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00화 (100/450)

4년 10화

스스로

욕조에 잠겨있자, 그녀가 자기 몸을 씻기 시작했다. 내가 해주지 않으면 당연히 그렇게 된다. 옆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 아닐까. 살다 보면 누군가와 함께 욕실에 들어가기도 한다. 수학여행에서 반 친구들과 함께, 또는 짐에서 운동을 한 다음에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타인이 목욕하는 모습을 빤히 바라볼 수는 없다. 호모라는 오해를 받는다. 별로 호모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도 않은데 오해를 사고 싶지는 않다. 아무래도 난 동성애자에게 호감을 사는 타입인 모양이라, 몇 번인가 권유를 받은 적도 있다. 그래서 더욱 오해는 사절이다.

여기는 나와 그녀밖에 없고, 그녀는 머리를 감고 있기 때문에 알지 못한다. 설사 눈치를 채더라도, 누군가에게 알려져도 여성의 나체를 보고 있는 것이니 오해를 받을 일도 없다. 다른 오해를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시간(視姦)이라고 비난할지도 모르겠으나, 그건 사실이니까 어쩔 수 없다.

작은 손으로 머리를 긁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의외로 재미있다. 뒷덜미 쪽을 빈번히 만진다거나, 후두부에는 잘 손을 뻗지 않는다거나, 그런 사소한 일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게다가, 평소에는 뒷머리밖에 보이지 않지만 지금은 얼굴을 볼 수 있다. 꼭 닫은 입술이나 옅은 눈꺼풀이 특징적이다.

항상 내가 해주는데 조금 미안하다, 라고는 생각한다. 따끈따끈한 곳에 있으니까 더욱 그렇다. 천국에 잠겨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기분은 거의 가라앉았으나, 방치된 고간의 물건만은 묘하게 경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럴 기분도 아니면서 자기주장만은 강하니까, 나면서도 신기하다.

그녀는 머리카락이 길어서 어깨 아래로 긴 머리는 잘 씻지 못했다. 더 어렸을 때는 스스로 씻었겠지만, 이 정도로 길고 나서는 처음이기 때문이겠지. 반은 가슴 앞으로 흘러내렸지만, 나머지는 등을 타고 엉덩이까지 달라붙어 있다. 아마, 초등학교도 삼 학년 정도가 되면 수학여행이나 그린 스쿨같은 숙박 행사가 있을 것이다. 자기 혼자 씻지도 못한다고 웃음을 살지도 모른다. 너무 과보호한 것일까.

손을 마구 뻗으며 겨우 샤워기를 튼다. 그 정도 거리에서 방향 음치도 아닐 텐데, 서툴다고 할까. 샤워 꼭지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이제 곧 아홉 살이 되고, 조금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어린아이다. 다른 집 아이도 이보다는 더 잘 하는 게 아닐까.

머리에 비하면 몸을 씻는 것은 조금 나았다. 눈이 보인다는 것이 크겠지. 스펀지에 거품을 내고, 팔이나 어깨, 배 주변을 문지른다. 등은 손이 닿지 않는 데다 머리카락이 방해되는지, 조금 문지르더니 곧 포기해버렸다. 보통은 머리를 감고 나면 묶는 법이지만, 모르니까 어쩔 수 없다.

내가 빤히 바라보는 것을 알아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고 있다. 정말 무관심한가 싶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뺨은 온수 때문에 달아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입가가 한일자에서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아이는 원래 무표정할 뿐이지, 결코 무표정을 가장하는 것이 능숙하지는 않다.

실제로 한차례 씻고 나서 욕조에 다리를 뻗을 때는 혼자서도 잘 했지, 라고 자신만만했다. 아이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날 씻겨준 것도, 혼자 씻은 것도 잘 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조금 전에 칭찬을 받아서 우쭐한 탓도 있겠지만.

탕의 표면에 잔거품이 떠오른다. 머리에도 몸에도 다 씻어내지 못한 비누가 남아있었던 것이겠지. 몸을 씻을 때도 허리를 띄우지 않았으니, 엉덩이에 묻었던 비누는 거의 그대로였다. 그 정도는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니 놀려주고 싶어진다.

그렇게 생각하고 엉덩이로 손을 뻗었더니, 변태, 라고 말한다. 거품이 어떻다는 말을 하지 않은 내게도 잘못이 있지만, 그런 식으로 보이는 건가. 실컷 이런저런 일을 하고, 해줬으면서, 이제 와서 듣게 된 변태라는 단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런 식으로 말한 것도 처음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상당히 처음이 많은 날이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했다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은데도 그런 취급을 받는 것은 뜻밖이다. 손을 되돌리자, 그녀는 당황한 것처럼 손을 붙잡고는 자신의 엉덩이로 가져갔다. 별로 만지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라고 말했지만, 사양하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흘려듣는다. 만지기 싫은 것은 아니고, 감촉도 좋지만, 석연치 못한 기분이다. 그녀에게는 그런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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