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52화 (152/450)

6년 2화

오더 메이드

오학년 정도가 되면 그녀도 조금은 고학년다워진다. 다워지도록 가르쳐진다고 해야 할까. 예를 들어, 집단 등교를 할 때 오, 육학년이 주체가 되어 반을 이끈다. 작년까지는 지켜지는 쪽이었던 그녀도 올해부터는 저학년 아이들을 잘 돌봐야만 한다.

반에 새로 들어온 일학년 아이들에게는 사랑 받고 있는 모양이다. 육학년이 남자밖에 없다고 하니 조용하고 예쁜 언니, 누나가 있으면 그쪽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겠지. 외견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아무런 근거가 없더라도 잘생긴 사람이란 좋은 사람처럼 비추는 법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그녀도 꼬마들이 의지하는 동안 잘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어느 통학로가 안전하고, 어떻게 말을 듣게 해야 할까, 하는 말을 한다. 도토리 키재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내가 어른이기 때문이겠지.

개중에는 크면 결혼해줄게, 라고 하는 남자도 있다고 한다. 기뻐하며 알려주었다. 남자란 다들 연상의 누나를 동경하는 법이다. 그 기분은 이해한다. 아쉽게도 이미 그녀는 내게 팔렸지만. 장래에 그 남자아이에게 그녀의 사정이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동경하던 누나가 아버지보다 나이 많은 중년에게 안긴다니, 나라면 다시 일어설 수 없으리라.

학교에서는 방범 굿즈의 관리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연락이 있었다. 입학할 때 사기는 했지만 그대로 사용한 적은 없었다. 방범 굿즈의 대부분은 그렇게 사용되지 않은 채 배터리가 닳아버리거나 배선이 끊겨서 고장이 난다고. 시험 삼아 사용해볼 수도 없으니 보증 기간에 맞춰서 교환해야 한다고 한다.

방범 굿즈라는 말을 들으면 스턴건이나 최루 스프레이 등을 떠올리지만, 일반적인 것은 방범 버저다. 당기기만 하면 매우 큰 소리가 울린다, 고 한다. 실제로 들어본 적은 없다. 그녀는 강좌로 들어봤다고 하는데, 아무튼 엄청났다고 할 뿐 표현력이 빈곤했다. 공부는 가르치면 곧잘 하는데도 뭔가 똑똑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고급스러운 것 중에는 버저와 동시에 GPS로 현재 위치를 취득해서 행방을 추적할 수 있는 것도 있다. 그렇게 굉장하다면 그냥 통신 회선으로 신고를 하면 될 것 같지만, 그 점에서는 신고 요청 음성이 한계라고 한다. 하이테크인지 로우테크인지 판단이 어렵다.

여성의 방범이라고 생각하니 정조대가 떠오른다. 설마 정조대를 진심으로 정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플레이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은 물건이기는 하다. 반쯤 농담, 반쯤 진심으로 그녀에게 물어보았지만 단칼에 거절했다. 컴퓨터로 사진을 보여주니 배가 차가워질 것 같아서 싫다고.

확실히, 정조대는 대체로 금속제다. 천이라면 쉽게 자를 수 있으니 역할을 다할 수 없다. 단단한 금속을 사용해서 잠금을 걸기에 지킨다는 의미가 강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이야기를 해도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배탈이 나기 싫다는 한마디로 끝나버린다.

그녀가 방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포기하지 않고 찾아보니, 가죽을 사용한 정조대라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가죽이라면 몸에 친숙하고, 금속만큼 몸을 차게 하지 않는다. 정조를 지키기에도 충분히 역할을 다하겠지. 싼 종류도 십만, 비싼 종류는 열 배나 하는 것이 있다. 단지, 물건이 물건인 만큼 찾을 필요 없이 오더 메이드가 가능하다는 것이 고맙다.

몸단장을 하고 돌아온 그녀를 안으며 허리둘레를 잰다. 다음에 새 청바지를 사러 가자고 말하며 밑위도 잰다. 확실하게 메모하고 그녀를 이불로 부른다. 요즘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같은 이불에서 자게 되었다.

그녀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몰래 핸드폰으로 주문한다. 이럴 때는 어른이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신용카드만 있으면 대체로 모든 것을 원클릭으로 살 수 있다. 이불 안에서 정조대를 오더 메이드하는 것도 간단하게 할 수 있다. 써주지 않더라도 그건 그거대로 좋다. 남자의 꿈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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