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19화
지체
젖은 그녀의 몸은 조금 서늘하다. 욕실에서 나오면 뜨거운 물도 식어버리고,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간다. 아이의 체온은 높다. 평소의 그녀 또한 마치 열 덩어리처럼 따뜻한 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무척 차갑다. 그런 감촉마저 어른스럽게 느껴진다. 벌어지려는 입을 입술로 닫았다.
혀를 꾹 누르자 탄력을 띤 살과 타액이 반발한다. 맞닿은 뺨에서 전해지는 서늘함이 혀의 감촉을 더욱 진하게 만든다. 잠깐조차 입을 닫을 수 없어서 그녀의 뺨이나 배를 타액이 더럽혀간다. 샤워의 물방울과는 다른 미끄러움이 그녀를 한층 더 요사하게 보이게 했다.
달팽이가 기어간 자국을 따르듯 타액의 길을 더듬는다. 손가락 끝 밖에는 닿지 않았던 뺨에 혀가 닿았지만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당연하다. 욕실에서 나온 참이라 젖어있기도 하니까. 오직 부드러울 뿐이다. 어른이 되어감에 따라 얇아진 피부는 뼈의 모양을 쉽게 드러내 주었다.
귓불을 물며 앞니나 송곳니로 감촉을 확인한다. 그녀가 항상 해주는 것처럼 혀로 위아래를 핥으며, 문지르고, 달라붙는다. 같은 살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뺨과 느낌이 다르다. 뒤편에는 약간의 쓴맛과 짠맛이 있었고, 그것이 그녀가 살아있음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녀의 양손은 내 겨드랑이를 넘어 등에 감겨있다. 허리에 가까운 위치를 미끄러지는 작은 손의 감촉과 연약한 손끝이 흥분을 돋군다. 눈꼬리에 눈물이 떠올랐고, 뺨은 데치기라도 한 듯 붉게 물들어있다. 유방은 작으면서도 부풀어서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고 있다. 그 끝에 입술을 대었다.
눈을 가늘이며 고개를 흔드는 그녀를 보고, 여태까지도 싫어하지는 않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여나 싫어하지는 않을까 흠칫거리며 하고는 그만두기를 반복해왔다. 편지를 써서 마음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전한 것이 용기가 되었을까. 아니면 받아들여 주었다는 것에 자신을 얻었을까. 지금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천천히 핥아낼 때마다 그녀는 바닥을 쓸었다. 목은 길게 뻗어 새하얀 목이 훤히 드러났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애무를 이어가자, 그녀의 숨이 점점 거칠어져 간다. 배 주변에 서 있던 팔을 내리고 그녀의 고간을 더듬는다. 겉 부분에 손가락을 미끄러트리기만 했을 뿐인데도 애액이 달라붙었다.
문득 나 자신의 물건에 닿아보니 그녀에 대해 말할 자격은 없었다. 역시 닿지도 않았는데 땀이 스며 나와 있다. 서로 준비는 되어있다. 일련의 몸짓으로 이어질 행위를 예감했으리라. 그녀가 손을 뻗어 내 뺨을 잡았다. 왜 쉬었는가, 하고 질문을 잇는다.
여기까지 와서 지금 그 이야기인가 싶기는 하다. 왜냐고 묻는다면, 왜일까. 일하러 가는 것도 바보 같이 느껴졌다. 왜 바보 같냐고 묻는다면, 그녀가 있기 때문이다. 문득,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깨달았다. 즉, 나는 그녀를 위해 일을 쉰 것이다. 언제 이래인지, 사랑한다는 말을 귓가에 속삭였다.
뺨에 옅은 미소를 띄우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도 좋다는 신호겠지. 오른손으로 물건을 잡아 그녀의 고간에 가져갔다. 아플 정도로 팽창한 물건은 휘어있는 탓에 그저 곧게 나아가는 것마저 고생스러웠다. 게다가, 몇 번을 해봐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녀도 꼭 닫은 것은 아니라, 입구는 조금이지만 열려있다. 손가락으로 찾으며 이곳이겠지 싶은 곳으로 나아가는데도 미끄러지기만 하고 엇나가고 만다. 더욱이 슬프게도, 일주일이나 하지 않은 탓에 성기를 문지른 자극만으로 사정해버릴 것만 같았다. 이러니까 동정은, 하고 자신이 한심해진다.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더욱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더듬거리면서도 손을 더해 내 물건을 유도해주었다. 한 번도 쓴 적이 없다고는 해도 자신의 것이니까 알고 있겠지. 꼭 맞게 대더니, 비나리치듯 웃어 보인다. 이런 만화 같은 일을 연하의 여자아이에게 시키고 마는 한심함이란, 더는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