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49화 (149/450)

5년 29화

익숙함

그렇게 내일부터는 어지간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지 않기로 했다. 따지자면 콘돔만 사용하면 되는 일이지만, 자제할 자신이 없다. 처음은 모르겠지만 두 번, 세 번씩 이어진다면 분명히 귀찮아진다.

느긋하게 욕조에 잠기며 그녀의 배에 손을 얹는다. 가슴이나 고간 같은 직접적인 장소는 자극적이고, 미발달이지만 그녀도 나름의 쾌감을 느끼고 있다. 단지, 그녀의 경우엔 배를 천천히 쓸면서 따뜻하게 하는 편이 기분이 좋다고. 성감과는 다른 무언가가 쌓이고, 그것이 돌고 돌아 그럴 기분이 든다는 모양이다.

손가락 끝이 불을 정도가 되어서야 욕조를 나온다. 두 시간이나 욕실을 사용하면 그것만으로도 체력을 소모한다. 모포를 두르고 따듯한 우유를 마시며 TV를 본다. 방송은 뭐라도 상관없다. 보는 듯 마는 듯 서로의 감촉을 느끼고 있을 뿐이니까.

이불 위에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예전부터 그래왔기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일상의 연장인 편이 알콩달콩하기는 좋다. 그렇다고는 해도 하는 일은 욕실과 별반 차이는 없다. 살과 살을 맞대고 서로 문지를 뿐이다.

그녀가 안심하는 배에 가깝기 때문일까, 아니면 뱃속이 따뜻해지는 것이 좋다는 그녀이기 때문일까. 배꼽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면 반응이 좋다. 어린아이치고는 낮은 편인 그녀가 높은 소리로 츄우츄우 하고 운다. 키스하는 동시에 손가락을 굴리자 혀의 움직임도 흐트러지고 조금 경직된다.

손가락이 굵은 탓에 검지로는 안까지 들어가지 않는다. 새끼손가락의 손톱 끝으로 오므라진 부분을 긁자 그녀가 엉덩이를 당긴다. 느낄수록 자세가 좋아진다, 라는 것도 재미있는 표현이다. 토템 폴처럼 곧게 서서 허리를 돌린다. 신선한 요가 같기도 하다.

즐겁다고 해서 키스만 하다 보면 산소 결핍이 온다. 방식도 잘 모르며 했을 때는 헛구역질까지 하게 만든 적이 있었다. 눈물 가득히 입가를 억누르는 그녀를 보고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그 이후로는 적당히 휴식을 섞으며 하도록 주의하고 있다. 성욕만을 내달리게 하면 정말로 위험하다.

겨드랑이 같은 곳도 따뜻해서 기분이 좋다는 모양이다. 간지럽다는 느낌은 민감한 장소를 예상 밖의 움직임으로 만져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감각이다. 따뜻한 이유는 굵은 혈관이 있기 때문이겠지.

무릎에 손가락 끝을 대고 살짝살짝 움직여보면 자기 손이더라도 간지러움을 느낀다. 같은 요령으로 일부러 닿을듯 말듯한 거리에서 손톱 끝을 대어야 겨우 반응한다. 간지럽다는 것은 성감에 가까운지, 이것을 하다 보면 그녀의 속옷에 수분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녀가 내 물건을 다루는 법을 숙지했듯, 나 또한 그녀의 몸을 대부분 알게 되었다. 적어도 약한 부분을 두세 가지 정도는 들 수 있다. 사랑을 확인한다는 표현을 하는데, 마치 승부 같은 부분도 있다. 이쪽이 이렇게 하면 그쪽이 이렇게 돌려준다. 그런 반복 비슷한 것이다.

나는 목의 뒤편, 등의 어깨뼈 주변이 약한 듯하다. 단지, 그녀가 그곳에 닿으려면 어지간히 안아 올려서 손을 뻗어야만 한다. 앞에서 할 때가 아니라면 닿을 수 없으니 지금은 유리하다. 그녀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고자 지금도 찾고 있다.

준비가 되었다 싶으면 그녀도 무릎에서 슥 내려온다.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찔러넣으며 능숙한 느낌으로 봉사를 시작한다. 요리사가 부엌칼을 다루듯 절차가 척척 진행되는 훌륭한 움직임이다. 지퍼를 내리는 것도 한 고생이던 때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이 정도 하면 나온다, 라는 것을 아는 것도 대단하다. 여유를 가지고 작업을 마치며 입 주변을 더럽힌 타액을 핥아낸다. 두 사람의 준비가 끝나고 드디어 이불로 들어간다. 난방을 켜두었으니 춥지도 않다. 완전히 익숙한 모습이었다. 어색한 것은 두 사람 모두 처음 보는 콘돔 같은 것을 낄 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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