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11화
가슴
현상된 사진을 보다 보니, 잘도 다녀왔다고 재차 생각했다. 주말의 번화가에도 사람이 모이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어느 사진도 만원 전철처럼 되어있다. 후반이 될 수록 지쳤는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는지 포즈가 단조로워진다. 마지막 열 장은 전부 브이였고.
모처럼이니 그녀 전용 앨범을 만들자. 그렇게 생각하고 이전에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현상해왔다. 비교해보고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있다. 살랑살랑 손을 흔들어서 그녀를 부르고, 만져서 확인해본다. 확실히, 그녀의 볼살이 꽤나 줄어들었다. 날씬해져서 사진 속과는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다.
단순히 마르기만 한 것은 아니겠지. 손발도 가늘어지고 키도 자랐다. 단 몇 년이기는 하지만 성장한 것이다. 아이는 점점 자란다. 그 정도로 해놓고는, 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별로 여자라는 성별을 의식하지는 않아 왔다. 그랬는데, 이제는 영락없는 여자아이다.
무슨 일인지 싶은 표정으로 가만히 있길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녀에게는 매일 보는 자신의 얼굴이기 때문인지 감개도 없는 모양이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조금 살이 빠진 것 아닌가, 하고 말하자 가슴을 편다.
스스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주제에, 왜 이렇게 잘난 태도를 할 수 있는 건지. 어른이 된 것은 몸뿐이고, 머리 쪽은 아직도 아이다. 조금 안심했다. 농담으로, 여기는 변함 없는데, 하고 가슴을 만지려고 했더니 슥 피해졌다.
변태 아저씨 같았나, 하고는 생각한다. 나쁜 것은 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신경 쓰지 않고 만지게 해줘서 솔직히 충격이었다. 미안미안하고 얼버무리기는 했지만, 미소는 굳어있었다. 아빠 팬티랑 같이 빨지마, 라는 말을 들으면 분명 이런 기분이 아닐까.
얼굴에는 드러내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그녀가 당황스레 말을 덧붙였다. 말하기를, 요즘 들어 가슴이 아파서 별로 만져지고 싶지 않다고. 어제 만졌을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하고 생각하자, 내가 매일 즐겁게 만지는 모습이 귀여워서 만지게 해주었다고 한다. 내 흉내라면서 코를 훙훙 울리고 있다. 그렇게 열심히 만지지는 않았고, 어쩌다 그녀의 귓가에 내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아픈지도 모르고 사양 없이 만져서 미안, 하고 사과해야 한다고는 생각했지만. 날 바보처럼 말하는 것을 들으니 솔직하게 머리를 숙이고 싶지 않아졌다. 아무튼, 가슴이 아픈 것은 웃을 일이 아니다. 어떤 병의 징조일지도 모른다.
병원에 데려가도 상관없으나, 시간이 시간이다. 이런 시간에 하고있는 것은 응급실 정도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검색해보자, 금방 답을 알 수 있었다. 여성은 성장기가 되면 가슴이 발달하고, 그에 따라 통증이 생길 수가 있는 모양이다. 진지하게 걱정한 것이 바보 같았다.
일단 그녀도 불러서 읽어보게 했지만, 증상은 일치했다. 몇 건인가 찾아보니 아무래도 성장통에 맞춰서 첫 브래지어를 사는 케이스가 많다고 한다. 셔츠에 쓸려서 아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겸사겸사 인터넷으로 주문하려고 하자, 또 그녀의 병이 시작되었다.
더 귀여운 것이 갖고 싶다는 것이다. 확실히, 탱크톱 같은 모양이라 흔히 말하는 브래지어 같은 느낌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속옷 메이커가 잘 고려해서 만들었을 테니 그건 그런 물건이리라. 골라봐야 별 소용 없을 텐데.
멋대로 사 와서 입혔으면 좋았지 싶다. 그로부터 한 시간 정도 이것도 아니다, 저것도 아니다 하며 화면을 노려보고 있다. 신기하게도 두 개나 세 개로 좁히고 나서부터가 길다. 당연히 나도 같이 골라야 한다. 더 진지하게 생각하라고는 하지만, 내가 입는 것도 아니다.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하면, 이번에는 내게 어느 것이 좋은지 물어본다. 내 취향에 맞춰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남자에게 브래지어는 방해되는 천일 뿐이다. 만약 낯선 미녀였다면 속옷 차림도 야하겠지만, 온몸을 구석구석 알고 있는 그녀이니, 당연히 속옷보다 그 안쪽이 더 좋다.
게다가 신경 써서 가슴을 만지지 않으려고 했더니 이건 이거대로 불만이 날아왔다. 늘 하듯 다리 사이에 들어와서 앉으니까 버릇처럼 손을 가져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도, 왠지 가슴이 허전하니까 만져도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허락해주겠다는 말투지만, 실질적으로는 명령이다.
그래서 만지면 이번에는 쓸려서 아프다고 불평한다. 어제까지 참았다면 지금 참지 못할 이유는 없을 텐데도. 만지면 아프지만, 만지지 않으면 허전하다. 난 어떡하면 되는지 물어보니, 만지작거리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엄명이 내려졌다. 별 대단한 자세는 아니지만, 가슴에 손을 올리고 이십 분, 삼십 분씩 유지하는 것도 꽤 힘들다. 만질 때와 떼어놓을 때는 말하라는 말에 운전면허 학원의 후방 확인을 떠올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