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34화 (134/450)

5년 14화

눈물

그녀의 고간으로 손을 가져간다. 스패츠를 잡아당겨도 잘 내려가지 않는다. 운동할 때도 흘러내리지 않고, 안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간단히 벗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스패츠 너머로 만져보자, 그녀가 이마를 툭 부딪쳐왔다.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가만히 노려볼 뿐이다.

가슴도 직접 만지라고 할 정도이니, 아마, 그런 의미겠지. 하지만, 배 쪽에서 손을 집어넣으려고 해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스패츠를 아랫배보다 상당히 위에 입고 있었고, 고무줄로 딱 밀착되어 있다. 통풍성과 흡수성을 양립시킨 재질은 매끈매끈해서 잘 잡히지도 않는다. 타인의 침입을 거부하는 훌륭한 물건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직접 벗어줄 수 있는지 물어보자, 아주 싫은 표정을 짓는다. 이제 됐으니까 욕실에 들어가자, 하고 아주 냉정해져 있다. 그녀는 그걸로 됐을지도 모르지만, 난 이대로 끝낼 수 없다.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선언하자, 정말로 힘을 빼고 가만히 앉아있다. 거기서 방법을 하나 떠올렸다. 그녀의 등에 양손을 가져가서 천천히 기울인다. 위를 바라본 채로 눕히고, 그녀의 양다리도 들어 올린다. 그리고는 스패츠에 손을 가져가서 끌어내린다. 아니, 이 경우에는 다리가 몸보다 높이 있으니 끌어올린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던 그녀지만, 아기 기저귀를 가는 것 같다, 라고 무심코 말했더니 다리를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속옷이 무릎까지 내려져 있어서 움직이는 범위는 매우 좁다. 끈적하게 달라붙은 애액이 속옷에 실을 잇고 있어서, 그것도 요염하기보다는 아기 같은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다리의 기세가 약해져서 포기했나 생각했으나,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조금 놀려줄 생각이었지만, 정말로 울기 시작했다. 당황스레 속옷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려 했지만, 허리를 들어 올릴 기력마저 없는 탓에 어중간한 자세밖에 되지 않았다.

끌어안고 사과의 키스를 하려고 하자, 내 얼굴을 밀어내며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맨날맨날 키스만 하면 용서해줄 거라고 생각하지마, 하고. 확실히, 키스하는 것만으로 기뻐하니까 편리하게 써먹은 느낌은 있다. 혹시, 그런 내 생각을 알기 때문에 키스로 용서해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버려 두고 방으로 돌아갈 수 있을 리가 없다. 고개를 숙여보지만 봐주지도 않는다. 어쨌든 오로지 계속 사과했다. 십 분 정도 지났을 즈음, 점점 숨이 진정되었다. 휴지, 하고 날카롭게 외치기에 서둘러 휴지 상자를 건넨다. 두세 번 코를 풀고는 쓰레기통에 집어 던졌다.

침착한 듯 보였다. 겨우 폭풍이 지나갔나, 하고 안도했다. 하지만, 내 그런 안일함이 문제의 하나였겠지. 바보 취급하지마, 라고 말했다. 얼어붙을 것만 같은 눈매에, 낮은 목소리. 분노가 아닌 무언가가 비쳐 보였다. 순간적으로 말을 잃어버린 내 어깨를 밀쳐내고, 그녀는 방으로 돌아갔다.

위장 아래 주변에 무거운 덩어리가 느껴졌다. 마른 침을 삼키자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바보 취급을 한 것인가. 확실히, 난 그녀를 대등하게 대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어차피 어린아이라고 얕보고 있었다. 그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녀는 항상 웃어주었다. 계속 곁에 함께 있어서, 즐겁게 살아오고 있었다. 조금 아이 취급을 하더라도 나이 차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불만이 있더라도 이렇게나 격한 마음을 드러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그녀가 가까이 다가와 주게 된 이후로 난 생각한 적이 있었을까. 그녀가 사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처음으로 연인이 생겼다고 들떠서는 엇나가고 말았다. 잊은 것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을 뿐. 남편이다 연인이다 해봤자, 우리는 돈으로만 이어져 있는 인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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