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19화 (119/450)

4년 29화

시누이

무심코 되물을 뻔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하고. 평소보다 머리가 둔한 것이 다행이었다. 말뜻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고, 그 때문에 정정할 타이밍을 놓쳤다. 누나의 눈앞에서 물어봤다가는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버린다.

그녀에게 시선으로 묻자, 싱긋 웃어 보인다. 어떻게든 얼버무렸으니 칭찬해라, 하고. 그런 의미일까. 확실히, 누나가 유일한 육친이니 친척 아이를 맡았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럴듯한 거짓말을 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부인 같은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지 말고, 지인의 아이를 맡았다던가, 같이 지낼 뿐이라고 하면 될 것을. 오히려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듣지 못한 척 넘기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틀림없이 의심하겠지. 경멸하고 있을까 싶어서 누나의 모습을 보자 의외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서른이 넘은 남동생이 초등학생을 아내로 맞았다니, 웃어넘겨도 좋은 이야기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는 깨달았다. 결국, 이건 범죄를 정면으로 긍정하고 있을 뿐이다.

누나가 평소보다 말이 없고 잘 해주었던 것은 말을 꺼내기 망설여졌기 때문이었나. 어린아이의 농담이라고 웃어준다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어떻게 하는가. 마음을 먹고 물어보니 동생은 숨기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당당하게 앉아있다. 내가 누나였다면 마찬가지로 머리를 끌어안고 싶었겠지.

나로서는 그녀를 아내로 삼은 적도 없고, 그럴 자격이 없다. 확실히 이런저런 일을 강제해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일방적인 행동이고, 거래일 뿐이다. 아니, 그런 것이 없었다고 해도 스물이나 떨어진 아이와 결혼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곤란하게도 아니라고도, 오해라고도 하기 어려웠다. 친절하고 정중하게 설명한다고 해서 누나가 기뻐하지도 않을 테고, 이마에 주름이 늘어날 뿐이다. 나와 그녀의 사이를 더 없을 정도로 단적으로 표현하면 부인이라는 말도 틀리지는 않았다.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그렇기는 하지만, 잠옷 단추를 잘못 끼운 듯한 기분이다.

어른 두 명이 쓴 얼굴을 하고 있어도 그녀만은 멀쩡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직접 만든 쿠키를 꺼내와서 다람쥐처럼 입에 집어넣고 있다. 가만히 바라본 탓에 먹고 싶은 줄 알았는지, 지퍼락 주머니를 이쪽으로 내밀었다.

그녀는 내게 한 장을 건네고, 일단 누나에게도 권해주었다. 누나는 망연한 표정으로 손을 뻗지 않았지만, 곧 무언의 압박에 지고 말았다. 그녀는 금세 한 장을 다 먹고는 다음 한 장을 꺼냈다. 그녀가 꺼내고 내가 꺼냈으니, 순서대로 한다면 누나의 차례다. 꺼내지 않으면 그녀의 차례가 되지 않으니까.

두세 장을 먹고는 만족했는지 의자에서 내려와 방으로 돌아갔다. 문이 열리는 소리로 생각건대, 욕실이라도 들어갔겠지. 누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잘 길들였네, 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녀에게는 젓가락 쥐는 법부터 국어에 수학, 생활의 매너같은 것까지 가르쳤다. 하지만, 그걸 길들였다고 하는 것은 그녀를 개나 고양이로 취급하는 것 같아서 웃을 수 없다.

잠시 지나자 욕실로 갔음이 분명한 그녀가 되돌아왔다. 오늘은 안 오는가, 하고. 오늘만은 누나가 있으니 분위기를 읽고 혼자 들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 누나는 뺨을 매달고 있었다. 이 아이는 아직 혼자 씻지 못한다, 라고 중얼거리고 말았다. 그녀와의 관계를 숨길 생각은 없다고 정색하기는 했지만, 자신이 아이를 귀여워한다는 부분은 무심코 변명을 하고 말았다. 그런 자신이 부끄럽다.

이미 감사의 말은 전했지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담았다. 그녀와 욕실에 들어가면 한 시간은 걸린다. 저녁 식사도 마쳤고, 혼자서 거실에 한 시간이나 기다리게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누나에게도 생활이 있으니 이틀이나 혼가를 비울 수는 없겠지.

내 나름의 친절심이었지만, 완곡하게 쫓아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행복하게 지내, 라고 버리듯 말하고는 집을 나갔다. 그녀는 드물게도 기분이 좋은지 손을 흔들면서 마중했다. 또 오라는 말까지 하면서. 목소리를 봐서는 겉치레도 아닌 모양이다. 신경 쓰여서 누나가 가고 난 다음 물어보았다. 그러자 진지한 얼굴로, 남편의 누나는 내 시누이니까, 라고 하는 것이다. 그때가 돼서야 겨우 그녀의 말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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