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27화
콘돔
집에 돌아오자 낯선 구두가 익숙한 장소에 놓여있었다. 인품이라고 하는 것일까. 그 구두가 놓인 방식을 보고 누나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없을 때 와서 그녀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대부분 요리에 대한 일인지 그녀의 실력은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평소 같으면 그녀가 마중을 나와주지만 오늘은 오지 않는다. 아마 누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가방을 가지고 거실을 향하자 귀신같은 얼굴을 한 누나와 마주쳤다. 여기가 숲속이었다면 단숨에 도망쳤으리라. 혹은 복숭아나무의 가지라도 던지거나.
내 눈앞까지 다가온 누나가 주먹을 꾹 쥐었다. 순간적으로 움츠렸지만 충격은 머리가 아니라 뺨으로 왔다. 아마도 때리고 싶었겠지만 키가 닿지 않는다. 그래서 따귀로 바꾸었겠지. 갑자기 무슨 짓인가 싶었지만 놀라움은 없다.
누나를 가진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참 불합리한 법이다. 우리 집에서는 방 개수가 적은 탓에 고등학교까지 누나와 같은 방을 사용했다. 초등학교 때는 친구를 부를 거니까 방에서 나가라고 하거나, 기분이 나쁘면 말보다 먼저 머리에 주먹이 날아올 때도 있었다. 나한테 원인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과연 내 키가 커져서 싸움으로 이길 수 없게 되고부터는 폭력은 없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대학에 들어가서 누나가 집을 나갔기 때문이고,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줄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난 누나가 싫은 것도 아니고 적당히 사이좋은 남매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뺨을 맞는다고 해서 의외성은 없다.
그런 것은 나와 누나의 이야기고, 그녀는 놀라고 있었지만. 왜 이런 짓을 했는지 물어보자, 내가 그녀에게 손을 댔다는 것이 들킨 모양이다. 들켰다는 것도 이상한 표현으로 숨길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애초에 아내라고 말했던 시점에서 할 짓을 했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터다. 지금 이렇게까지 화가 난 것은 가능한 한 생각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도 오늘만은 알아챈 이유는 무엇일까.
하지만, 지금은 원인을 추구할 때가 아니다. 누나를 달래야만 한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가족을 경찰에 내미는 이익은 없다. 동요가 심해지면 손득의 주판이 어딘가로 가버릴지도 모른다. 일단 그녀에게 무리한 일은 하지 않았고, 그녀가 거절하는 일도 하지 않았다. 합의한 사항이다.
그녀를 부르자 그녀도 끄덕였다. 그랬더니 콘돔은 쓰고 있는가, 하고 물어왔다. 사실 그녀와 할 때 콘돔을 쓴 적은 한 번도 없다. 누군가와 관계를 가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현실감이 없었다. 초경도 오지 않았으니 필요조차 없을 터였다.
그렇게 말하자, 누나가 있는 힘껏 배를 때린다. 과연 지근거리에서 힘껏 때리면 견딜 수 없다. 내가 무언가 말을 꺼내기보다 먼저 이번에는 그녀의 뺨을 때렸다. 마치 종이를 찢은 듯한 높은 소리가 울렸다. 당사자인 그녀는 입을 반쯤 벌린 채 멍한 얼굴을 하고 있다. 생리적인 반응인지 눈초리에 눈물이 고였고,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초경이 오고 나서, 조심한다. 그렇다면 처음 한 번은 어떻게 할 것인가. 초경이 오지도 않은 채로 아이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 그 말을 듣고 무심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도 내 쪽을 살폈다. 그래서는 안 된다, 라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나가 설명했듯 임신의 위험이 있다고 논리적으로 이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말해서 생으로 해도 될 때는 아이가 생겨도 좋을 때뿐이다. 초경이 오지 않았다고 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
누나는 콘돔을 두고 나가버렸다. 본심으로는 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겠지만,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러니까 친절하게도 콘돔만은 사주고 간 것이다. 우리 둘이서 브레이크를 걸 수 없는 이상 이렇게 적당히 견제해주는 누나는 고마웠다. 고마웠지만, 원망스럽다는 생각은 채 버릴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