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24화
스키야끼
슈퍼를 돌아보던 중에 그녀가 스키야끼를 먹고 싶다, 라고 말을 꺼냈다. 야끼야끼를 먹는다는 말이 재미있어서 미소가 지어졌다. 들은 적은 있지만 먹어본 적은 없어서, 그녀 안에서는 푸아그라나 트뤼프처럼 고급품 취급인 모양이다. 확실히, 집에서 스키야끼를 한 적은 없었고 TV에서는 상당한 고급 음식으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야채 코너를 한참 지나서 생선을 지나고, 고기를 지나, 반찬 코너까지 오고 말았다. 더 일찍 말하면 좋았을 것을, 하고 생각하면서도 빙글 돌아 입구까지 돌아온다. 파에 배추, 쑥갓을 바구니에 넣었더니 냄비 요리가 아니라 스키야끼를 먹고 싶은데, 하고 말한다. 설명하지 않은 내가 나빴는지, 막연하게 스테이크 같은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구나, 하고 흘려들으면서 실곤약을 사고, 두부를 사고, 우유 팩을 산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녀는 스키야끼, 스키야끼 하면서 옷을 잡아당겼다. 대충 준비가 끝나 계산대에 줄을 섰을 때는 얌전하길래 포기했나 싶었더니, 단호하게 화장실에 가겠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인지는 알겠지만, 슈퍼의 화장실에서 일을 치를 수는 없다. 여기서는 안 되니까, 하고 어떻게든 어르고 달랬다. 계산대에서도 소란을 피웠다면 점원이나 손님 중 누군가가 진상을 알려주었을지도 모른다. 이해력이 좋은 아이라서 다행이다.
슈퍼를 나와서 오 분 정도 걸어가면 공원이 나온다. 나도 거의 잊고 있었던 곳으로, 고양이 손님밖에 없을 정도로는 작다. 가로등이 하나 있을 뿐이라 어슴푸레하다. 이 주변은 민가가 대부분이라 너무 밝으면 주민들의 항의가 오는 것이겠지. 적당한 장소였다.
화장실도 있었지만, 너무 더러웠다. 벤치 위는 아무래도 눈에 띄지만, 나무 그늘로 들어가면 척 보기에는 모를 것이다. 그녀의 손을 끌며 조심스레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이런 것은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가장 중요하다. 밤 아홉 시가 가깝다고는 해도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어두운 곳에 웅크려 앉자 그녀도 이해한 모양이다.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대고 조용히 하도록 주의했다. 그녀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낮추었다. 무엇을 하는가 싶었더니, 허리에 손을 가져가서 속옷을 내린다. 솔직히 방뇨는 질린 느낌도 있지만, 심야의 야외에 숨어서 한다는 상황은 꽤 좋다. 게다가 처음 했을 때는 몰라도, 요즘은 욕실에서만 보았으니 옷을 입고 한다는 당연한 모습이 흥분을 부추겼다.
일단 마지막으로 주변을 둘러보지만, 민가의 담벼락과 나무에 둘러싸여서 일부러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보이지 않으리라. 잠시 지켜보자 그녀의 다리가 떨리기 시작하고 상체가 기울었다. 턱을 앙다물고 있어서 상당히 힘을 주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외출하기 전에 화장실을 다녀왔으니 방광이 텅 비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렴풋이 눈물이 스며들 때 쯤 겨우 쪼록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두워서 누가 볼 수 없다는 것은 마찬가지로 나도 보이지 않는다. 모습 자체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녀의 치태를 볼 수 있으니 별로 상관은 없지만. 끝나고 나자 번뜩 티슈가 없다는 말을 꺼냈다. 찾아보았지만 나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냥 입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더니 진심으로 싫은 표정을 지었다. 마음에 드는 새하얀 것이라고. 남자는 기본적으로 닦지 않으니까 그런 고집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없는 건 없으니까 참을 수밖에 없다. 주저하는 그녀를 지켜보자 무척 고생하면서 팬티 자체를 벗어버렸다. 넘어지지 않도록 내 어깨를 붙잡고, 더러워지니까, 라며 신발까지 벗었다. 그리고는 속옷을 깔끔하게 접어서 손에 쥐고는 빨리 돌아가자는 것이다.
여자아이란 원래 그런 것인지, 내게 영향을 받은 탓인지. 밤중에 아이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불심 검문을 받을 것 같아서 흠칫거리고 있는데, 불안 요소가 늘어나고 말았다. 노팬티는 겉으로 보기에 알 수 없지만, 손에 있는 천 조각은 얼버무릴 수 없다.
그대로 의기양양하게 슈퍼로 돌아가려고 하기에, 머리를 잡아당겨서 멈추었다. 스키야끼 먹을래, 하고 떼를 쓰려고 해서, 스키야끼는 냄비 요리라고 알려주었다. 매콤달콤한 소스로 끓여서 달걀에 찍어 먹는 고기 냄비 요리다. 혼자 멋대로 착각해놓고는 속았다고 화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