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35화 (135/450)

5년 15화

조언

아침에 눈을 뜨자 식사를 준비하고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보다 일찍 일어난 것은 얼마 만일까. 이런 일에서도 그녀에게 너무 의지하고 있었다는 것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사과하자, 라고 생각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정도밖에 없다. 그것이 가장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어땠을까. 별로 상관없다는 양 마음대로 하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단 일 년 전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구질구질하다는 말을 들어도, 한심한 남자라고 욕해도 좋다. 앞뒤 신경 쓰지 않고 매달려서라도 그녀가 떠나지 않도록 붙잡고 싶다.

삼십 분 정도 지나자 그녀가 방에서 나왔다. 아무 말 없이 의자에 앉은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하다가 아니라 미안하다고 말한 것은 몇 년 만일까. 일부러는 아니었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 너를 아이라고 바보 취급하고 있었다. 두 번 다시 그러지 않겠다, 라고.

머리 위에서 스읍 숨을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대답을 해주는 건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그대로 한숨으로 변했다. 그녀는 조용히 밥을 정리하고 자리를 일어섰다. 계기는 어찌 되었든, 쌓인 감정들이 있으리라. 곧바로 용서해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는 하고 있었다. 사실 그렇게 화나지는 않았다거나,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용서해주겠다, 라고 말해준다면 좋겠다. 그런 제멋대로인 기대가 부서졌지만, 아직 한 걸음째다. 아침이 안 된다면 밤에, 오늘이 안 된다면 내일,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헤어지는 것만은 싫었다.

바위에 손톱을 세우는 듯한 나날이 이어졌다. 그녀의 분노는 깊었고, 시간은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갔다. 직장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고 있었을 생각이었는데, 삼 일째에는 동료나 상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질문을 받는 실정이었다. 말은 대부분 흐렸지만, 단편적으로 사정을 이야기했던 후배에게는 살짝 푸념을 흘렸다. 그녀와 싸우고 말았는데, 용서해주지 않는다고.

상담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후배가 웃었다. 눈이 번쩍 뜨이는 심정이었다. 애초에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의지한다는 발상이 없었다. 특히나 연애사를 새빨간 남에게 이야기하는 일은 예전의 나로서는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내게는 마치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것과 비슷할 정도로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느껴졌다.

선물을 주면 좋지 않을까. 이전에 먹을 것을 잔뜩 주었다가 살찌게 한 적이 있다고 말하자, 흔하지만 꽃다발이 좋겠다고 한다. 사서 집에 돌아가니, 확실히 그녀는 받아주었다. 고마워, 라는 단 한 마디였지만 삼 일만에 나눈 첫 마디가 되었다.

평소에는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했던 것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그녀는 지금도 저녁 준비만은 해주고 있었다. 분명하게 답례를 말하고, 어느 것이 맛있고, 어느 요리가 입에 맞았는지 말해보았다. 그러자, 이전처럼 다시 함께 저녁 식사를 해주게 되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후배는 일을 잘 하는 인간은 아니다. 못 한다고는 하지 않더라도 회식 자리를 더 좋아하는 남자였다. 후배이기도 해서 업신여겼던 면이 있기는 했다. 그것은 분명 그녀에게 향했던 시선과 같은 것이었다.

그런 후배의 조언이 먹혔다. 물론 모든 것이 잘 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혼자서는 아무런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던 나와는 달리 샘솟는 것처럼 아이디어가 나온다. 서른이 넘어서도 누구와도 사귀어본 적이 없는, 나처럼 경험치 제로인 인간과는 전혀 달랐던 것이다.

후배가 내게 어울려줄 이유는 무엇 하나 없다. 업무 이외로 어울려본 적도 없었고, 무언가 해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점심시간이나 퇴근할 때 시간을 내서 내 푸념에 어울려주었다. 그런 상대를 나는 얼마나 바보 취급을 하고 있었던가.

그녀는 반 친구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해왔고, 지금도 그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아이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어른의 모습을 보며 성장한다. 내가 주변 사람을 바보 취급하고, 그녀 자신마저도 깔보고 있기 때문에 그녀 또한 주변을 가볍게 보게 된 것이 아닐까. 그녀는 내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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