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13화 (113/450)

4년 23화

귀가

문을 열었더니 곧바로 그녀가 뛰어오르듯 안겼다. 열렬한 환영을 받은 기분이라 기쁘다. 바라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아무렴 여자와 사귀어본 적이 없는 몸으로서는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라도 속는 편이 행복하다.

거실에 들어가자 난로 위에 카레가 준비되어 있었다. 언젠가 본 것 같은 풍경이다. 그건 언제였을까. 그때는 혼자 멋대로 요리하는 그녀에게 초조와 짜증을 느끼고는 했지만, 곧게 성장한 지금이라면 솔직하게 감사할 수 있다. 키는 내 배까지밖에 오지 않지만 꽤 믿음직스러워졌다. 유난히 카레가 달콤하다는 것이 난점이지만.

식사를 마치자 부리나케 테이블 아래로 들어가서 내 가랑이에 고개를 파묻었다. 카레를 먹은 입으로 지퍼를 무는 건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단 이틀 빼지 않았을 뿐인데 그녀의 열을 느낀 것만으로도 크고 단단해져 있었다.

트렁크스를 끌어내리고 물건을 꺼내자, 쿵 하고 커다란 소리가 나며 테이블이 흔들렸다. 머리를 부딪친 모양이다. 당황스레 테이블을 치워주자 그녀가 찌푸린 얼굴로 날 노려본다. 너무 냄새가 심해서 깜짝 놀랐다고.

실은, 어젯밤도 어제도 욕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틀 동안 술을 마셔서 욕실에 들어갈 기력도 없었다. 겨울이니까 딱히 땀을 흘리지도 않았고, 코오롱을 뿌렸으니 괜찮겠지 싶었던 것이다. 적당스럽지만 혼자 사는 남자란 다들 그렇지 않을까.

내가 부탁한 것도 아니고,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니 욕실에 들어가자고 말해보았다. 하지만 어린아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녀의 성격상 반대당하면 반드시 하려고 한다. 반쯤 기대하기는 했지만, 고맙게도 꼭 지금 하겠다며 가슴을 폈다. 언제든 상관없지만, 발기된 채로 욕실에 들어가는 것은 괴롭다.

냄새가 심하다면 우선 전체를 핥아보면 어떤지 제안했다. 싫은 표정을 지었지만,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이스크림을 핥는 것처럼 아래에서 위로 일심불란 하게 봉사해주었고, 덕분에 표면만은 깨끗해졌다. 침이 흥건하게 묻어서 바닥에 물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흥분한 탓에 첨단의 껍질이 벗겨지며 안쪽의 살이 드러났고 냄새가 더욱 퍼져서 내 코까지 간질였다. 그녀는 대담하게 입을 벌리고 내 물건의 절반을 물었다. 입 전체를 사용해서 능숙하게 껍질을 벗기더니, 빙글 돌리는 것처럼 혀를 얽히기 시작했다.

한심한 이야기지만 그것만으로 한 번 사정하고 말았다. 단 이틀, 고작 이틀을 금욕했다고 견디지 못했다. 뜻하지 않은 빠른 사정에 놀란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평소보다 현격히 빨랐던 탓에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 사레가 들린 모양이다. 무척 멋쩍은 기분이다.

하지만 행운인지 불행인지 이틀분의 욕구는 쌓여있었다. 고개를 들자 그녀의 눈앞에는 조금도 쇠약해지지 않은 물건이 곧게 서 있었다. 시선만으로 슬쩍 날 올려보고는, 눈을 가늘게 뜬 온화한 표정으로 다시 내 물건을 물어주었다. 상냥한 표정에 묘한 갭이 느껴진다.

두 번째였기에 조금은 버텼지만 아무래도 견디기가 어렵다.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사정하자 허리가 가벼워졌다. 남자라면 알겠지만, 비유가 아니라 정말 상쾌한 기분이 든다. 끈적한 속옷을 다시 입기는 싫어서 위아래를 마저 벗고 욕실로 직행했다. 어째선지 그녀도 날 따라 거실에서 옷을 벗고 따라왔다.

왜 그렇게 냄새가 났는가, 하고 그녀가 질문했다. 솔직하게 목욕을 하지 않았다고 대답하자 어둠 속에서 꿈틀대는 벌레라도 본 듯한 눈을 향한다. 그리고는, 냉장고를 봤더니 아무것도 줄어들지 않았는데 무엇을 먹었는지, 세탁기가 나갔을 때 그대로라는 등 잔소리를 한다.

욕실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밥을 만들지 않아도 먹을 수 있다고 말해주었더니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어떤 잔소리를 하는지, 듣고 싶지도 않다. 서둘러 샤워 꼭지를 비틀었다. 이게 다 그녀가 집에 없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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