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3화
보은
위로 아래로 돌봐주면서도 이렇다 할 보수를 바라지 않는다. 그녀 안에서는 서로 부부 사이니까, 부부는 돈이 아닌 애정으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바라지 않더라도 내가 스스로 옷이나 책을 사주고 있으니, 정말로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렇게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어떻게든 돌려주려고 생각해봤으나, 욕실 정도 밖에는 신경 쓸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나 몸을 씻기는 기술은 이전부터 연구하고 있으니 하루 만에 더 능숙해질 수도 없다. 자연스럽게 그 외의 것에 힘을 주게 되었다.
식사할 때는 아내와 남편이라는 느낌이고, 느긋하게 지낼 때는 애완 쥐와 주인이 된다. 그런 식으로, 욕실에서는 공주님과 하인이라는 이미지 플레이가 되는 것이다. 우선 탈의실까지 공주님 안기로 데려가 드린다. 단추를 벗기는 것부터, 머리를 정리하고 속옷을 벗는 것까지 대부분을 돕는다. 그녀 자신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준비가 끝난다.
미끄러져서 넘어지면 위험하므로, 욕실로 입장하는 데는 직접 걷도록 부탁드린다. 그 이후는 이전과 비슷하게 정성을 담아 머리와 두피를 마사지한다. 린스를 사용하고, 비누가 남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확인하며 거품을 떨어트린다. 손가락이나 부드러운 스펀지를 사용하여 그녀의 뺨부터 목, 발가락 하나에 이르기까지 정성스럽게 닦아낸다. 그녀가 욕조에 잠기기까지 한 시간은 걸린다.
나 자신은 재빠르게 끝마치고 같은 욕조에 들어가면 목덜미에서 어깨, 겨드랑이의 림프 마사지를 한다. 다리도 자주 붓기 때문에 문질러준다. 운동이 부족한 탓이겠지. 욕실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하면, 이 정도 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초등학생에게 림프 마사지를 해도 별 효과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건강에 도움이 되기는 할 것이다. 당당하게 하는 것도 부끄러우니, 사 온 마사지 책은 그녀에게 들키지 않을만한 곳에 숨겨두었다.
욕조 안이 따뜻한 탓인지, 아니면 마사지를 받으며 눌리는 탓인지 자주 아- 라거나, 우- 하고 신음하고 있다. 귀여운 목소리지만, 아무래도 아저씨 같다. 본인은 편안해서 그럴 테니 다물고 있지만, 녹음이라도 해서 들려주면 아마 충격을 받으리라.
마사지가 일단락되면 탕에 잠겼던 손으로 눈을 가려준다. 이건 내 경험에서 생각해낸 서비스다. 욕조에 잠겨있어도 얼굴이나 머리는 식어간다. 이마나 뺨도 그렇지만, 특히 눈꺼풀 위에서부터 덥히면 더욱 기분이 좋다. 삶은 수건이라도 상관은 없지만, 그렇게 빨리 식지 않는 만큼 손이 더 좋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난 계속 인간 의자가 되어 그녀의 머리나 몸을 받아들인다. 우리 집의 욕조는 정사각형 스테인리스라, 그냥 기대기만 하면 조금 불편하다. 내가 없으면 더 쾌적해지겠지만, 그걸 보충하는 의미에서도 기대게 하고 있다.
가장 큰 적은 나 자신이다. 뭘 해도 부드럽고 탄력 있는 그녀의 몸을 만지다 보면 자연스레 고간이 단단해진다. 마사지다 의자다 해놓고는 그녀의 몸에 문질러버리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성인군자의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러는 데 실패하면 그녀가 신경을 써서 욕실의 봉사가 시작되고 만다. 남편의 상대를 하는 것은 아내의 의무라고 생글생글 웃어주기는 하지만, 해버리면 돌려주는 것이 아니게 된다. 몇 번은 거절했으나 그럴 때마다 말싸움을 해버린다. 결국, 내가 나를 제어할 수밖에 없다.
욕실에서 나올 때도 역시 머릿결 하나, 발가락 하나까지 수건으로 수분을 닦아낸다. 벗길 때와 비슷하게 속옷부터 파자마까지 몸에 걸쳐드린다. 비슷하게 머리가 길었던 누나에게 들은 모양이라, 요즘은 원하시는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해서 머리를 말리는 부분까지 하면 목욕이 끝난다.
욕실에 들어가서 나오기까지 한 시간 반 정도일까. 그래도 다 돌려줄 수 있었는지는 미묘하다. 애초에 욕실에서 돌봐주는 것 자체가 내 즐거움이기도 해서, 별로 보은이 되지 않는다. 샴푸의 향기를 풍기는 그녀가 한층 더 사랑스러워서, 목욕을 마치고 나서는 되도록 다가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 나 자신의 이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사람을 미쳤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 말을 빌리자면 나는 즉, 미치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