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28화
위화감
시간은 별로 지나지 않았겠지. 흔들려져서 고개를 들자 밥에 된장국, 우엉조림 등이 식탁에 차려져 있다. 아직 식지는 않았고, 두 사람도 아직 손을 대지 않은 모양이다. 이 식탁을 세 명이서 사용하는 것은 오랜만이다.
눈을 감고 손을 마주 댄다. 잘 먹겠습니다, 라고 말하기는 조금 부끄러워서, 대신에 일례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여전하구나, 하고 대각선상에 앉은 누나가 웃는다. 똑같다, 라고도. 누나의 옆자리, 내 맞은편에 그녀가 앉아서 역시 눈을 감고 일례를 하고 있었다.
딱히 그녀에게 가르치지도 않았고, 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다. 같이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버릇이 옮기도 한다. 아이는 어른의 흉내를 내고 싶어 하는 법이니까. 이것저것 집어 먹어보니, 그립고도 새로운 맛이 났다.
예를 들어 된장국. 우리 집에서는 어머니가 신슈의 백된장을 주로 사용했었다. 국물은 말린 생선을 내장까지 끓여낸다. 나는 적된장이나 콩된장을 좋아해서, 백된장은 곁반찬에만 사용한다. 누나는 어머니처럼 백된장이 베이스지만 국물은 가다랑어포를 사용했다. 시댁의 취향일까.
원래는 같은 어머니의 맛을 배우고 자랐지만, 나와 누나는 세세한 부분이 다르다. 그런 점이 그립고도 새로운 것이다. 서로 아무 말 없이 식사하는 도중, 그녀가 가만히 날 바라보고 있었다. 있기 불편하다는 느낌도 아니고, 그저 동그란 눈을 하고 있다.
알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을 뿐, 마음은 통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어떤 말을 떠올리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맛있다거나 행복하다고 느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씩 웃어 보이자, 그녀도 미소를 돌려주었다.
식사를 끝마치고 다시금 반차(番茶)가 나왔다. 누나는 차를 좋아해서, 예전에는 자주 이렇게 끓여주고는 했다. 한숨 돌리는 동안 곧바로 나이프를 들이밀어졌다. 범죄야, 하고. 빙 둘러서 말하는 것도 곤란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도 곤란하다. 들키면 이렇게 될 것은 뻔했지만.
잠에 취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결국 누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게 했을 때와 같다. 누나에게는 누나의 생활이 있기에, 가족의 불상사가 드러나면 체면이 엉망이 된다. 자신만 다물고 있으면 된다면, 결국 그렇게 하리라.
지금 이런 말을 하는 이유 또한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걸 뱉어내고 싶을 뿐이다. 누나한테 폐를 끼치고 있다는 자각은 있으니, 기분 전환에 어울려주는 정도는 해야 한다.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고 무엇이든 대답하겠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만약 십 년 전이었다면 누나에게 환멸당하는 일에 아픔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양친이나 조부모에게 알려지면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겠지. 지금은 양친도, 조부모도 계시지 않다. 거의 남남이 된 누나와 그녀를 비교하면 천칭의 기울기는 명백하다. 상처받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녀 앞에서 후회할만한 말은 할 수 없다. 남자의 긍지라는 것이 있으니까.
대답은 고민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 라고만 대답했다. 얼버무린 것은 아니다. 단지, 말이 부족하다. 그렇게 생각했을까. 셋이서 조용히 차를 마셨다. 시계를 보자 일곱 시가 지나고 있었다. 이런 시간에 저녁 식사를 마친 것은 몇 년 만일까.
이렇게 작은 아이가 아니면 안 되는 거니, 하고 누나가 중얼거렸다. 의문이 아니라, 혼잣말 같은 연약함이 있었다. 사람을 산다면, 다섯 살이 아니라도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도 라인업에 있었다. 단지, 난 그저 여자를 원한 것이 아니라, 가족도 원했다.
그리고 한심한 일이지만, 난 성인 여성과 함께 살아갈 만한 배짱도 없다. 몸만은 어른이 되었지만, 난 여전히 어른다워질 수 없었다. 어떻게도 여성스러운 사람 앞에서는 기가 죽어버린다. 그렇게 사 들인 그녀가 지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어린아이라서가 아니라, 이 아이기 때문이다, 라고 돌려주었다. 누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문득 그녀를 보자 득의양양하게 코를 부풀리고 있다. 의문을 느낄 새도 없이 그녀의 말이 귀에 닿았다. 말했지, 부인이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