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13화
얼굴
그녀와 노닥거릴 때는 기본적으로 등 뒤로 한다. 허벅지에 앉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마주 보고 있으면 TV도 볼 수 없고, 책도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몸짓이나 말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어서, 얼굴을 마주 보는 일이 없다.
그래서,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내 물건을 물거나, 스마타를 할 때의 얼굴은 알고 있다. 그녀가 주도적으로 할 때의 표정이다. 그럼, 내게 이것저것 당할 때의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내가 주도권을 잡았을 때의 그녀다. 아쉽게도 내 지식은 성인 만화나 AV밖에 없어서 현실의 여자아이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잘 알지 못한다. 정말 그렇게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일까.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보고 싶지 않다고도 생각한다. 사랑하는 그녀가 느끼는 표정을 보고 싶은 것은 남자로서 당연하겠지. 하지만, 정말로 AV처럼 된다면 그건 그거대로 무섭다. 환멸을 느끼지 않을 자신도 없고, 내일부터 어떤 얼굴을 하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헤매기는 했지만,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평소처럼 그녀가 다가와서,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게 한다. 새로운 놀이라고 생각했는지, 꺅꺅하고 웃으며 그녀도 저항한다. 딱 적당한 거리를 찾기가 어렵다. 너무 가까우면 가슴이나 배를 만질 수 없으니. 그렇다고 어중간한 위치면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지고 만다.
그래서 내 허벅지에서 무릎 쪽으로 조금 움직여보았다. 다리를 벌리고 내 허리를 감싸는 모습이 되었다. 대담한 자세이기 때문인지, 조금 부끄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균형이 좋지 않아서 내 한쪽 손으로 그녀의 등을 지탱할 필요가 있다.
인사 대신에 키스를 하고, 살며시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시선도 내 오른손을 따라가고 있다. 평소에는 하다 보니 어쩌다, 라는 흐름으로 만져왔다. 그리고 등 뒤에서 옷에 손을 넣고 위로 아래로 움직이고는 했다. 이렇게 당당하게 시작하는 것이 신기했겠지.
일단은 옷 위에서 가볍게 주무른다. 웃옷에 브래지어도 있으니 어렴풋한 감촉밖에 없다. 침을 삼키는 소리는 나인가, 그녀인가. 그녀의 눈이 가늘어져서, 마치 감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두 번, 세 번 반복하자 그녀가 몸을 떨더니, 만질 거라면 직접 손을 넣어달라고 부탁해왔다. 요염한 말에 흥분했으나, 단순히 천에 쓸려서 아프기 때문인 모양이다.
끌어안으며 옷 아래에 손을 넣는다. 어째선지 바로 벗겨낼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알몸이면 춥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유두에 닿으려고 했더니 그녀의 양 볼이 씰룩였다. 고통을 참는 얼굴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어쩐지 즐거워 보이기도 했다.
유두는 단단해져서 신기하게도 심지 같은 것이 느껴진다. 만지고 있으니 그녀가 고개를 홱 옆으로 돌렸다. 부끄러운 모양이다. 오늘은 얼굴을 보면서 하고 싶었다, 라고 말해도, 더욱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어쩔 수 없으니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내 가슴에 고개를 묻었다. 멀어지기보다는 가까운 편이 숨기기 쉽다는 걸 알았겠지. 역발상인가.
이렇게 되었으니, 저자세로 나가서 추켜세워볼까. 귀여운 얼굴을 보고 싶다,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라고 생각나는 말들을 입에 담았다. 항상 하듯 어른스러운 여성이니까, 하고도 말해보았지만, 어른은 그런 걸 하지 않는다, 하고 도리질을 한다. 그녀의 어른상은 이상적인 자신과 대체로 비슷하니까,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에는 효과가 낮다.
대신 무엇이든 해주겠다, 라고 몇 번이고 부탁해서 겨우겨우 싫은 척 고개를 들어주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손가락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으니 그녀의 얼굴은 이미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 표정은 어린아이가 아닌, 어엿한 여자의 얼굴이었다. 어떤 점이, 라고 꼽는 것은 어렵다. 젖은 눈동자에 풀린 입술, 부푼 코 같은 요소를 하나씩 언급할 수는 있다. 결정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분위기겠지.
혹시, 하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미 충분히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동정인 나로서는 확신하기 어렵지만, 그녀의 몸은 벌써 남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내 마음이 전해진 것은 아니리라. 아마도, 그녀가 보기에 나는 수컷의 얼굴을 하고 있었겠지. 내 눈을 보고는 끄덕하고 수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