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30화
장난감
이불에 가로눕는 그녀를 곁눈질하며 서둘러 콘돔을 끼운다. 아무래도 처음이라서 일일이 시간이 걸린다. 봉지 과자 같은 모양으로 삐죽한 부분을 뜯으면 된다. 알기 쉽기는 하지만 힘을 줘도 잘 뜯기지 않는다. 뜯으면 뜯은 대로 어떻게 붙이는 것인가.
부푼 쪽이 바깥인 것 같지만 직접 대봐도 잘 모르겠다. 당기면 아픈데 잘 펴지지 않는다. 우물쭈물하고 있었더니 그녀가 일어서서 엿본다. 한심한 일이지만, 잘 못 끼겠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예전 여자친구랑은 쓰지 않았나, 하고 묻기에 네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에도 말한 걸로 기억하는데, 동정이라는 말의 뜻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그것도 그렇다. 사전을 찾아봐도 알기 쉽게 쓰여있는 것은 아니니까. 딱히 원해서 동정이 된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기뻐 보이는 것은 고마웠다.
이제 됐으니까 버리는 게 어때, 하고 말한다. 어차피 안 하도록 할 거라면 오늘 하루 정도는 써도 안 써도 똑같잖아, 하고. 그건 그거대로 합리적이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타협할 수는 없다. 계속 혼자 고생하고 있으니 설명서를 꺼내서 읽어주었다.
그녀가 손가락 하나로 건강하게 만들어준 다음 콘돔을 슥슥 내려간다. 말려져 있었던 것 같다. 손톱이 살을 건드려서 아프기도 했지만 아주 쉽게 다 붙여버렸다. 그럼 행위를 시작해야 할 장면이지만, 그녀도 완전히 평소의 분위기로 돌아와서 다시 애무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당연하지만 콘돔이라는 것은 젖지 않는다. 내 분량의 수분이 없어서 넣기 어렵다. 그만큼 그녀에게서 나오는 애액으로 충당해야만 하는데, 평소처럼 하기는 어렵다. 조금 더 어른이 되면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작기 때문에 윤활액의 유무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처음으로 커닐링구스라는 것이 어째서 존재하는가를 이해했다. 같은 점막인 만큼 손가락보다 혀가 더 효과적인 것은 확실하다. 단지, 그것뿐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수분을 줄이지 않고 자극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수분을 더해야만 한다. 그것이 타액이라는 것은 참 원시적이지만.
넣기 전에도 확인해보자 끄덕하고 수긍한다. 꾸욱 밀어 넣으니 평소 이상으로 얼굴이 경직되는 느낌이 든다. 귀두가 들어갈까 말까 싶은 정도에서 멈춰도 아무 말도 꺼내지 않는다. 물론 힘에 맡기면 어디까지건 들어가겠지만 아무렴 하지는 않는다. 동정을 버린 탓인지 이런 여유는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오늘은 이쯤 해둘까, 하고 말하자 그녀도 동의했다. 평소 같으면 더, 조금 더 하고 무리를 할 것 같지만 드물게도 솔직하다. 할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역시 콘돔을 끼고 있다는 것이 신경 쓰이는지도 모른다. 잘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키 차이가 나는데, 심지어 잘 들어가지도 않는다면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자세가 된다. 나 혼자 허리를 들어 올리고 얼굴은 얼굴이나 가슴에 키스를 하니까 바보 같아 보인다. 그녀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유일한 안심거리다. 거울을 보며 하는 플레이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부끄러운 쪽은 나이리라.
그러면서도 절차처럼 배를 쓰다듬거나 가슴 끝을 핥으니 조금씩 윤활액이 나오기 시작한다. 빼고는 집어넣고, 천천히 앞뒤로 움직이자 중간까지는 들어갔다. 나로서도 이 정도는 들어가지 않으면 끝내기가 어렵다.
허리를 비틀며 흔들자 천천히 차오른다. 그녀가 입을 시옷자로 구부리며 바라보기에 입을 맞춘다. 가까이에서 눈과 눈을 마주하면 무언가 다른 것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신기하게도 내가 가는 타이밍을 알고 있는 것처럼 그녀는 내 혀를 가볍게 깨물며 달했다.
닦으면서 빼내자, 콘돔은 끝이 부풀어 풍선 같은 모양이 되어있다. 생생하지만 장난감 놀이 같기도 하다. 콘돔을 집어 쓰레기통에 던지자 그녀가 앗, 하고 큰 소리를 냈다. 뭔가 싶었더니 비닐이나 티슈 말인가. 무언가에 넣지 않으면 쓰레기통이 더러워진다고. 콘돔을 사용하는 것은 일일이 번거롭다.
끝났으니까 청소를 해달라고 해도 그녀는 해주지 않았다. 다가오기만 하고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고무 냄새가 나서 싫다는 것이다. 오징어 같은 냄새는 괜찮은데 고무는 싫은가. 그러면, 하면서 내 얼굴을 자기 고간쪽으로 잡아 누르는데, 확실히 고무 냄새가 난다. 생리적인 혐오감이 느껴진다. 이런데도 하니까 세상의 커플들은 참 굉장하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