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15화 (115/450)

4년 25화

레시피

스키야끼에 들어가는 양념을 만드는 나를 그녀가 무언가 말하고 싶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할 말이 있는지 물어보자, 분량이나 비율을 알고 싶다고 한다. 옆에 서서 보고 있지 않냐고 했더니, 요리의 레시피를 알고 싶다고. 대충 보면서 돕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문답을 반복한 결과, 아무래도 그녀는 책이나 인터넷에 글로 적혀있는 것처럼 자세한 방식을 알고 싶은 모양이다. 듣고보니 난 항상 느낌으로 자르고, 굽고, 맛을 내왔다. 그녀에게 가르칠 때도 이렇다 할 레시피를 보여준 적이 없다. 혼자서 한 품목을 만들게 된 그녀가 곤란한 이유는 세세한 노하우가 없기 때문이겠지.

향상심이 있는 것은 기특한 일이다, 라고 생각해서 다양하게 가르쳐준다. 간장에 미림, 설탕에 일본주를 섞고 육수를 더해 맛을 보면서 조절한다. 그렇게 말했더니, 애매하고 너무 적당하다. 무엇이 몇 ml고, 설탕이 몇 g인지 제대로 알려달라, 하고 화를 낸다. 그런 건 생각해본 적도 없다.

난 그런 걸 생각하면서 요리를 해왔는가, 하고 물어보면 당연히 아니다. 그런다고 해서 맛없는 것을 만드는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그런 세세한 레시피는 필요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해주자 어라,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매일매일 직접 만든 도시락을 가져가는 그녀는 일약 스타로, 반 친구에게 요리하는 법을 질문받기도 하는 모양이다. 무엇을 자르고 어떤 맛을 내고, 하는 이야기를 하면 꼭 요리법을 알려달라는 말이 나온다. 맛을 보면서 적당히, 라고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다. 참고한 책이나 홈페이지도 없다.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이야기다.

평소에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조리법을 수치로 대답하는 쪽이 수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그 정도로 요리를 잘 하지는 않았다. 그걸 칭찬하는 정도니까 알 리가 없겠지. 스키야끼 양념의 비율 같은 것을 새삼 물어봐도 대답하기 어렵다.

그녀용 발판에 서면 냄비에도 손이 닿는다. 손가락으로 핥게 해서 우선 맛을 기억시킨다. 애초에 일본 요리, 특히 관동권의 요리는 간장에 미림, 설탕만 있으면 모양이 난다. 귀찮으면 멘츠유라도 상관없다. 섬세하게 만들면 손이 많이 가지만, 대충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편해질 수 있다.

편한 레시피 같은 것에 기대지 않고 하나하나 혀로 맛을 익히면 좋은 신붓감이 될 수 있다고도 말해둔다. 나지만 아저씨 같은 말이다. 남자는 나가서 일하고 여자는 집을 지킨다. 올바르다고는 하지 않지만, 가치관에 새겨져 있기 때문에 그만 입에서 나와버린다. 나이는 먹고 싶지 않다. 눈빛이 바뀌는 그녀를 보니 요즘 시대의 아이를 낡은 가치관으로 세뇌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에게 스키야끼를 먹여준 적이 없었던 이유는 심술이 아니라, 단지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스키야끼의 고기는 쓸데없이 얇고 긴 것일까. 이 정도로 기름기가 있는 고기를 듬뿍 설탕으로 맛을 낸다. 물론, 맛은 있다. 맛있지만, 그건 처음 한두 입 정도고, 먹을수록 위가 무거워지는 데다 기분까지 나빠진다.

그녀는 스키야끼가 마음에 들었는지 고기를 잔뜩 먹고 있었다. 젊기 때문일까. 별로 식욕이 없으니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말하자 한 점도 남기지 않았다. 밥도 두 그릇이나 먹어서 만족스러워 보였지만, 마무리로 우동을 넣었더니 일 인분 이상을 가져간다.

TV 앞에 자리를 잡고 누워있는 모습이 마치 너구리 같다. 둥글게 부푼 배가 셔츠를 밀어 올리고 있어서, 가볍게 두드려보니 통 하고 소리가 난다. 화내며 날뛰는 모습마저도 야생 동물 같아서 더욱 그렇다. 지금 그녀는 혈당치도 상당하겠지. 내 가계는 어느 쪽도 당뇨병이니까, 하고 생각하고는 멈춘다. 그녀와는 피가 이어지지 않았으니 유전은 관계없다.

하지만, 누워서 뒹구는 모습이 개나 고양이가 아니라 너구리 같다는 것이 그녀답다. 과연 아기돼지까지는 아니라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일까. 먹고 바로 자면 살찐다, 라고 말하자, 귀찮은 듯 일어나서 내 무릎 사이로 들어온다. 곰 인형처럼 축 늘어진 모습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츄우하고 울어서 맞추자, 평소보다 몇 배나 달짝지근한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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