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9화
공주님
일어나기는 일찍 일어났지만, 이것저것 하는 동안 꽤 시간이 지나고 말았다. 일을 치른 다음이라 곧바로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고,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을 필요도 있었다. 접수처에 양해를 구하고 시간을 확인하니 여덟 시가 지난 시간이었다. 방으로 돌아오는 도중 벌써 레스토랑이 열려있는 것을 알았다.
지갑도 가지고 나왔고, 놀이공원은 아홉 시에 열리는 듯하니 어서 식사를 하자는 흐름이 되었다. 두 가게가 있어서 어느 쪽이 좋은지 묻자, 바이킹 스타일*에 가보고 싶다고. 주말은 자주 외출을 나가고, 그만큼 외식도 많이 했지만, 바이킹에 데려간 적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양은 많지만 질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내 고집일 뿐이다. 가득한 음식 중에서 좋아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접시에 담아 먹을 수 있다, 라는 것은 매력적이기는 하다. 그녀가 가고 싶다면 반대는 하지 않는다. 국내 유수의 테마파크에 점포를 낸 뷔페를 품평해주겠다, 라는 잘난 생각도 들었다.
신이 난 그녀는 일식, 양식, 중화를 가리지 않고 마구 접시에 담아서 돌아왔다. 아침부터 그렇게 먹을 필요는 없을 텐데. 괜찮은 요리가 몇 가지 있는데도, 케첩이 듬뿍인 스크램블 에그를 의기양양하게 들고 있어서 무심코 미소가 지어졌다. 내 접시에도 있다. 왠지 모르지만, 바이킹에 오면 스크램블 에그를 먹고 싶어진다. 달걀말이 같은 건 집에서 매일 먹는데도.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는데, 그녀는 어느 때보다 급하게 입에 욱여넣고 있었다. 빈말이라도 품위 있다고는 할 수 없는 모습이다. 더 먹으러 가려나 싶었지만, 그릇이 비어도 자리를 일어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가만히 나를 바라보며 재촉하는 것이다.
여덟 시 반 정도가 지나 그녀가 겨우 입을 열었다. 어쩐지 유난히 서두른다 싶었더니, 호텔 숙박자는 오분 전에 입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접수처에 쓰여있었던 모양이지만 어젯밤은 지쳐서 보지 못 했다. 일찍 들어갈 수 있다면 이득이기는 하다. 남은 음식은 그녀의 입에 집어넣고 자리를 일어섰다.
몸단장은 하고 나왔으니 언제든 갈 수 있다. 그렇지만, 일단 들어가면 쉽게 돌아오기는 어려우니 그 전에 화장실을 다녀오고 싶다. 둘로 나뉘어서 화장실을 향한다. 용무를 마치고 나오자, 그녀가 팔짱을 끼고 서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 쪽이 용무를 보는 데 더 시간이 걸린다. 화장실은 다녀왔는지 물어보니, 아무 말 없이 내 팔을 잡아당긴다. 조금 전에 가지 않았던 쪽의 레스토랑 앞에 가더니 자꾸만 점내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바라보니, 척 봐도 공주님 같은 모습의 여자아이가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상당히 공을 들인 코스프레다.
자기도 하고 싶다고는 하지만 옷이 없으면 할 수가 없다. 굳이 집에서 가져왔을 테고, 어지간한 팬인 거겠지. 그렇게 말했더니, 이번에는 접수처의 카운터까지 팔을 당겨서 데려간다. 접수처의 아가씨가 쓴웃음을 지으며 코스프레는 호텔의 서비스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여자아이가 폭주해서 돌격하는 일이 가끔 있는 모양이다. 그녀는 벌써 멋대로 주문을 하고는 예약까지 마쳐두었다. 물론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니 임시 계약이지만, 내가 화장실에 간 몇 분 동안에 모든 걸 마쳐둔 솜씨는 놀라웠다.
승낙의 의사를 전하자, 그녀는 유유히 드레스를 고르러 떠나버렸다. 메이크업까지 하는 모양이니 십 분 정도로는 끝나지 않겠지. 재촉해서 서둘러 밥을 먹은 것 치고는 개원 시간에 늦어버리는 것이다. 로비에서 책을 읽으며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리자, 드디어 그녀가 돌아왔다.
옷뿐만이 아니라 구두 모양이나 매니큐어의 색깔 등 고를 것이 잔뜩 있다. 그녀는 대체로 모든 것에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으니 고르는 것만 해도 심상치 않은 시간이 들어간다. 그녀의 경우, 머리가 허벅지까지 기니까 담당한 사람도 큰일이었겠지. 이 정도로 머리가 많으니, 산뜻한 파스텔 옐로의 드레스도 조금 화려하게 보인다. 만두 머리를 하면 중화 같으니 공주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녀의 손을 잡고 호텔 밖으로 나오자 상상 이상으로 사람이 북적거렸다. 여기를 온종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피곤하다. 뒤로 돌아 호텔로 돌아가고 싶다. 싫증이 나서 그녀를 내려다보자, 무엇을 착각했는지 내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얽혀왔다. 건방지게 장갑까지 낀 그녀는 의욕에 가득 차 있었다. 이 모습이라면 이렇게 손을 잡아도 이상해 보이지는 않겠지. 그런 일을 생각하면서 걷기 시작하자, 신기하게도 권태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뷔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