 오늘은 손바닥까지라는 차이는 있다.

한바탕 하고 만족했겠다 싶어서, 다시 한번 스커트 안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내 손가락을 이로 물고 스커트의 끝자락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실제로 보니 에로틱하다기보다는 아이다운 느낌이 앞선다. 그게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지만.

속옷에서 눈을 떼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자, 입의 양 끝을 늘이며 미소짓는다. 물려있는 중지에 자극이 달린다. 문득 생각나서 다시 한번 드로워즈를 확인하자, 중앙이 나뉘어 있다. 이것은 전문점에서 산 것이 아닌, 내가 인터넷으로 주문했던 고간이 열린 옛날 방식의 드로워즈였다. 요즘은 밤 생활에서 밖에 볼 수 없는 그것.

만져보고 싶은지 물어보기에, 무심코 수긍하고 말았다. 언제부터인지, 그녀는 그런 말을 하게 되었다. 그녀로부터 말하게 되었다. 요컨대, 그녀는 만지는 의미도, 그 이후의 일까지 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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