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24화
사후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졸았던 모양이다. 눈을 떠보아도 아직 멍하다. 몸 아래에 부드러운 것이 있고, 얼굴 바로 옆에 그녀가 보인다. 일을 마치고 나서 그녀를 깔고 있는 채로 잠이 들었나보다.
사과하며 몸을 일으키려 하자 별로 상관없어, 라고 말해주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무척 싱글벙글한 표정이다. 이렇게 순수하게 웃는 그녀는 처음 볼지도 모르겠다. 특별히 의식하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미소는 어딘가 가식처럼 느껴졌다. TV 속의 아이돌이 진심으로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듯 그녀도 웃어 보이는 것 같은 부분이 있다. 지금 그녀의 미소는 평소와는 달리 정말로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키는 백 팔십을 조금 넘고 체중이 칠십 킬로 정도니까 그렇게 무거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두 배는 차이 나는 소녀 위에 올라타면 힘들지 않을 리가 없다. 신경 써주는 건가 싶었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몸의 무게에서 충족감을 느낀다면서.
자는 얼굴이 귀엽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잘 모르겠다. 어린 여자아이는 뭐든 귀엽다고 말하니까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징그럽지만 귀엽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내가 생각하는 귀여움과는 다른 언어다. 예전에는 무엇이든 쩐다고 말하고는 했는데 그것과 비슷한 의미겠지.
분명하게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와 살결을 맞닿은 채 곁에 누워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하다. 살을 거듭하면 거리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까지도 몸을 씻겨주는 등 가까운 사이이기는 했다. 그에 더해서 그녀와의 거리가 더욱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내게 그녀는 취급 주의품 같은 느낌으로, 머리의 나사가 풀리거나 하지 않으면 지극히 정중하게 대해왔다. 처음 만났을 때조차도 강제하는 일은 없었다. 그녀 쪽에서 바라도록 만든다는 플레이의 일환이기도 했지만, 내 쪽에서 손을 댄다는 것을 마음속 어딘가에서 망설이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일선을 넘은 지금이 되어보니 그녀도 역시 살아있는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솜사탕도 인형도 아닌 살을 가진 인간이다. 내가 사소한 일에도 영향받기 쉬울 뿐인지도 모르겠지만. 생생한 현실감이 있었다.
그녀가 뺨을 가까이한다. 키스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뺨을 문질러온다. 새끼 고양이가 친애의 정을 보이는 듯한 순수한 애정의 표현이다. 그저 기분이 내켰을 뿐이겠지. 하지만, 내게는 그것이 육욕을 넘어선 애정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끝나버리면 고작 섹스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계속 그것 하나를 고집해온 기분이 든다.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라도 서른이 넘어서 동정이라는 마음의 응어리가 있었겠지. 그녀와 이것저것 하더라도 섹스와는 전혀 다르니까.
그것이 그녀에게도 전해진 것이 아닐까. 그녀에게도 정신적인 압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밝게 웃는 것도, 뺨을 문질러오는 것도 마음의 중압감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이겠지. 실제로 나 자신도 어깨가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부드러운 기분이기는 하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하반신에 반쯤 힘이 들어와 있다. 자고 일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대로 하고 싶어지기 전에, 하고 몸을 일으킨다. 배나 가슴은 조금 땀이 차 있을 뿐이지만 결합부는 더 심한 상태였다.
일단 서로 핥아내기는 했지만 음모에 붙은 수분까지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불 시트에도 실례라도 한 것처럼 얼룩이 생겨있다. 세상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처리를 하는 것일까. 이 상태로 일일이 검색을 할 여유도 없다. 그녀를 욕실에 보내고 아무튼 시트를 벗겨냈다. 빨아서 말린다. 그럴 수밖에. 방을 나선 그녀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보러 가자, 거실 바닥도 흠뻑 젖은 그대로였다. 하고 난 다음의 나른한 분위기는 생활 속으로 물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