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98화 (98/450)

4년 8화

왼쪽

상황만 놓고 보면 고혹적일지도 모르지만, 묘하게 상냥한 표정을 짓고 있다. 눈썹과 눈을 활처럼 휘며 미소짓고 있다. 화낼 때는 눈을 크게 치뜨는 경향이 있으니까, 더욱 그렇게 보인다. 이런 표정은 전에도 몇 번인가 본 적이 있다. 최근에서야 알게 된 일이지만, 아무래도 그녀는 기분이 좋으면 눈을 가늘이는 버릇이 있는 모양이다.

내가 보고 있었던 상냥함은 그녀의 내면이 아니라, 그저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마더콘 기질이 있는 나는 그녀 안에서 모성을 찾고 있었다. 알아챈 이상 다시 걸릴만한 트릭이 아니기에, 좋든 싫든 더는 환상을 안을 수 없게 된다.

내가 곧바로 대답해서 만족한 것이리라. 둥근 뺨을 더욱 부풀리며 그녀가 우물우물 중얼거렸다. 내 손가락을 물고 있는 그대로이기에,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들을 수 없다. 몇 번인가 되묻던 차에, 그녀가 내 왼손을 들어 올렸다.

아마도 보기 위해서는 오른손, 만지고 싶다면 왼손이라는 것이겠지. 양손을 가져가면 어떻게 닿으라는 걸까. 다리인가. 가져간 왼손도 어색해서 곤란하다. 승낙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와서 돌려받을 수는 없다. 돌려받는다고 할까,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의식해서 움직이는 것보다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 것이 더 어렵다.

보여달라, 하고 부탁할 수는 있으면서, 만지게 해달라, 라고 하는 것은 꺼려졌다. 나지만 신기하게도, 비겁 또는 비열하게 느껴졌다. 흙탕물에 잠겨있으면서 청결을 신경 쓰는 것과 마찬가지인데도. 그저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것이 고작이다.

조금 전과 비슷하게, 이번에는 왼손으로 장난치는 그녀의 모습이 날 애태우며 노는 것처럼 보였다. 본인에게 그럴 생각은 없을지도 모르고, 아마도 아니겠지만. 손금이라도 보는 것처럼, 생명선이나 연애선 같은 것을 하나하나 덧써간다. 기는듯한 자극이 간지럽다.

오른쪽 손가락을 당기자, 고개를 숙이고 놀고 있던 그녀가 내 얼굴을 바라본다. 투명한 눈동자를 향하고는, 다시 눈길을 되돌린다. 다시 손가락을 당긴다. 세 번, 네 번씩 반복하자 겨우 날 바라봐주었다. 시간을 들인 탓에 오른손의 피부도 주름투성이가 되었을 정도다.

재차 만지고 싶은가, 하고 질문받았기에 수긍했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의 뺨에 내 왼손을 가져갔다. 여기인가, 하고. 고개를 옆으로 흔들자, 목덜미로 미끄러진다. 그럼, 여기인가. 거기도 아니다. 어깨, 가슴, 배. 고개를 흔들 때마다 왼손이 아래를 향한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꼬집으니까, 감촉 정도 밖에 모른다. 그 감촉만으로 충분하기는 하지만.

일직선으로, 조금 우회하면서도 왼손이 종착점에 다다랐다. 아직 털도 나지 않았고, 그런 흔적조차 없다. 손가락 끝만이 살며시 닿았다. 사실, 그곳에 닿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처음은커녕, 어떤 의미로는 일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욕실에 들어가면 그곳을 쓱 씻어내는 정도는 한다. 그런 일상과는 다른 공기가, 미칠 것만 같다.

방울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온종일 물도 마시지 않고 버틴 입안의, 끈적이는 타액 같은 액체에 닿았다. 꼭 닫은 살의 틈새에서 스며 나온 수분이 내 손가락에 얽혀온다. 앞뒤로 왕복하자, 손끝만이 아니라 손가락을 타고 손바닥까지 적셔갔다.

입으로는 내 손가락을 물고, 왼손으로는 스커트를 넘기고 있다. 오른손으로는 내 손목을 잡아서 고간에 대고 있으니까, 행위 그 자체는 확실히 비정상적이지만, 쾌감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 도착적인 공간 자체가 흥분을 부추기는 것이다.

마가 끼었다기보다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별안간 왼손을 움직이고, 나 자신의 의사로 그녀의 것을 어루만졌다. 상황 자체는 별다름이 없는데도, 묘한 감촉이 강하게 남았다.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그것을 계기로 그녀는 내 손을 놓았다. 스커트를 되돌리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혼자 남겨진 나는, 망연하면서도 기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단단하게 격앙한 물건을 무시하고 앉아있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그 정도로 그녀의 치태를 봐놓고 상상으로 보충하며 위로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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