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30화
언젠가
그녀의 기분을 해치지 않도록 천천히 욕실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예를 들어, 왜 내가 남편이고 그녀가 부인인가. 그러자 그녀는, 키스나 야한 일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일이다, 라고 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말이었다. 그러니까 사랑하지도 않는 상대에게 키스를 하는 것은 굴욕적인 일이다, 라고 나는 덧붙였을 터인데.
의도적으로 잊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나와 그녀는 서로 사랑하고 있다, 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적어도, 나는 그녀에게 홀딱 반했으며, 그녀는 나한테 어울려주고 있을 뿐이다, 라고.
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가. 능청을 부린다고 생각했는지, 작년 말에는 프러포즈까지 해줬다는 말을 꺼낸다. 요령부득한 이야기를 끈기 있게 들어보니, 친구에게 권유를 받아 술자리에 갔던 날의 일을 말하는 듯했다.
그녀가 없었다면 결혼 정도는 했다, 라고 나는 말했다. 그 말이 그녀에게는 귀찮은 짐이 있어서 결혼할 수 없다, 라고 들린 모양이다. 유아처럼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한 것은 그게 이유였던 것 같다. 그러니까 그녀는, 이곳에 있어도 되는가, 하고 물었다.
그때 나는 어떤 대답을 했던가.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물고 있는 나를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했는지, 언제까지든 있어도 된다, 라고 기쁜 듯 내 흉내를 낸다. 자신이 없다면 결혼을 했겠지만, 자신은 언제까지든 있어도 된다. 그래서 빙 둘러 프러포즈를 했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언젠가 가면라이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몸을 단련하면 라이더 킥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라는 건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모르는 망상을 모아 세우고는 마치 현실인 것처럼 믿어버릴 때가 있다. 그녀의 경우 대부분 내 탓이기는 하지만.
나도 진심으로 가면라이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아이라고 해도 개조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거짓말이라도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싶었고, 그편이 멋있다. 요컨대, 자신에게 형편 좋은 것을 믿고 싶은 것이다.
그녀도 시설에서 돈으로 팔리고, 낯선 남자에게 장난감 취급을 당하고 있다. 그런 현실을 바라보기보다는 사랑받고, 자신에게 푹 빠져서 소중하게 대해지고 있다고 믿고 싶겠지. 언젠가는 깨버릴 꿈이라고 해도, 지금은 행복하게 있을 수 있으니까. 가해자면서 피해자를 동정하는 것은 오만이겠지.
그러나, 그 꿈은 내게 형편이 좋다. 오히려 그녀보다 내 마음이 편할 정도다. 슬슬 포인트가 어떻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귀찮아졌고, 돈으로 사들인 아이라는 죄책감은 나날이 커지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남편이라고 믿어준다면, 아무런 가책 없이, 그저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되리라.
그녀의 뒤에서 몸을 씻어주면서, 사랑해, 라고 속삭였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말을 써본 적은 없었다. 마치 드라마처럼 현실감이 없다. 귓속에 울리는 자신의 목소리에 등줄기가 오싹해진다. 상쾌한 기분과는 정반대로 끝없는 늪에 발을 들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빠졌다고 해야 할까.
더 말해줘, 하고 그녀가 속삭였다. 겨드랑이를 간질이고, 매끈한 가슴을 쓰다듬으며, 허벅지에서 배까지 손가락을 미끄러트린다. 그때마다 사랑해, 라고 중얼거렸다. 말하면 말할수록 싸구려 같고, 얄팍해져 간다. 신기하게도, 말이 가벼워질수록 내 고간의 물건은 기세를 더했다.
그녀의 온몸을 뒤덮은 거품을 흘려내고, 그녀와 마주 보고 끌어안았다. 다리를 벌리고 내 허리에 매달리게 하자, 내 물건이 새하얀 배에 짓눌린다. 압박은 없고, 자극도 없는데도, 그녀의 피부는 끝에서 스며 나온 점액으로 끈적하게 빛났다.
눈을 감도록 말하고, 물건을 그녀의 얼굴 가까이 가져가서, 물건을 손으로 문지른다. 기세 좋게 뛰쳐나온 액체가 그녀의 이마나 코,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입술까지 묻은 액체를 핥고는, 그녀가 엷게 눈을 떴다. 용서해줄게, 하고. 미안하긴 하지만, 꽤 거만한 말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