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41화 (141/450)

5년 21화

전화

욕실에서 나와보니 전화기가 반짝이고 있었다. 휴대전화가 있으니 불필요하기는 하지만 딱히 버릴 이유도 없어서 내버려 두고 있는 전화기다. 평소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으나 빛나고 있으니 눌러는 본다. 내용은 그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걸려온 전화로, 드물게도 지각을 한 그녀의 안부를 묻는 것이었다.

시계를 보니 아홉 시 반을 넘은 시간이었다. 연락까지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 아닐까 싶지만, 항상 일찍 등교하는 탓이겠지. 나 자신은 회사에 연락을 마쳐두었으니 느긋하게 있었지만, 그녀에게도 학교가 있다.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잊고 있었으나 쉬게 하려면 미리 연락을 해야만 한다.

솔직히 꾀병으로 쉬게 하는 것은 내키지 않지만, 이제 와서 학교에 가라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다. 윤리관이 변하고 있는 느낌은 든다. 다시 전화를 걸자 사무원에게 연결되었고, 용건을 전하자 담임에게 연결할 테니 기다리라는 말을 듣는다. 전해주기만 해도 충분하다만.

열이 심해서 학교는 쉬게 하겠다, 나도 보호자로서 간병하기 위해 유급을 취했다고 말하자 꽤나 감동하고 있었다. 부자가정에서 아이를 위해 휴가를 내는 부친은 적겠지. 나 또한 그녀가 말하지 않았다면 쉬지 않았다. 그것이 세간의 상식이다.

전화를 끝마치자 옆에 서 있던 그녀가 내 무릎을 펑펑 두드렸다. 잘 했어,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다. 혹은 이제 좀 아는구나, 라는 느낌인가. 뻔뻔함과 자랑스러움이 섞여 있다. 나쁜 일을 도운 것이나 마찬가지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방으로 돌아가 있어, 라고 말하자 그녀는 알몸인 채로 자기 방에 돌아갔다. 우리 집에도 목욕 수건이 있기는 있지만 쓰지는 않는다. 예전부터 습관적으로 보디 타올만 써온 탓에 어느샌가 그녀도 그렇게 되어있었다. 집이라서 그런지 중요한 부분마저도 숨기지 않는다. 출렁이는 엉덩이가 무척 매력적으로 비친다.

이다음은 나중에, 라는 말을 들었으니 물론 기대하고 있었다. 방에서 기다리자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고, 조심스레 문을 열자 예쁘게 꾸민 그녀가 서 있다. 간호사나 고스로리 같은 코스프레 의상도 있는데 굳이 일상적인 옷을 선택한 것이 기쁘다. 아니, 과연 어린아이니까 그것 용으로 코스프레를 한다는 발상이 없었을 뿐일지도 모르지만.

아주 잘 어울리고 귀엽다고 칭찬한다. 이것도 후배의 조언이다. 생각한 일은 분명하게 말로 표현한다. 처음에는 나도 했던 일이지만 언제부터인지 마주 보고 칭찬하는 일이 없어졌다. 그것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일일이 말하는 편이 성의가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몇 번이라도 듣고 싶은 것이 여자라는 생물이라고.

이제부터 벗길 텐데 일부러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온 것도 얄밉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겠지. 힘껏 멋을 내고 방을 찾아온 그녀를 보니 함께 사는 가족이 아니라 풋풋한 연인처럼 생각되었다.

만약 침대가 있다면 옆에 앉혀서 대화를 나누며, 라는 식으로 분위기를 만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 방에는 이불밖에 없다. 어떤 식으로 마주할지 잘 모르겠다. 평소처럼 양반 다리로 허벅지에 앉히게 하는 것은 일상적인 느낌이라 무언가 다른 기분이 든다. 이런 것은 고등학생 정도에서 졸업해두는 것이 아닐까.

가만히 서서 지낼 수도 없다. 바닥에 앉아보자 그녀는 책상 앞의 회전의자에 허리를 내렸다. 스커트 안쪽이 훤히 보여서 무심코 고개를 돌린다. 더 다양한 모습을 봐왔어도 여전히 기습적으로 보여지면 쑥스럽다. 이내 그녀도 깨달았는지 다리 사이로 손을 가져가고는 보지마, 라고 말한다.

침묵이 어색하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할 이야기도 없다. 찾으면 얼마든지 있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할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그녀를 이불 위로 데려가서 끌어안고 싶다. 냄새를 맡고, 살결에 닿아, 질의 감촉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 한창 하는 도중에 미뤄진 동정이란 그런 법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견디기 어려워진다. 돌리던 시선도 그녀에게 돌아와서 뗄 수 없어졌다. 작은 머리, 주장을 시작한 가슴, 곧고 굴곡이 없는 허리와 가늘어지기 시작한 다리. 위에서 아래로 자꾸만 시선을 오간다. 슬프게도 마지막에는 스커트 안쪽에 못이 박혀버렸다. 결국 거기냐는 말을 들을 것 같지만, 어서 내버리고 싶으니까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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