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07화 (107/450)

4년 17화

수제

오늘은 직접 요리를 하고 싶다, 라고 그녀가 말을 꺼냈다. 항상 도와주고 있지 않으냐고 묻자, 돕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이제 곧 사학년이 되고, 조리실습도 해봤으니 내 눈이 닿는 곳이라면 상관없지만.

항상 봐서 익숙할 텐데도 새삼 뒤에서 감독을 하니 무척 조마조마하다. 실수로 손가락을 베지는 않을지, 프라이팬을 잘못 만져서 화상을 입는 건 아닐지 등등. 심장에 좋지 않다. 볶음 요리를 하는데 접시를 꺼내지 않는다거나, 젓가락이나 프라이팬을 그대로 싱크대에 넣는다거나 하는 세세한 부분도 신경 쓰인다.

샐러드에 야채 볶음, 달걀국의 세 종류가 완성됐다. 아무래도 만드는 순서가 좋지 않아서, 달걀국을 다 만들었을 때는 이미 야채 볶음이 식어있었다. 맛내기는 항상 맡기고 있으므로 익숙한 맛이지만.

어떤가, 하고 물어보기에 평범하게 맛있다고 대답했다. 야채의 크기가 제각각인 탓에 익은 정도도 다르고, 힘이 약해서 잘 섞이지 않아 맛이 일정하지 않다. 하지만 아홉 살에 이만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훌륭하지 않을까. 칭찬할 생각이었지만 별로 기뻐 보이지는 않았다.

식사하면서 물어보니, 학교에 가져가는 도시락을 자기 손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 전초전으로서 저녁 준비를 도전해본 모양이다. 여성스러움을 의식하는 여자아이 사이에서는 어머니가 아니라 직접 만든 도시락을 가지고 가는 것이 유행이라나.

우리 집의 도시락은 주로 저녁의 남은 반찬이 들어가니, 저녁을 만들면 자연스레 도시락도 직접 만든 것이 된다. 내일이 되면 미니 토마토나 삶은 브로콜리, 사과도 늘어난다. 남은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야채 반찬이 적어지므로 그걸 보충하기 위함이다.

어떤 아이는 달걀말이에 연어에 비엔나소세지, 다른 아이는 캐릭터 도시락을 만드는 등 여자의 싸움을 펼치고 있는 모양이다. 예상이지만, 아마 어느 가정에서도 아이가 혼자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달걀말이만 만들었다거나, 캐릭터 도시락의 모양만 만들었다거나. 모처럼 분발하고 있는 것 같으니 찬물을 끼얹지는 않겠지만.

다음 날 아침, 도시락을 만드는 동안 그녀를 부르자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나왔다. 집을 나가는 건 내가 더 빠르니까, 도시락도 아침 일찍 만들게 된다. 직접 도시락을 만들고 싶다고 한 주제에 더 자고 싶었는데, 하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반쯤 머리가 잠든 탓인지 반찬의 배치도 이상하고.

아무튼, 아침 식사를 마칠 때가 되어서야 겨우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 모양이다. 소란이 나면 어쩌지, 너무 잘 만들어서 직접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몰라, 하고 걱정하고 있다. 기우라고 생각하지만. 왠지 모르게 들떠있는 것은 잠이 부족해서 텐션이 오른 탓일지도 모른다.

외출할 준비를 마치고 거실로 돌아오자 그녀가 빙글빙글 춤추고 있었다. 만든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도시락을 들고. 좀 더 일찍 진정시켜야 했다. 그녀의 머리를 꾹 누르고 도시락을 뺏는다. 무언가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았으나, 도시락의 뚜껑을 열자 조용해졌다.

도시락은 내용물이 한쪽으로 밀려나서 야채도 볶음도 달걀도 국물투성이였다. 맛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겉모습이 더러워 보인다. 자업자득이기는 하나, 울상이 된 그녀를 내버려 둘 수는 없어서 도시락을 비우고 다시 한번 채워 넣는다. 야채 몇 가지는 다 먹고 없어서 냉장고에서 조림 같은 밑반찬을 꺼내 담았다.

달래기도, 혼을 내기도 시간이 부족하다. 볼을 살짝 꼬집으며 키스를 하고 그대로 집을 나섰다. 항상 여유 있게 일어나는 것이 다행이었다. 오전에 일하는 동안은 깜빡 잊어버렸지만 점심시간이 되자 그녀가 떠올랐다.

도시락은 어떻게 했을까. 반 정도는 바꿔 넣었지만, 그래도 그녀가 만든 것도 있다.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먹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침울해져 있을까. 책상 위에는 지퍼락으로 옮긴 엉망이 된 도시락이 있다. 입에 넣어보니 그럭저럭 먹을 만은 하다. 남이 만들어준 도시락은 몇 년 만인지. 맛있지는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나쁘지 않은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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