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12화 (112/450)

4년 22화

후배

꽤 오랜만에 밥을 먹으러 나와서 기뻤을지도 모른다. 나도 후배도 왠지 분위기가 흥해서 마시러 가자는 이야기가 되었다. 세 명이니까 자리를 예약할 필요도 없다. 생일을 구실로 했던 이후로 처음이니까 일 년만인가. 오늘은 돌아가도 아무도 없으니 거리낌 없이 마실 수 있다.

이런 데서 술이라고 하면 일본주가 나온다. 집에서는 오로지 맥주만 마시고 있지만, 밖에서 마신다면 일본주다. 송년회나 신년회처럼 부주의하게 취할 수 없는 곳에서도 일본주는 마실 수 없으니까. 일하면서 보는 사이라고는 해도 친한 후배 상대라면 조금은 편히 놀아도 되겠지.

탁상 위에 작은 술병이 세 개 늘어선다. 호쿠리쿠 지방의 세 현에서 하나씩 들여온 지방주 세트라고 한다. 고주에 나마겐슈, 다이긴죠로 듣기만 해도 기대된다. 먼저 한 모금 목에 흘려 넣는다. 코로 빠져나가는 향기가 무척 술답다.

맞은편을 보니 후배가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건배도 하지 않고 마시기 시작하는 것도 여전하시다, 라고. 작법을 모른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바람직하게 느낀 모양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길게 서론을 늘어놓거나 따라주며 마시는 사람도 있다. 회사에서 짐작 가는 얼굴이 몇 명인가 있다. 난 마실 수만 있으면 상관없으니까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이라, 후배가 보기에는 편하게 느껴지겠지.

생선회 5종 모둠을 집어먹으며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푸념을 늘어놓을 수 있는 것도 술자리 정도다. 겉말로도 생산적이라고 할 수 없어서, 예전에는 일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기간을 두고 마시자 가끔은 푸념해도 괜찮겠다고 생각되니까 신기하다.

그렇다고 내가 일이며 설교며 쓴소리를 하는 건 아니다. 눈앞의 것을 정리할 뿐, 돈벌이를 위해서니까 딱히 흥미도 없다. 열의를 가지고 일을 하는 후배의 푸념을 들어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둘이서 만담이나 콩트처럼 교대로 불평을 세우니까 적당히 흘려들어 준다.

술자리에서 흘리는 푸념은 강에 돌을 던지는 것과 같아서, 그런다고 강줄기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과 노력의 낭비일 뿐인데 어째서 하는 것인가. 모르지만 조금은 이해된다. 전력으로 달리고 나서 숨이 차는 게 기분 좋은 것처럼 노동에도 일종의 상쾌감이 있는 것이겠지. 생산적이지 않더라도 푸념에는 의미가 있다.

한껏 늘어놓고 만족했는지 한 시간 정도 지나자 대화는 자연스럽게 일에서 멀어졌다. 낮에 들었던 미팅의 다음 이야기, 두 층 아래 사내연애의 모습, 회사 가까이에 있는 편의점의 신상품까지. 그러면서 내 동거 상대까지 이야기가 퍼졌다.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묻는 대로 대답해주고 말았다. 요리를 못해서 알려주고 있다, 라거나, 돌아가면 키스를 조른다, 라거나. 그녀에 대해 남에게 이야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의외로 즐거웠다. 남에게 연애 자랑을 하는 남자의 기분이 이해된다.

무심코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거나 리코더 연습을 도와주고 있다고 말할 뻔 하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해버리면 연령이 들킨다. 일일이 말해도 되는지 생각하는 것은 취한 머리로는 상당히 어렵다.

그녀에 대해 말하다 보니 내 품 안에 없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평소 같으면 일찌감치 집에 돌아가서 욕실이라도 들어갈 시간이다. 술에 어울려주는 후배가 있고, 마시고 싶은 술을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실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허무하다.

돌아가는 길, 역까지 걸어가는 도중에 후배가 바보 같이 밝은 목소리로 알려주었다. 지금 사귀는 애인과 내년 여름경에 결혼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떠들썩하게 마실 수 있는 것도 지금뿐이에요, 그전에 또 한 번 마시러 가고 싶습니다, 하고.

친우가 모두 나보다 훌륭히 보이는 오늘이여*, 라는 노래가 있다. 내게는 아내가 없으니까 꽃을 사줄 상대도 없지만. 집으로 돌아가서는 이불에 쓰러지자, 웃음이 흘러나온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똑같았다. 혼자가 되어서도 술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 뿐. 그것도 나쁘지 않다.

*이시카와 타쿠보쿠의 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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