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99화 (99/450)

4년 9화

욕실

그 이후에도 그녀의 공세가 이어졌다. 솔직히, 난 안절부절못했다. 남자라는 것은 바보라서,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다른 일은 건성이 된다. 나만 그런지도 모르지만. 근질근질해서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신경을 쓰는데, 서 있거나 걷거나 하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한 번 빼기 전까지는 그런 법이다.

그녀의 의상은 양복이라기보다 가장에 가까워져서, 물가도 아닌데 수영복을 입거나, 인형 옷 같은 파자마를 입는 등 없는 게 없다. 이 나이가 되면 세퍼레이트보다는 학교 수영복이 더 좋고, 체조복이나 급식을 배식할 때 입는 모자와 앞치마가 더 마음에 든다. 그런 아저씨 감성을 그녀가 알 리도 없지만.

양손이 끈적한 채로 보고 있었더니, 어느샌가 말라 있었다. 곧바로 손을 씻으면 더러워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그렇다고 이 상태로 다른 곳을 만질 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수술실의 의사처럼 양손을 들어 올리고 있었더니, 손가락이 아프다. 남자의 것도 그렇지만, 깔끔하게 증발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내가 꺼낸 이야기고, 하자고 권한 것도 나였지만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낮이 되기 전에 시작해서 끝난 시간은 저녁놀이 드리울 때였다. 옷을 갈아입는 데만 거의 하루를 사용한 것이다. 귀중한 휴일을 이런 일로 보내도 되는 것일까. 난 가만히 보고 있을 뿐이지만, 그녀는 왔다 갔다 할 뿐이다.

간단하게 저녁을 마치고 혼자서 먼저 욕실을 향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잘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녀가 무언가 해줄 것 같지도 않고, 내 방은 언제 그녀가 올지 모른다. 문을 잠그면 누가 보면 곤란한 일을 하는 것이 명백하다. 마치 중학생 같지만,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그런 일이겠지.

옷을 벗고 의자에 허리를 내린다. 한숨 돌리고 있었더니, 등 뒤의 문이 열렸다. 집에는 두 사람밖에 없으니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평소에는 내가 난입하는데, 그녀로부터 들어오는 일은 드물다. 와주기를 기대하기는 했지만.

평소에는 내가 그녀의 몸을 씻기고 욕조까지 데려간다. 의자에 앉아있는 것은 그녀다. 교대해야 하는지 고민했지만, 귀찮기도 하다. 씻겨주는 것은 좋으나, 그녀가 내 앞에 앉으면 되지 않을까. 가끔은 바닥에 앉아도 상관없다. 어차피 온수로 따뜻할 테니.

하지만 그건 내 머릿속 이야기고, 입으로 꺼낼 말은 찾을 수 없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그녀가 천천히 샴푸를 손에 묻히고 내 머리 위에 양손을 올렸다. 씻겨줄 생각인 모양이다. 나와 그녀는 부녀지간도 아니고, 비슷한 일을 했던 기억이 없다. 그랬던 만큼, 어쩐지 무척 나이를 먹은 기분이 든다. 누군가에게 돌봐진다니, 노인이라도 된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의 솜씨는 엉망이었다. 그것도 당연한 게, 평소에는 내가 그녀의 머리를 감겨주고 있다. 자기 머리조차 씻지 않는데 타인의 머리를 잘 감길 수 있을 리 없다. 씻겨질 때의 감촉을 기억하고 있다면 방식 정도는 알 테지만, 그녀의 머리가 그다지 우수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가끔 린스나 샤워 노즐에 손을 뻗으면, 그녀의 몸이 어깨나 등에 닿는다. 팔뚝이나 가슴이겠지. 남자가 하면 쳐져 있는 고간의 물건이 등에 닿고는 한다.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어서, 그녀가 손으로 치우고는 한다. 아무튼, 그것이 없다. 그녀에게는 그런 것이 달려있지 않으니까. 뭐랄까, 여자아이구나, 하고 감탄했다.

몸까지 씻겨주는 것은 좋지만, 있는 힘껏 문지르는 등 잡스럽기 짝이 없다. 내가 다소 신경질적이기도 하지만, 사각형의 책상을 둥글게 닦는 느낌이 든다. 거기는 됐으니까 다른 곳을, 아직 거긴 하지도 않았는데 다른 데로 가는 건가. 무심코 말해버릴 것 같았지만 참았다. 무슨 일이라도 처음 한 번은 받아들이고 칭찬을 해야 하는 법이다. 처음부터 불평을 하면 다음은 없다. 나 나름의 처세술이다.

앞으로 왔을 때 역시 기대를 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오늘 그녀는 다른 곳이 더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손으로 붙잡은 것까지는 좋지만, 위아래로 움직이고, 털을 잡아당기고. 음낭의 가죽이 식어서 줄어든 것을 만지는 등, 공원에서 보기 드문 벌레를 관찰하는 것 같은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거실에서의 요염함은 무엇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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