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5화
여행
그녀도 나름대로 어른이 되었다. 어떤 것으로 어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숙제도 말하기 전에 끝마치게 되었다. 만났을 당시는 허리보다 조금 큰 정도였던 키가, 지금은 가슴팍까지 자랐다. 게다가 외출할 때도 혼자 뛰쳐나가지 않게 되기도 했다.
학교에서 놀이공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가 가보고 싶다고 졸랐다. 친구 한 명이 연휴 동안 다녀온 이야기를 잔뜩 들려주었다고 한다. 요즘은 바라는 걸 전혀 말하지 않게 되어버려서, 나로서도 고마운 이야기다. 여러 가지를 해준 대가가 남아있으니, 흔쾌히 승낙했다.
모처럼이니 도심에 있는 테마파크에 데려가고 싶지만, 꽤 거리가 있어서 오늘내일 다녀올 수도 없다. 나도 실제로 가본 적이 없고. 알아보니 원내에 호텔도 있다고 한다. PC로 확인하니 싼 것은 다섯 자리, 비싼 것은 일곱 자리가 넘었다.
그런 가격인데도 연휴 중에는 어디든 만실이라고 한다. 일곱 자리 방이 전부 예약되어 있는 것이 굉장하다. 끈질기게 찾아서 운 좋게 빈방을 하나 발견했다. 이곳만 비어있는 것도 부자연스러우니, 어쩌다 예약이 취소되었겠지.
계획이 잡혔으니 티켓을 산 다음 그녀에게 보고했다. 물론 돈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일일이 돈을 따지는 것도 남자답지 않지만, 잔소리를 하게 된 탓이기도 하다. 저녁 식사를 준비해주게 된 것은 좋은데, 재료를 사는 것도 혼자 가게 되었다. 광고지를 읽고 세일 품목을 사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거나, 케이크를 사서 돌아오면 불평을 한다.
그런 그녀에게 비행기 표가 왕복 십이만, 호텔비가 십만이라고 했다가는 돌변해서 맹반대를 할 것이 뻔했다. 저금에 유산도 있고, 벌이도 있는데 아까우니까 가지 않겠다고 하면 곤란하다.
출발은 주말의 금요일로, 일을 끝내고 일단 집으로 돌아와서 짐과 그녀를 주워 밤편 비행기를 타고 나리타까지 이동한다. 전철을 몇 번 잘못 갈아탈 뻔 하면서도 가장 가까운 역에 도착하자, 상상 이상으로 굉장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역을 나오자마자 주변에 상점이나 쇼핑몰이 있고, 놀이공원 내부로 이동하기 위한 전철까지 운행되고 있다.
한밤중인데도 아이를 데린 부모들도 잔뜩 걸어 다니고 있고, 어느 아이도 발걸음이 가볍다. 마치 날아다닐 것처럼 신이 나 있다. 그것을 보고, 문득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그녀도 자주 뛰어다니고는 했다. 조금만 재미있어 보이는 일이 있으면 뛰쳐나갈 것처럼 내 손을 잡아당겼고.
옆을 바라보니, 기뻐 보이기는 하지만 침착한 발걸음으로 앞을 향하는 그녀가 있었다. 빤히 바라보는 나를 알아챈 그녀가, 왜 그래, 하고 물어봤다. 아무 일도 아니었다. 단지, 어른이 되었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안 뛰어도 되겠어, 하고 물어보니, 그럴 리가 없잖아, 라고. 그게 어쩐지 쓸쓸하게 느껴졌다.
밤이 늦었지만, 호텔에는 미리 체크인이 늦어진다고 전해두었다. 뭘 하고 싶은지 물어보니, 쇼핑몰에 가보고 싶다고. 역 앞에 설치된 카운터에서 체크인만 끝낸 다음, 쇼핑몰을 향해 발을 옮겼다. 쓸데없이 복잡한 구조지만 선물용품만이 아니라 옷이나 모자, 안경 등 대부분의 물건이 갖추어져 있다.
예상은 했으나, 역시 그녀는 여행을 왔음에도 불구하고 옷가게에 들어가려고 한다. 집 근처 번화가에는 없는 가게가 잔뜩 있다, 라는 모양이다. 장소상 아이들 옷이 잔뜩 있는 것이 곤란하다. 한두 곳도 아니고, 있는 이상 모든 가게를 제패할 생각이다. 이제는 뭘 하러 왔는지도 잘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서, 난 어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호텔에 들어가서 잠들고 싶었다. 일로 지치기도 했고, 단 한 시간 반이지만 비행기에 앉아있는 것도 힘들었다. 그녀는 작으니까 상관없겠지만, 백 팔십이나 되면 이코노미는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 있자, 그녀는 빙긋 웃으며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내가 말을 망설이면 무엇이든 꼭 야한 요구라고 착각한다. 그렇게 애매한 부탁을 몇 번이나 한 적은 없다. 바라는 것은 언제나 그녀니까. 단지, 그녀의 권하는 표정이 사랑스러워서, 그만 나도 모르게 하반신이 반응해버린다. 그녀는 익숙해져 있으니 바지 너머로도 부풀어있는 걸 알 수 있다. 슬프지만, 항상 반론의 여지를 잃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