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30화 (130/450)

5년 10화

퍼레이드

아이는 활발하다, 라고 새삼 느낀다. 평소에는 조용한 그녀지만 신이 나서 노는 모습이 과연 어린아이답다. 내 쪽은 어트랙션을 두 개만 타도 잠깐 휴식하고 싶은데, 아무리 지나도 쉬게 해주지 않는다.

애초에, 제트 코스터 종류를 좋다고 타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부품 하나, 나사 하나만 망가져 있어도 쉽게 죽을 수 있다. 거꾸로 뒤집혔을 때 쏙 빠지는 것은 생각할 수 있는 방식 중에서도 최악의 죽음이겠지. 굳이 죽음에 다가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원내는 매우 혼잡해서 두세 시간을 기다리는 정도는 당연한 것들뿐이었다. 시간이 지정된 티켓을 받으면 나중에 타러 올 수 있는 제도가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티켓을 받으러 돌아다니는 데도 시간이 걸리니까 연속으로 두세 개를 탈 수는 없었다. 내 위장에 착한 설계였다.

놀랍게도 원내에는 전용 전철까지 운행되고 있다. 걸어서는 다 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지가 넓다는 뜻이다. 시골 태생이니 땅이 넓다는 데는 놀라지 않지만, 카트나 버스가 아니라 전철이라는 것은 예상 밖이었다. 호텔은 테마파크의 입구 가까이에 있으니 탈 필요가 없지만, 그녀는 관심이 많은 것 같아 곤란했다.

*엔니치(縁日)처럼 과녁 맞히기가 있는 점포까지 있어서 재미있었다. 키도 크고 경험도 있으니 내 점수가 더 높다. 바보 같기는 하지만, 조금 기분이 좋았다. 아이보다 못하면 모양새가 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몇 번인가 이상한 방향으로 던지는 것이 신경 쓰였다. 혹시, 그녀는 조금 눈이 나빠졌을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손을 떼어놓을 기회가 몇 번이고 있었으나, 그럴 때마다 다시 연인잇기를 했다. 귀찮아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 상관없나 싶은 기분이 들었다. 주변은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하고, 어디를 둘러봐도 커플이 가득하다. 나도 가능하면 그녀의 작은 손가락에 맞닿아 있는 편이 기쁘고.

자식 동반은 꼭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카메라를 가지고 있어서,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마구 찍어대고 있다. 야외에서 사진을 찍는 습관도 생각도 하지 못해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녀가 자라서 내 손을 떠나더라도 지금 그녀의 모습이 사진에 남아있다면 조금은 외로움을 잊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침 주변에 있는 가게에는 빈틈없이 인스턴트카메라가 진열되어 있었다.

그녀도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지 열심히 포즈를 취했다. 없는 가슴을 모아서 그라비아 포즈를 취하는 것이 재미있다. 진짜 공주님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포즈니까 묘하게 싸 보인다. 자기도 하나 갖고 싶다고 하기에 서로 하나씩 들고 걸어 다녔다.

재미있게도 지붕의 높이는 전체적으로 낮지만, 안에 들어가면 천장이 높다. 일반적인 일 층 건물과 이 층 건물의 중간 정도의 높이가 한 개의 층이 되어있는 모양이다. 하늘이 넓게 보이니까 야외에서도 개방적인 기분이 들고, 천장이 높으니까 실내에서도 압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키가 작은 사람일수록 그런 트릭을 체감할 수 있을 테니, 어린아이가 더 즐길 수 있으리라.

저녁 즈음 호텔로 돌아왔을 때도 그녀는 아직 더 놀고 싶은 분위기였다. 물론 지치기는 했겠지만, 기력이 더 넘쳐흘렀다. 저축한 지방만큼 건강한 건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화려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원내의 호텔을 잡은 것이 아니다. 접수처에 한마디만 하고 드레스를 입은 채로 방으로 올라갔다. 그녀에게 메뉴를 건네고 룸서비스를 주문한다. 방에서 주문만 하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데에 상당히 감동하고 있다. 나도 룸서비스 같은 건 처음이지만, 그녀만큼 신선하게 놀라지 못하는 것이 어쩐지 서글프게 느껴진다.

과연 잘 알고 있는지, 식사는 퍼레이드 시간에 맞춰 옮겨졌다. 낮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멀리서 보는 정도였지만, 여기서라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녀도 모처럼 주문한 요리를 무시하고 창문에 달라붙어 있다. 돈으로 사람 마음을 사는 기분이 들어서, 어쩐지 불편하다. 손이 검게 물든 인간이니까 비겁한 행동만은 피해왔는데, 룰을 어긴 듯한 기분마저 든다.

호텔 방에서 식사를 한다고 하면 성적인 느낌이 든다. 퍼레이드의 불빛을 받으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그녀에게 색기 따위는 없었지만.

*일본 신앙의 특별한 날. 보통 신사에서 축제가 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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