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54화 (154/450)

6년 4화

리코더

집에 돌아오니 방 한 켠에 란도셀이 놓여있었다. 그녀보다 빨리 집을 나서서 그녀보다 늦게 돌아온다. 란도셀을 등에 멘 그녀는 입학식 때밖에 보지 못했고, 란도셀 자체도 볼 일이 없다. 그러고 보니 이런 것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

그녀도 내 시선을 보고 정리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서둘러 란도셀을 집어 들어 방으로 가져갔다. 별로 거실에 둔다고 칠칠맞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삐져나오게 박혀있는 갈색 천은 리코더겠지.

얼마 전까지는 멜로디언이라는 악기를 사용했었다. 그녀는 무척 서툴러서, 악기 중에서는 꽤 쉬울 터인 멜로디언도 거의 연주하지 못했다. 머리가 잘 돌지 않게 되는지, 불면서 악보를 보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작업을 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으니 일단은 물지 않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연습만을 시켰다. 물론, 악보도 읽지 않고 소리도 나지 않는다. 정해진 손가락 움직임만을 기억시켜서 생각하지 않아도 건반을 두드릴 수 있게 만든다. 그러고 나서 아무튼 생각하지 말고 불고 싶은 만큼 불어보라고 말해주었다.

멜로디언 때는 제법 소란을 피워서 가르쳐줄 수 있었지만, 리코더는 어떨까. 물어보니 싫은 표정을 짓는다. 리코더를 잘 못 해도 난 상관없지만, 이런 표정을 지으면 별안간 신경이 쓰인다. 저녁 시간에 삑삑 불게 할 수도 없으니 주말에 들려줄 약속을 했다.

그 결과, 꽤 능숙했다. 어지간히 못 하나 싶었지만 잘 불고 있다. 당연하지만 프로급인 것은 아니다. 부분부분 멈추기도 하고, 템포가 이상한 곳도 있다. 하지만, 나도 불어보라고 하면 이 정도일 테고, 반에서도 평균 정도가 아닐까. 멜로디언 때랑은 아주 다르다.

갭이 있었던 탓에 너무 칭찬해버린 것 같다. 이렇게까지 칭찬할 줄 몰랐는지, 그녀도 크게 가슴을 펴고 있었다. 멜로디언보다 직선이니까 불기 쉽다, 라는 말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녀 안에서는 납득하고 있는 모양이다.

비슷한 건 매일 물고 있으니까, 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꺼내지는 않았다. 서른이 넘었으니 젊지는 않아도 아재 개그를 하는 건 조금 그렇다. 내 것이랑 어느 쪽이 크냐고는 물어봤는데, 모양이 전혀 다르다며 무슨 소릴 하는 거냐는 듯한 질린 표정이 마음에 꽂혔다.

리코더라고 하면,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것을 핥는 남자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도시 전설일까. 알려주자,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유를 물어봐도 곤란하지만, 간접 키스이기 때문이 아닐까.

재차 생각해보니, 그녀의 입술이 간접이라도 뺏기는 것은 탐탁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작은 자물쇠를 사서 리코더에 달아주었다. 놋쇠로 된 노란 자물쇠는 귀엽지 않다는 불합리한 이유로 거절당해서 굳이 빨간 세련된 모양을 찾아냈다.

실제로 핥는 남자가 있을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그녀의 반에 리코더에 자물쇠를 다는 것이 유행한 모양이다. 당연히 원래는 필요 없는 것을 사주는 부모만 있는 것은 아니고, 역 앞에는 놋쇠로 된 것밖에 팔지 않는다.

내가 권했을 때는 떨떠름했으면서 패션 아이템이 되니까 득의양양하게 보여주고 다니게 되었다. 여전히 말수는 적고, 아무렇지 않은 듯 달고 다니는 주제에 자존심만은 세다. 아마 그런 성격을 주변에서도 꿰뚫어 보고 있겠지.

덧붙여서 리코더처럼 해볼래, 하고 부탁해봤더니, 고간을 입에 문 채로 숨을 불어넣으려 했다. 공기가 요도를 역류하는 안 좋은 느낌과 남은 공기가 가죽을 부풀려서 자칫 병원에 가게 될 뻔했다. 바보 같은 짓을 부탁하는 건 그만두자, 하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재미있었는지 껍질에 바람을 불며 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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