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45화 (145/450)

5년 25화

의기양양

하루가 지나 말끔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눈이 확 뜨이는 기분이라는 비유적 표현이 있는데, 그처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을 나오자 마침 그녀도 방에서 나오는 참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상쾌한 기분이 단숨에 날아갔다.

목욕을 마치고 방 청소를 한 우리는 오후가 되자 밖으로 나왔다. 학교를 쉬었는데 멀리 나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온종일 집에 있는 것도 숨이 막히니, 저녁거리를 사러 간다는 명목으로 슈퍼로 외출하는 것이다. 요즘은 그녀 혼자 장을 보러 다녔기에 그런 사소한 일로도 기뻐해주었다.

그런 때에도 조금 위험한 장면은 있었다. 계산대의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서 철렁했다. 나 같은 붙임성 없는 사람과는 다르게 그녀는 완전히 아는 사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학교가 끝날 무렵이었다. 오히려 평일인데도 부친 같은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을 수상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이른 저녁을 먹고 나는 곧바로 그녀의 몸을 찾았다. 중학생을 원숭이 같다고도 하는데, 막 익힌 사람은 대체로 그렇지 않을까. 참을 생각은 없었지만, 입으로만 하는 것과 실전은 전혀 다르다. 입으로 해달라고는 말하기 어려운데 넘어트리는 것은 딱히 저항 없이 해버리는 나도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신기하지만.

그녀도 묘하게 적극적이라고 할까, 다정했다.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이어서 해도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여 주었다. 여전히 안까지는 들어가지 않으니 아플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하면 할수록 그녀는 기뻐했다. 나도 싫어하는 일을 할 생각은 없으니 반응이 좋은 곳을 찾아서 애무하기는 한다.

평소에 하던 일이 그녀가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아니, 몇 년이고 집요하게 했으니 그렇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고양이라도 귀여워하듯 턱 아래를 손가락으로 긁어주면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츄우츄우, 하고 울기에 키스해준다. 몇 번 정도 하면 충분히 젖어 들어서 그것만으로 서로의 준비가 끝난다.

날이 바뀌기까지 네다섯 시간일까. 과연 지칠 대로 지쳐서 그녀는 방으로 돌아갔다. 긴 시간 동안 한 탓에 내 이불은 도저히 사람이 잘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난 시트를 갈기도 귀찮아서 목욕 수건만 깔고 잤지만서도.

그 결과가 지금의 그녀다. 별로 기운이 없다거나 지쳐있지는 않다. 안색은 오히려 좋은 편이겠지. 단지, 오랜 시간 동안 무리한 자세를 해서인지 다리 사이가 벌어지고 발끝이 다른 쪽을 보고 있다. 안짱다리다.

어떨까. 알아챌까. 초등학교 여자아이가 안짱다리로 등교했다고 해서, 이 아이는 하고 왔다고 생각하거나 할까. 내가 알 정도니까 더 감이 좋은 여자들은 알 법도 하다. 이유를 아니까 깨달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떠올렸다. 그녀를 아이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런 일도 멋대로 정해서는 안 되겠지. 그녀에게 안짱다리가 되었다는 것을 설명하고 들킬지 어떨지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조금 생각한 끝에 오늘도 쉬고 싶다고.

위화감은 느껴졌다고 한다. 절반도 들어가지 않았으니 관통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닫혀있던 구멍이 뻥 뚫렸음에는 변함이 없다. 어젯밤은 쉬면서 하긴 했어도 다리를 계속 벌리고 있었으니 이상한 부위에 근육통이 생기기도 했다.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벌리게 된다는 모양이다.

금요일이니까 어차피 하루면 주말이다. 하루정도 더 쉬어도 상관없겠지. 공부는 내가 가르치고 있었으니 뒤쳐질 일은 없다. 모처럼이니 나도 같이 쉬었으면 하는 것 같았지만, 과연 사회인이 이틀이나 쉴 수는 없다. 어제의 이유가 병결이었으면 몰라도 솔직하게 지쳤다고 말해버렸으니까.

밖에 나가면 꾀병이 들키니까 집에 있도록 당부했다. 쉴거라면 한 번 정도는 더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다. 더 일찍 일어났다면 좋았을 것을. 그렇게 말하자 기다릴게, 하고 활짝 웃는다. 손 위에서 굴려지는 것 같으면서도 의기양양하게 집을 나서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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