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03화 (103/450)

4년 13화

조리 실습

나란히 서서 요리를 하다 보면 그녀는 항상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준다. 달변은 아니지만, 뚝뚝 중얼거리는 듯한 말투가 듣기 좋다. 하지만 오늘은 어째선지 입에 지퍼를 채우고 조용히 있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화가 많이 난 모양인지 둑을 터뜨리듯 입을 열었다.

조리 실습이 있었다. 난 완전히 잊고 있었지만, 분명히 주말에 부탁을 받고 재료를 사 왔었다. 그녀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조리 실습에 사용하는 재료를 아이가 가지고 가게 되어있다. 그녀는 잊지 않고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서 등교했고,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반의 냉장고에 넣었다. 여기까지는 좋다.

막상 조리 실습 시간이 되자, 아무래도 재료를 가져오지 않은 조원이 있었던 모양이다. 재료는 각자가 일 인분씩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아이는 달걀, 다른 아이는 채소처럼 다른 재료를 가져오는 약속이었다. 당연히 없으면 만들 수 없는 요리가 생기게 된다.

선생님에게 상담하자, 다른 친구와 교환해보자, 라고 했다고. 좋은지 나쁜지, 어느 조에도 가져오지 않은 아이가 몇 명인가 있어서 대강의 재료를 모을 수 있었다. 인원수보다 부족한 양이지만. 먹보인 그녀는 원래 먹을 수 있는 만큼이 없다는 점이 화가 난다.

그녀가 다니는 학교는 나도 이십몇 년 전에 다녔었지만, 확실히 학생이 재료를 가져갔었다. 하지만 중학교나 고등학교에도 조리 실습이 있었는데, 재료는 학교 측에서 준비했다. 당시에 반 친구에게 물어봐도 그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나의 모교는 이십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상식 밖인 모양이다.

마음을 다잡고 조리를 시작하자, 이번엔 대부분의 조원이 부엌칼을 잡아본 적이 없었다. 여자아이 한 명만이 어머니를 도와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시험 삼아 시켜보니 혼자서는 껍질조차 벗기지 못했다. 도마를 준비하는 것부터 재료를 씻는 것까지 전부 해줘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멀쩡한 편으로 남자에 이르러서는 부엌칼을 들고 칼싸움까지 시작했다고 한다. 과연 크게 휘두르지는 않지만, 바로 앞에서 칼을 들고 노는 것만으로도 몹시 두렵다. 무엇보다, 내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강조했기 때문에, 그녀는 날붙이에 대해 남보다 훨씬 민감하다. 주의를 주었더니 무민이 화를 낸다고 놀리는 실정이다.

아이라는 것은 예리한 편이라, 평소에는 얌전한 그녀가 상당히 짜증을 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재료를 숨기거나,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는 등 더욱 심한 장난을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간신히 조리를 마쳤더니, 의외로 잘 만들잖아, 라는 말을 하고는 끝내 반 이상을 가져가 버렸다고.

언제든 바보 같은 남자는 있는 법이다, 라고 말하자 그녀가 코웃음을 쳤다. 여섯 명의 조에서 세 명이 여자인데, 남은 한 명은 손이 더러워진다며 굽기 담당을 자처했다고 한다. 놀림 받는 동안에도 남자아이와 놀지 말고 똑바로 하라는 말을 해야만 했다나.

콧김을 거칠게 내쉬며 말하고 있지만, 그녀만이 피해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유일하게 도와주었을 여자아이까지 방해꾼 취급을 하고 있으니까, 그녀에게도 문제가 있다. 그런 태도가 반발을 산 것은 아닐까.

전부터 생각했지만, 그녀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연히 남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계산은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한다거나, 노래하면서 음정을 틀릴 리가 없다거나. 그러니까 그런 표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대를 속으로 내려다보는 것이다. 내게도 그런 면이 있어서, 어느샌가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사고방식이나 능력이 비슷한 여자아이들과 모여 있으니, 딱히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처럼 자리 순서대로 조가 정해져서 단체 행동을 하게 되면 곧바로 파탄한다. 그렇게 실패를 쌓는 것도 공부가 되겠지.

하다못해 같이 조리를 해준 여자아이는 진지하게 대해주라고 말해두었다. 누군가를 내려다보는 것은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라고. 그러는 나도 떳떳하지는 못하다. 알고는 있어도, 좀처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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