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26화
야근
퇴근하는 시간은 주로 아홉 시다. 정시에서 두 시간 정도 잔업하고 전철을 타면 그 정도는 된다. 그렇다고 항상 그렇지는 않다. 정시 퇴근은 드물지만, 일곱 시 넘어서 또는 여덟 시에 돌아올 때도 있다. 반대로 잔업이 계속 이어져서 돌아갈 수 없는 날도, 당연하지만 있다.
다른 직종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엔지니어라는 일은 타인의 영향을 받기 쉽다. 초기 공정에서 사양이 변경되는 일도 빈번하고, 고객의 요청으로 납기가 앞당겨지는 경우도 있다. 저녁에 발견한 버그를 내일 아침까지 해결해야만 하는 일도 흔하다.
그런데도 그녀가 온 이후로 야근을 한 적은 없었다. 심야는 잔업 수당이 할증되고, 조합에서도 쓴소리를 듣기 때문에 정당한 회사는 야간 근무와 휴일 출근을 싫어한다. 나도 근무한지 십 년이 되지만 두 번인가 세 번 있었던 정도다. 타이밍으로 보자면 슬슬 지금쯤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아무튼, 그녀에게 식사를 준비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밤중에 혼자 내버려 둘 수도 없고 다음 날 도시락도 준비해야 한다. 망설인 끝에 두 번 다시 오지 말라고 했던 누나에게 연락했다. 사정이 사정인 만큼 근무 시간 중에 당당하게 나와서 통화할 수 있다는 점은 기분 좋다.
화내지도 않았고, 웃지도 않았다. 마치 어제까지 함께 생활한듯한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갔다. 떨어져 지내도 남매라는 걸까. 누나는 흔쾌히 승낙했고, 잠깐 서로의 근황을 보고했다. 통화가 끝나고 그녀에게 어떻게 연락할지 고민했다.
그녀에게는 핸드폰을 사주지 않았고, 이런 일로 학교에 연락할 수도 없다. 누나가 가면 알겠지만, 그녀는 누나를 싫어한다. 어쩔 수 없이 집에 전화를 걸어 자동 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기기로 했다. 이런 거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눈을 찡그리며 디스플레이를 향한다. 편의점까지 가서 사 온 도시락을 먹으며 그녀는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생각했다. 그녀는 바보가 아니다. 겉모습만은 좋으니까 대놓고 누나와 싸우는 일은 없으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녀를 완전히 믿을 수 없는 것도 분명하다. 그녀는 가끔 터무니없는 일을 저지른다. 조금 주의를 받은 정도로 어딘가의 여성을 도발한 적도 있었다. 그녀 나름의 역린이 있겠지만,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새벽 세 시 정도에 선잠을 자고, 결국 해방된 것은 낮 두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근무 시간이 스물네 시간을 넘긴 탓에 타임카드가 이상해졌다. 단 하루 만에 무척 쇠해진 양복을 입고 낮의 전철에 흔들린다. 한낮의 따스한 햇볕을 받으니 다른 세상을 헤매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영업을 나온 걸까, 조금씩 샐러리맨의 모습도 보인다. 대부분은 러프한 모습의 대학생이나 주부, 노인이다. 내가 매일 책상에 앉아있는 동안 그들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너무나 신기한 느낌이다. 같은 일본에 살고 있으면서도 얇은 막으로 가로막혀 있다.
한 걸음씩 발자취를 느끼며 계단을 올라 우리 집의 문을 열었다. 거실에 도착하자 익숙한 뒷모습이 보인다. 누나다. 나이 차는 있지만 나보다도 작고 가늘다. 발소리를 들었는지 뒤돌아본다. 여전히 화장기 없는 얼굴에 선명하고 굵은 눈썹이 인상적이다.
다녀왔어, 하는 목소리에 묘하게 힘이 담겨있다. 할 수 있으면 곧바로 이불에 쓰러지고 싶었지만 누나가 있으니 그럴 수는 없다. 그녀를 돌봐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해야 하고, 굳이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할 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나의 맞은편에 앉았다.
미리 준비해주었겠지. 누나는 찻주전자에 담긴 차로 오차즈케까지 만들어 주었다. 먹는다기보다 마신다는 느낌으로 흘려넣자 불쑥 누나가 입을 열었다. 그 아이한테 다 들었어, 하고. 평소 같으면 당황해서 어질렀겠지. 밤샘하고 난 머리로 생각나는 말은 이제 와서 무슨, 이라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