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4화
연인잇기
손가락 사이에 손가락을 넣고 깍지를 낀다. 이것을 처음 연인잇기라고 부른 것은 누구일까.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고, 부모나 친구와 하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일반적인 관계에서는 절대 이런 식으로 잇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애초에 부모나 연인 정도밖에 손을 잡지 않지만.
나와 그녀는 어느 쪽으로도 보인다. 부모나 원조교제로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며칠 전에 연인잇기라고 부른 이후, 그녀는 외출할 때마다 나와 연인잇기를 하고 싶어 했다. 그녀가 왔을 때는 다섯 살로, 혼자 걷다 넘어질 것만 같은 나이였다.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으니 밖에 나갈 때는 손을 잇는다.
보통 사학년 딸과 손을 잇는 아버지는 없지 않을까. 흐뭇하게 보인다면 상관없지만, 모친이 없다는 것은 이웃에게도 알려져 있으니 지나치게 사이가 좋은 부녀로 보일지도 모른다. 알콩달콩 보내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세간에 대한 체면이라는 것이 있다. 소심한 성격이기도 하고, 직업을 잃을 위험도 있다.
흔히 신분의 차이로 사랑의 도피를 하는 커플이, 북쪽 나라로 도망가서 백년해로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는 땅으로 가면 단순한 남자와 여자가 된다. 나와 그녀의 경우는 일본이나 영미권에서는 단순한 남자와 여자가 되지 못하지만, 동남아시아나 남미 주변이라면 괜찮을까. 그러나 어찌 됐든,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살아갈 배짱은 없다.
처음에는 솔직히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손을 잡았더니 꾸물꾸물 움직이고는 이게 아니다, 라고 호소하는데, 매일 하던 것을 다르다고 해도 알 수가 없다. 손을 내밀라고 하니 내민다. 그러자 이전에 했던 것처럼 손가락을 얽히며 잇는다. 그리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걸어가려고 하니까, 태클을 걸었다.
왼손으로 왼손을 잡고 걷는 건 이상하잖아, 하고. 그럼 이렇게, 라며 왼손과 오른손으로 바꾼다. 그게 좋지 않았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출발, 하고 그녀가 외쳤지만, 엘리베이터에 타서 거울을 보고 눈치챘다. 손가락을 얽히게 잡은 중년과 초등학생은 척 봐도 수상하다. 당황해서 잡는 방식을 바꿨지만, 그녀는 불만스러워했다. 그 이후로 무언가 있을 때마다 조르는 것이다.
그녀가 손가락을 얽히려고 하면 모르는 척 붙잡거나,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느낌으로 손을 푼다. 슈퍼나 편의점에 잠깐 들리기만 해도 두세 번은 기회가 있다. 그때마다 도전하고, 거부하고,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유혹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겨우 그 정도로 눈을 찌푸리는 인간은 없겠지. 자의식과잉이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편의점 강도가 가게 안에 들어가는 데에도 용기를 짜내는 것처럼, 품속에 칼을 지니고 있다는 죄의식이 있기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벌벌 떨게 되는 것이다. 그럼,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손을 잡으면 되는 것인가. 손이 괜찮다면 머리나 뺨을 만지는 것도 괜찮은가.
손가락을 빨게 하거나, 키스를 하거나, 입으로 시키는 것은 어떤가. 흑백은 과연 알지만, 그레이 존은 점점 애매해져 간다. 알콜 중독에게는 맥주 한 캔도 독이지만, 본인 스스로는 알지 못한다. 그녀의 적절한 복용량을 누군가 알려주면 좋으련만.
잘 모르겠다면 차라리 하지 않으면 된다. 한번은 외출하면서 그녀의 손을 잡지 않았는데, 그녀는 현관에서 가만히 서서 나를 따라오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다는 멍한 얼굴이 마치 리드를 잊은 강아지 같았다.
화내거나 우는 것보다 괴롭다. 차라리 탓해주면 적당히 다룰 수도 있는데, 다물고만 있으면 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가가서 깜빡 잊어버렸다고 말하며 손을 잡으면, 어쩔 수 없네, 라고 말한다. 요즘은 혼자 슈퍼에 찬거리를 사러 가기도 하니까, 걸을 수 없는 것도 아니면서.
내가 있을 때는 꼭 돌봐주어야만 하는지 생각해보면, 그건 그것대로 걱정이 된다. 평소에 할 수 있는 것을 내 앞에서 하지 않는 것은 어째서인가. 기다리면 되돌아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어리광을 부리는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그녀의 손 위에서 굴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린아이가 그런 것까지 생각할까. 하지만, 아이라도 여자는 똑똑하니까 그 정도는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가 손을 잡아달라거나, 데려가달라는 말을 한마디만 해도 난 그대로 따르리라. 정면으로 부탁하면 거절하지 못할 테니.
날 꿰뚫어 보고 있다면 내 성격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관에서 가만히 기다리는 번거로운 짓을 하지 않고 말로 표현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일부러 한다기 보다는 단순히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럽겠지.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석연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