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1화
배달
그녀도 완벽하지는 않아서 가끔은 실수하기도 한다. 저번에는 돌아와 보니 마중이 없었다. 미심쩍게 생각하면서 거실에 들어가자 그녀는 책상에 엎드린 채 자고 있었다. 노트가 흩어져있어, 숙제를 정리하고 있었겠지. 불기운은 없어서, 저녁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따랐다. 조금이라도 배가 찰까 싶었다. 냉장고를 닫는 소리로 눈을 뜬 모양이다. 컵을 기울이고 있으니 그녀가 일어났다. 내 모습을 확인하고는 신기하다는 듯 보더니 저녁 준비가 아직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급하게 부엌으로 달려가기에 붙잡는다. 그렇게 초조하게 요리를 시작해도 맛있는 것은 나오지 않는다. 손을 벨 것 같아서 무섭다. 잠깐 생각하고는 배달이라도 시키자고 말을 꺼냈다. 배달이 무엇인지 정도는 그녀도 알고 있다. 만화나 드라마 같은 것에서도 나오기 때문이겠지.
밖에서 돌아왔는데 다시 밖으로 식사하러 가기는 귀찮았기 때문이다. 손쉽게 마치기는 배달이 가장 좋고, 그녀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수고를 덜어줄 생각이었지만 그녀는 불만스러워 보였다. 기껏 저녁을 만들려고 했는데 왜 가게에 주문하냐고 화를 낸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도 이런 식으로 아버지와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여자의 감성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아버지는 어떻게 했던가. 아니, 아버지를 본받으면 말싸움이 될 테니 떠올려도 소용없을까. 매일 잘 만들어주고 있잖아, 하고 말해도 그것과 배달을 시키는 것과의 연관성을 전혀 모르겠다.
반대로 생각해보라는 명언도 있다. 늦게 돌아온 연인에게, 밥 준비 안 됐으니까 배달시키자, 하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여자보다는 귀염성이 있지 않을까. 어떨까. 조금 무리가 있나. 여자는 아무튼 인정해주는 편이 좋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항상 저녁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라거나, 매일 힘내서 맛있는 요리를 해줘서 기쁘다, 하고 말해본다. 칭찬하고 칭찬해서 진정하기를 기다린다. 기분이 풀리는 것을 기다려서, 가끔은 지칠 때도 있을 테니까 가끔은 자신에게 주는 상으로 배달을 시켜도 되지 않을까.
이십 분에 걸쳐서 드디어 배달시키는 것을 인정하게 했다. 이십 분 전에 주문했으면 지금쯤 요리가 도착했겠지. 자신에게 주는 상, 이라는 것이 마법의 말이었지만 돈을 내는 것은 나다. 그런데 내가 주는 상이라고 말해도 듣지 않으니 참 신기하다.
이 주변에서 시킬 수 있는 가게의 전단지는 전화기 옆에 꽂혀있다. 꺼내 보니 먼지가 날린다. 자칫 이십 년 전 것이 나올 수도 있어서 지금도 하고 있을지 걱정된다. 검색해보니 중화와 양식을 겸하는 정식점은 여전히 영업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레버니라 볶음과 중화 소바에 추가로 만두로 정했다. 그녀는 정식점 자체가 드물었는지 메뉴를 구석구석 둘러보고 있다. 어차피 잘 모르겠으면 무엇을 보고 무엇을 고민하든 똑같지 않나. 배가 고픈 탓인지 웃으며 기다려주기가 어려웠다.
이십 초의 카운트 다운을 시작하고 오 초가 남은 시점에서 나폴리탄으로 결정했다. 전화하니 이십 분 정도면 도착한다고 한다. 역시 돌아오자마자 주문했으면 지금쯤 다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화풀이로 그녀에게 달라붙는다.
코나 귀를 입에 물자 조금은 공복이 잊혀진다. 달콤한 향기가 나서 짜증도 진정된다. 꺄- 라거나 으악- 하고 소란을 피우지만 어쩔 수 없다. 밥이 없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 이후의 일이 너무 귀찮았다. 이렇게 하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풀리니까 싸게 먹히는 거겠지.
이십 분이라더니 거의 삼십 분이 넘게 지나서야 겨우 식사가 도착했다. 배달통을 보는 것도 몇 년 만이다. 돈을 내는 동안 접시를 테이블에 옮기도록 말하자 비틀비틀 걸어간다. 아가씨가 감기라도 걸렸나 봐요, 하는 말을 듣고 말았다. 코와 귀가 빨간 것은 감기 탓이 아니다.
*소, 돼지 간장과 부추가 들어간 볶음 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