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40화 (140/450)

5년 20화

소악마

꾹 눌러보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촉이 느껴졌다. 역시 딱딱하다. 꼭 닫혀서 거절하고 있다. 하지만 피부에 닿거나 미끄러지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감각이 있다. 넣는다기보다 파묻는다는 느낌이지만.

자꾸만 실패해서 조금 소극적으로 되었지만, 마음을 다잡고 꾹 밀어 넣는다. 그러자 이 센티미터 정도가 쓱 들어갔다. 고작 끝부분이 들어갔을 뿐이지 여전히 귀두는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들어간 것임은 틀림없다. 감동해서 그녀를 보자 입술을 앙다물며 반쯤 울상이 되어있다. 조금 전까지의 눈물과는 분명하게 다른 종류였다.

시작한 것은 나였지만 그녀도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흐름에 맡겨서 내달렸으나, 상당히 아프다고는 자주 듣는다. 여기까지 할까, 하고 묻자, 잘 되었냐고 되물어졌다. 어떻게 해야 잘 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선을 넘었다고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수긍은 했지만, 얼굴빛으로 알아챈 모양이다. 이번에는 잘 사정할 수 있었는가, 하고 묻는다. 남자는 사정하면 끝난다는 것을 실컷 익혀와서 잘 알고 있다.

괴로워 보이는 그녀에게 행위를 할 수도 없다. 속이 꽉 차 있어서 더는 물리적으로도 어렵다. 하지만, 아무래도 도중에 그만두는 것도 싫다고 한다. 끝부분만을 그녀 안에 남기고 장대를 문지른다. 어떻게 보면 자위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서 끝내주는 편이 좋겠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서두른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애가 타는 만큼 멀어져간다. 필사적으로 하는 모습이 재미있었을까. 시간이 걸린 탓에 아픔에 익숙해졌다는 것도 있겠지. 그녀가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기분이 좋아졌다니 다행이다, 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기특한 편이다. 화를 내는 것은 어른스럽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같이 웃을 수 있을 리도 없다. 나도 일단은 남자니까, 넣지도 못하는 남자라고 웃어진 셈이다. 그녀를 소중히 여기려고 했을 뿐인데 배신당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녀의 고간에서 물건을 빼내고 일어나서 욕실로 돌아갔다. 모처럼 휴일을 받았으니 욕실이라도 들어가서 느긋하게 지내자. 하룻밤 동안 자기는 했지만, 아직 잠기운이 남아있다. 꼭지를 돌려 따뜻한 물을 받고 있자 그녀도 다시 난입해왔다.

화났어, 하고 묻기에 별로 화나지는 않았다고 대답했다. 화가 난 것이 아니라 그럴 생각이 사라졌을 뿐이다. 실제로 내 물건은 줄어들어 힘을 잃었다. 화난 게 아니면 이쪽을 보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별로 얼굴을 마주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 이후로도 계속 무시했더니 갑자기 목에 매달려졌다. 체격 차이가 있더라도 체중이 걸리면 힘들어서, 아주 쉽게 당겨진다. 더욱이 욕실인 데다 물까지 있으니 미끄러져서 쓰러질 뻔했다. 반쯤 진심으로 화내면서 돌아보자, 잘못했다는 느낌도 없이 머리를 마구 문지르더니 삐지지마, 하고 연하의 아이라도 어르는 듯한 말까지 하는 것이다.

너무나도 어이없는 태도에 독기가 빠져서 하려던 말을 마시고 말았다. 제대로 끝까지 하게 해줄 테니까 걱정 마, 라니 뻔뻔하다. 아까는 너무 아파 보여서 신경 써주었는데, 마치 내 탓인 것처럼 들린다. 이번엔 아파해도 안 멈춘다, 하고 어린애 같은 생각을 해버린다.

당연하지만, 그녀도 몸이 많이 식었는지 기침을 연발한다. 아침부터 알몸으로 젖은 채 굴러다녔으니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잘 생각해보니 미안한 일을 해버렸다. 하지만 역시 그녀의 몸을 만지다 보니 점점 반응해버린다. 일주일이나 하지 않으면 그만큼 고양되어버리는 것이다.

얼버무리듯 키스를 거듭하자 그 순간만큼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그것도 몇 초 동안의 이야기로, 곧바로 다시 한번 하고 싶어진다. 원래 같으면 끝까지 할 수 있었는데, 하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어서 하고 싶었다. 참지 못하고 끌어안으려 하자, 그때마다 부드럽게 거절당한다. 소악마스러운 행동이 몸에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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