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15화
물구나무 놀이
물구나무 놀이라는 것이 있다. 있다기보다는, 있었다. 아이의 양발을 붙잡고 거꾸로 들어 올리는 놀이다. 조금 힘이 센 아버지나 어머니가 있다면 언제든 간단하게 할 수 있다. 평소에 익숙하던 세상이 거꾸로 뒤집혀 신선하게 보이는 것을 즐기는 단순한 놀이다.
그녀가 어디선가 어렸을 적의 앨범을 꺼내왔다. 어디서라고 해도, 그녀의 방은 대부분이 책장이다.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으니 어딘가에 대충 들어가 있었겠지. 누나가 전부 가져갔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몇 가지는 두고 간 모양이다.
그중에 작은 아이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사진이 있었다. 어렸을 때는 자주 여자아이로 착각 당해서, 얼굴만으로는 누나인지 나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누나는 날 때부터 중학생이 될 때까지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정도밖에 자르지 않았으니, 머리를 보면 누구인지는 일목요연하다.
무언가 나쁜 일을 한 것인가, 하고 그녀가 물었다. 굳이 내 앞에 앨범을 가져올 정도로 궁금했던 모양이라, 물구나무 놀이에 대해 알려주었다. 당시에는 물구나무 놀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거 해줘, 빙글빙글해줘, 라고 불렀다고 기억한다.
확실히, 아이를 거꾸로 들어 올리고 가끔은 휘두른다니. 놀이라기보다는 훈육이나 벌을 주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설명을 들은 그녀도 흐응, 하고 반응은 했으나, 이해한 듯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해볼까, 하고 물어봤다. 내가 마지막에 했던 것이 막 초등학교에 올라갔을 때였던가. 그녀는 조금 초과하기는 했지만, 몸집도 작고 여자아이니까 괜찮을 것이다. 그녀는 조금 망설이고는 끄덕하고 수긍했다.
그녀의 양손을 들어 올리고 시작하려 하자 버둥거리며 몸을 비틀었다. 조금 얼빠진 자세가 싫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손을 놓으니 옷을 갈아입을 테니 기다려라, 하고 말했다. 부탁이라기보다 명령이다.
거실에서 차를 마시며 기다리자, 곧 그녀가 돌아왔다. 아래가 바지로 바뀐 것을 보고 겨우 그녀가 싫어한 이유를 알았다. 매일 함께 욕실에 들어가서 알몸을 보이고 있는데도 팬티가 보이는 것은 싫은 건가. 뭐, 모르는 건 아니다.
그녀의 방에는 침대가 있지만 난 이불을 사용한다. 불안정한 침대에서 하는 것보다는 바닥에 가까운 편이 안전하겠지. 예전에 부모가 어떤 식으로 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즐기는 쪽이었으니 당연한지도 모르지만.
굳이 재현할 필요 없이 결과가 비슷하면 된다. 그녀를 이불 위에 눕히고, 다리 쪽에 서서 그녀의 양발을 붙잡는다. 처음에는 정방향으로 잡았는데, 조금 들어 올리고는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는 가슴팍까지 들어 올릴 수 없다.
하지만 바닥에 누운 사람의 발을 역수(逆手)로 들어 올리기는 의외로 어렵다. 무릎을 굽히고 그 위에 그녀의 발끝을 두고 나서 들어 올리기로 했다. 일단 자세가 잡히니 생각보다는 쉬웠다. 사람이 아니라 물건처럼 다루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어떤가, 하고 물어보니, 우~ 또는, 아~ 하고 신음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인간은 몸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신음성을 올린다. 기도가 늘어나기 때문일까. 이제 그만할까, 하고 물어보자, 조금만 더, 라고 대답했으니 싫은 것은 아니겠지.
몇 번인가 다시 물어보고, 삼 사분 정도가 지나서야 겨우 이제 됐다, 라는 말이 돌아온다. 내 근력도 그렇지만 머리에 피가 모이는 것도 곧 한계겠지. 다리를 내려주니,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다. 목욕하고 난 모습과는 다르게 피가 눈에 보일 듯한 생생함이 느껴진다.
몸을 세우고 일어서고자 다리에 힘을 주었겠지. 휙 쓰러지기에 재빨리 끌어안았다. 조금 빈혈이 된 모양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건강에 좋지 않다. 이제 당분간은 하지 않겠다고 하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마음에 들어준 것은 좋지만, 걱정이다. 얼굴을 보면 허락해버릴 것 같으니 가슴에 눌러 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