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46화 (146/450)

5년 26화

정평

매일같이 하다 보면,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어제는 일 밀리, 오늘은 오 밀리면 내일은 몇 밀리미터일까. 모종삽으로 구멍이라도 파듯 조금씩 풀어간다. 한 번 넣으면 끝인 것도 아니니 파낸 곳까지를 왕복한다.

그녀의 살도 익숙해졌다. 잘 적셔두기만 하면 아파하지 않는다. 꾹 집어넣을 때는 충격이랄까, 위화감이 있겠지. 그때만은 숨을 참지만 이후에는 그러지 않는다. 매뉴얼 인간이라는 말을 들을 것 같지만, 그녀에게 내가 사 온 책을 읽도록 부탁했다. 그래서 넣을 때는 숨을 들이쉬고 뺄 때는 뱉는다.

처음 읽었을 때는 위화감도 있었다. 둘이 함께 왠지 이상해, 하고 말했었다. 실제로 해보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숨을 들이쉬면 힘이 들어가고, 뱉으면 빠진다. 이건 당연한 일인데, 긴장된 몸으로는 잘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숨을 들이쉴 때 근육이 느슨해지는 효과를 기대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그녀의 것은 조임이 좋다. 딱히 가만히 있더라도 물리적으로 좁다. 그녀가 의식해서 하는 것은 아닌데도 정말로 물어뜯기는 것이 아닐까 무서워질 정도다. 이 조임이 넣을 때도 발휘되니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넣을 때만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흔히 결혼식에서 첫 공동작업이라며 케이크에 입도를 하는데, 무언가를 함께 하면 인연이 깊어진다는 것은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씩이라도 좋아지는 것을 보니 어쩐지 즐겁다.

그녀도 장소에 따라서는 기분 좋게 느껴지는 곳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배 쪽 방향이 아닌 내장 쪽을 문지르면 기분이 좋다고 한다. 말투를 보면 성적인 쾌감은 아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다고.

왠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결국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결론이었다. 거기가 좋다면 그렇게 해주고 싶다. 단지, 남자의 물건이라는 것은 흥분하면 할수록 휘게 된다. 배 쪽을 향한다는 것이다. 마주 보고 있는 한 내장 쪽으로 가는 자극은 약해진다.

그래서 전에 스마타를 했을 때처럼 그녀를 돌아 눕히고 뒤로 해본다. 휘는 방향과 내장 쪽이 일치하니까 괜찮을까 싶었지만 역시 싫다고 한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쾌감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기뻐하니까 함께해주고 있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데 당하기만 하는 건 부드러운 느낌조차 들지 않는다고.

어떻게 해야하나 싶었지만 이것만은 누군가에게 상담할 수도 없다. 멀쩡한 어른이 일은 뒤로하고 온종일 생각했다. 아마 특별하게 생각한 건 아니겠지만, 이 일은 그녀가 스스로 해결했다. 해결이라고 표현하기는 이상하지만.

넣었을 때 그녀가 배에 손을 가져갔다. 눈앞에서 갑자기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마치 임신한 여성이 할법한 포즈였기 때문이다. 배를 따뜻하게 하고 싶기도 했고 그곳에 들어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정말 확인하고 싶다면 조금 아래로 손을 내려서 구멍에 찔려있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입구가 아니라 끝부분을 신경 쓰는 건 넣어진 쪽이기 때문일까.

문득 떠올라서 그녀의 작은 손에 내 손을 거듭했다. 부드럽게 눌러보니 내 물건도 아래쪽을 향한다. 그대로 나아가고는 물러가기를 반복하니 응, 하고 흐린 목소리를 낸다. 자연스럽게 해서 닿지 않는다면 손으로 각도를 바꾸면 된다. 당연한 일이었다.

한창 하는 도중에도 그녀는 별로 그런 소리를 내지 않는다. 누워있는 탓인지 갈라지기는 하지만 색기는 없다. 원하는 곳에 닿아도 역시 기분 좋은 것은 아닌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럽게 들리게는 됐다. 그곳에 닿으면 힘도 빠져서 안이 한순간 부드럽게 풀린다.

어려운 퍼즐을 풀어낸 달성감 같은 것이 느껴져서 얼굴을 마주하며 웃고 말았다. 키스에도 몇 가지 정평난 것이 있는데, 여기에도 두 사람의 정평을 찾아냈다. 나만을 위한 일방적인 작업에서 그녀의 행위이게도 되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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