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18화
실패
그것이 계기라고 한다면 그러했다. 지금까지는 요리는 내가 생각하는 사람, 그녀는 어시스턴트를 담당했다. 예를 들어, 그녀가 먹고 싶은 것을 물어보고, 햄버그거나 오코노미야끼거나, 오므라이스 같은 리퀘스트를 받는다. 그리고서 어떤 고기를 사용할지 생각하고, 섞고, 구우며, 맛을 낸다. 그녀는 그중에서 섞거나 굽는 세세한 작업을 한다.
도시락을 직접, 이라고 한 이후로 그녀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품목을 만들게 되었다. 무엇이 먹고 싶은지, 어떻게 만드는지, 맛내기는 무엇으로 하는지를 모두 생각한다. 물론 그녀가 전부 만드는 것은 어려우니 나도 돕는다. 쌀이나 다른 반찬, 국물 같은 것은 내가 만든다. 하지만 요리하는 절차를 생각하는 것은 크다.
돌이켜보면 벌써 삼 년 이상 요리를 해왔다. 아홉 살에 사 년이니까, 인생의 절반에 가까운 경험이 있는 것이다. 비율로 따지면 나보다도 경력이 길다. 처음 몇 번은 학교에서 배운 요리를 만들었지만 이어서 날 도우며 만들어본 요리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프라이나 코로케 같은 튀김이나, 만두 같은 것은 너무 손이 많이 가서 어렵다. 생선 조림이나 방어 무 조림 같은 조림에도 도전했다. 원래 그녀는 재료를 자르는 것도 맛내기도 해내고 있었으니, 자신의 재량으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을 시도한 것이다.
그녀도 처음으로 도전했을 때는 실패할 리가 없다, 하고 득의양양했다. 전부 알고 있는 것이니 실수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실제로 못 먹는 레벨의 음식은 나오지 않는다. 맛있는 것을 먹어온 사람은 그 정도로 파멸적인 음식을 만들지 않으니까.
하지만, 본인이 생각했던 만큼 완벽한 요리였는지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내가 시켰던 무 다듬는 일을 잊어버리고, 불이 적당한지 걱정돼서 자꾸만 휘젓는다. 그 때문에 생선도 무도 모양이 무너지게 된다.
불 조절 자체도 좋지 않았다. 아무튼 끓여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자꾸만 가열하고, 끓기 시작해도 내버려 두니 넘쳐흘러서 허겁지겁 불을 줄인다. 자꾸만 키웠다가 줄이니까 표면은 맛이 진한데 익지 않은 것들이 생긴다.
살짝 가르쳐주려고 해도 듣지를 않는다. 전부 혼자 할 거니까 내버려 둬, 라고 하면서. 트라이 앤 에러가 나쁘지는 않지만, 이미 확실한 요리법이 있는 것을 재발견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그렇게 잘되지 않은 요리를 먹으면 그녀가 풀이 죽는다. 맛있다고 칭찬하면 거짓말하지 말라고 화를 내고, 실패였다고 말해도 기분이 나빠진다. 아무튼 귀찮았다. 요즘은 똑똑해져서 키스하거나 쓰다듬어도 좀처럼 기분을 풀어주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풀이 죽은 그녀를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불쌍해서가 아니라 더 귀찮아진다. 한 번은 조림을 하다 냄비 바닥을 태운 적이 있었는데, 조림 전체에 쓴맛이 퍼져서 입에 넣은 것을 삼키는 데도 고생했다. 물론 그녀도 충격을 받았는지 고개를 숙인 채 밥만 집어 먹고 있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말했지만 고개조차 들지 않는다. 더는 해줄 말도 없었고, 무시당하면서까지 신경 쓰는 것도 바보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아무 말 없이 식사를 마치고, 식기를 정리하며 검게 눌어붙은 냄비를 철 수세미로 문지른다. 원래부터 낡기도 했지만 냄비 바닥의 가공이 벗겨져 있었다.
무심코 한숨을 쉰 것이 나빴으리라. 그녀가 달려와서 용기에 담은 조림을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어차피 전부 나 혼자서 할 수 있으니까, 라거나, 자기는 필요 없다, 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소리쳐댔다. 내가 요리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그녀가 못 해도 되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
단지,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해서 싫으면 이제 요리는 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말해주었다. 일일이 소란을 피우면서까지 요리를 가르쳐도 지칠 뿐이다. 예전에는 무슨 말이든 솔직하게 따라주었으니 상관없지만, 이렇게 조언조차 무시한다면 가르치는 의미가 없다.
그러자 돌변해서는 사과하며 잘 하겠다고 매달린다. 그녀와 나란히 요리를 하는 것은 확실히 즐거웠지만, 원래는 혼자 만드는 편이 단연코 빠르다. 딱히 무리하지 않아도 좋으니 이제 하고 싶지 않다면 그래도 좋다, 라고 말하자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한 시간이나 달래주면서 내 와이셔츠도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많은 실패가 있었고, 충고를 무시한 적 역시 많았다. 같은 일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동안 나도 학습했다. 요컨대, 그녀는 요리를 하기 싫은 건 아니지만 가만히 내버려 두면 울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나도 어른답게 실패해도 달래줘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